
보리가 건강 곡물로 불리는 이유

베타글루칸은 물을 만나면 젤 형태가 되는 수용성 식이섬유로, 장 안에서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의 흡수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입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 배출을 늘리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있어요.
보리와 콜레스테롤의 관계는 꽤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습니다. 2010년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보리에서 추출한 베타글루칸이 LDL 콜레스테롤과 총콜레스테롤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11건을 종합해 평가했을 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또한, 2016년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아포지단백 B 수치가 낮아졌습니다.
포만감·혈당·장 건강까지


재미있는 건 보리의 식이섬유 구조가 생각보다 꽤 전략적이라는 점입니다. 흰쌀처럼 빠르게 분해되는 탄수화물과 달리 보리는 소화 과정 자체를 천천히 흐르게 하고 음식물이 장 안에 머무는 시간을 조절하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천천히 소화되는 탄수화물(slow carb) 식단과 함께 보리가 같이 언급되기도 해요.
장 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장내 미생물, 이른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를 관리하는 식습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보리에 풍부하게 함유된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성분이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기도 하죠. 장 건강이 면역과 대사 건강 등 우리 몸 전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보리와 같은 통곡물의 가치 역시 다시 주목받는 중입니다.

보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영양 성분 때문입니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보리에는 셀레늄, 마그네슘, 인, 칼륨, 칼슘을 비롯해 비타민 B군 등 여러 미량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특히 마그네슘은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과 근육 기능 유지 등에 관여하는 중요한 영양소로 알려져 있어, 균형 잡힌 식단 속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보리 하나만 먹는다고 건강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콜레스테롤과 혈당 관리, 장 건강은 특정 식품 하나가 아닌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전반적인 식습관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기 때문인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정제된 곡물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보리와 같은 통곡물 섭취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 자체가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먹어야 맛있고 부담이 없을까?

그렇다면 건강에 좋은 보리,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보리를 거칠고 퍽퍽하고, 건강을 위해 참고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가장 익숙한 방법은 역시 밥에 섞는 겁니다. 흰쌀에 보리를 20-30% 정도 넣으면 식감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식이섬유 섭취량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는데요. 특히 압력밥솥을 사용하거나 미리 충분히 불려두면 보리 특유의 까슬한 식감도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그리고 의외로 중요한 포인트 하나. 보리는 건강한 척하는 맛없는 음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잘 지은 보리밥은 생각보다 고소하고 씹을수록 단맛도 납니다. 괜히 오래 살아남은 곡물이 아니에요.

최근에는 보리를 조금 더 트렌디하게 활용하는 방식도 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오트밀 대신 압착 보리로 만든 ‘보리 포리지’가 아침 메뉴로 자주 등장하고, 샐러드에 넣거나 리소토처럼 활용하는 레시피도 많아졌습니다.
흥미로운 건 보리가 의외로 차갑게 먹어도 맛있는 곡물이라는 점입니다. 보리를 삶아 냉장 보관을 해두면 샐러드 토핑이나 요거트 볼 재료처럼 활용하기 쉬워요. 블루베리나 견과류, 그릭요거트와 함께 곁들이면 섬유질과 단백질을 함께 챙길 수 있어 포만감 있는 아침 식사 메뉴로 좋습니다.
다만 보리 섭취 시에는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보리는 글루텐을 함유한 곡물이어서 셀리악병이나 글루텐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은 섭취를 피해야 해요. 또 식이섬유 섭취량을 갑자기 크게 늘리면 복부 팽만감, 가스, 복통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양을 천천히 늘리는 게 좋습니다.
오래된 곡물, 다시 식탁의 중심으로

한때 ‘보리밥 먹던 시절’이라는 표현은 조금은 궁핍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흰쌀이 귀했던 시절, 보리는 선택이라기보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함께 먹던 곡물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금 보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식이섬유와 통곡물 섭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등 일상 속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리는 다시 가치 있는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웰니스 트렌드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낯선 슈퍼푸드를 찾아 나서기보다, 오랫동안 우리 식탁 가까이에 있었던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를 재발견하려는 흐름이 커지고 있는데요. 최소한으로 가공한 통곡물과 전통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