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양배추가 트렌드라고?’ 요즘 SNS를 보다 보면 양배추 모양의 접시와 쿠션은 물론, 양배추를 모티프로 한 패션 아이템까지 눈에 띄게 늘었는데요.
소셜미디어 기업 핀터레스트는 2026 트렌드 예측 보고서에서 양배추를 올해 가장 주목할 채소로 선정하기도 했었죠. 2026년 21가지 트렌드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된 식재료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양배추 만두의 검색량은 전년 대비 110% 증가했고, 동유럽식 양배추 요리인 골룸프키 수프는 95%, 양배추 알프레도 레시피는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틱톡에서도 #Cabbagecore해시태그가 지난 3개월간 115% 증가하는 등 관련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캐비지코어’에 주목하라

캐비지코어(Cabbagecore)라는 이름은 여러 가지 조건이 겹쳐 탄생했어요. 첫 번째로 경제성입니다. 양배추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저장성이 뛰어난 채소죠? 냉장 보관만으로도 몇 주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 식재료 낭비를 줄이기 쉽습니다. 식재료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이런 장점이 더욱 돋보이죠.
이런 양배추의 장점에 식이섬유 트렌드가 겹친 것도 한몫하는데요. 시장조사와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식품 시장의 키워드가 단백질이었다면 2026년은 식이섬유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실제로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글로벌 식품 기업의 CEO들은 “Fiber is the next protein”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섬유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답니다.

양배추 100g에는 약 2.5g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습니다. 열량은 약 22-24kcal 수준으로 낮지만 포만감은 높은 식품이죠. 여기에 최근 SNS에서 확산된 파이버맥싱(Fibermaxxing), 즉 의도적으로 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도 양배추 열풍에 불을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텍스처의 매력입니다. 최근 식품 트렌드는 ‘아삭함’ 같은 식감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하게 씹히고, 구우면 단맛이 살아나는 양배추는 이 흐름에 딱 맞는 식재료죠.
양배추의 외관 역시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핀터레스트에서는 ‘양배추웨어(cabbage wear)’ 검색량이 크게 증가했고, 패션 브랜드와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양배추를 오브제로 한 그릇을 선보이는 등 모티프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채소가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 된 셈이에요.
생각보다 더 영양 가득한 채소

양배추는 영양학적으로도 꽤 탄탄한 채소입니다. 우선 대표적인 성분은 비타민 C입니다. 비타민 C는 면역 기능 유지와 콜라겐 생성, 피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하루에 양배추잎을 약 150g 정도만 섭취해도 하루 권장 비타민 C 권장량의 상당 부분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핵심 성분은 흔히 ‘비타민 U’라고 불리는 S-메틸메티오닌(SMM)입니다. 이 성분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손상된 위벽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위염이나 위궤양 환자 식단에 자주 등장했죠. 실제로 위장 건강을 이유로 양배추즙이나 양배추 환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미네랄과 파이토케미컬(식물성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글루코시놀레이트,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같은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양배추를 자르거나 씹을 때 효소 작용을 거치며 이소티오시아네이트 계열 물질로 전환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설포라판입니다.
설포라판은 항산화 작용과 염증 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여기에 폴리페놀 계열의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세포 산화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식품 화학 연구에서는 양배추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가 이러한 항산화 물질과 생리활성 성분을 동시에 제공하는 식품군이라는 점이 다시금 확인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폴란드 국가식품연구원이 진행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양배추를 3회 이상 섭취한 여성들이 1회 이하로 먹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양배추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칼륨, 비타민K, 식이섬유 역시 풍부해 혈압 관리, 장 건강,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특히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 건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답니다.
알아두면 재미있는 양배추 이야기

그런데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양배추는 수많은 품종 중 하나라는 점, 알고 계셨나요? 같은 양배추라도 품종에 따라 영양 성분이 꽤 다르다는 사실! 실제로 십자화과 계열 채소의 유전자원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품종에 따라 글루코시놀레이트나 폴리페놀과 같은 생리활성 화합물의 함량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양배추의 영양 성분이 품종뿐 아니라 수확 시기와 재배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독일 라이프니츠 채소 및 원예연구소(IGZ)가 2020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여름에 수확한 붉은 양배추에서는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분해되며 만들어지는 이소티오시아네이트 생성량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가을에 수확한 양배추에서는 질산염이나 에피티오니트릴 같은 다른 분해물질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어요. 같은 양배추라도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화합물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니, 흥미롭지 않나요?
양배추 건강하고 엣지있게 즐기는 방법

양배추의 강점은 조리 활용도가 높다는 점인데요. 조리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식재료로 변합니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고, 살짝 익히면 자연스러운 단맛이 올라옵니다. 발효하면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 한국의 양배추김치, 동유럽의 양배추 롤처럼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죠.
채 썬 양배추에 올리브오일과 식초를 더한 샐러드, 두툼하게 썰어 구운 양배추 스테이크, 간장과 마늘로 볶은 간단한 반찬, 찐 양배추에 쌈장을 곁들인 쌈 요리, 따뜻한 육수에 살짝 익혀 먹는 양배추 샤브샤브 등은 조리법이 단순하면서도 양배추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요.
영양을 고려한다면 짧은 스팀 조리가 권장됩니다. 양배추는 과도하게 익히면 영양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4-7분 정도 찌는 것이 가장 좋아요. 학술지 ‘food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양배추를 스팀으로 조리할 때는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의 약 97%가 유지되었지만 오래 끓이거나 볶았을 경우에는 일부 영양소가 최대 7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번에 너무 많이 먹지는 말자

물론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하면 부담이 됩니다. 양배추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복부 팽만이나 가스가 생길 수 있어요. 장내 미생물이 식이섬유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가스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위장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생으로 먹기보다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갑상선 건강입니다. 양배추를 비롯한 브로콜리, 케일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고이트로겐’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요. 이 성분은 체내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오드 섭취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이런 영향이 더 커질 수 있죠.
실제로 체내 요오드 부족으로 인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는 사람들은 십자화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는데요. 2010년 Cancer Causes & Control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요오드 결핍이 있는 여성의 경우 십자화과 채소 섭취량이 많을수록 갑상선암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오드 결핍 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있다면 과도한 생양배추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1주일에 2-3번, 1컵(150g) 정도만 먹는 게 좋아요.
평범한 채소의 화려한 귀환

양배추는 오래전부터 우리 식탁에 있던 익숙한 채소입니다. 특별히 새로운 식재료도, 갑자기 등장한 슈퍼푸드도 아니죠. 그런데도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합니다. 지금의 식문화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양배추는 가격 부담이 적고 보관이 쉬우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한 식단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하고, 익히면 단맛이 살아나며, 발효하면 또 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죠.
이런 다양한 활용도에 SNS를 통해 확산된 레시피와 디자인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양배추는 어느새 캐비지코어라는 새로운 문화 코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우리 식탁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채소가 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는데요.
다만 어떤 음식이든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양배추는 비타민과 식이섬유, 다양한 식물성 생리활성 물질을 제공하는 채소지만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 방법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생으로, 익혀서, 혹은 발효 음식으로 상황에 맞게 즐기면서 식단에 자연스럽게 포함해 보세요. 요즘 전 세계가 주목하는 ‘캐비지코어’ 트렌드를 가장 간단하게 경험하는 방법은 어쩌면 오늘 식탁에 양배추 한 접시를 올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