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위에 생와사비 한 점,
와사비 구이 열풍
TREND

고기 위에 생와사비 한 점, 와사비 구이 열풍

고추냉이와사비
2026.05.15
양민영양민영
FOOD SCANNER
양민영
양민영

[푸드스캐너=양민영] 새로운 먹거리 유행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번지고 사라지는 요즘, 또 하나의 독특한 메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고기 위에 초록색 생와사비를 듬뿍 올린 조합인데요. 비주얼만 보면 ‘맛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이며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어요.

사실 이 방식은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윤남노 셰프가 한 방송에서 소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윤 셰프는 와사비를 불에 살짝 익히면 거친 매운맛이 부드러워지고 마치 아보카도 같은 풍미가 난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이를 맛본 출연진들은 “고기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먹는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회나 초밥에 곁들이는 향신료로 알려진 와사비, 고기와 함께 구워도 잘 어울리는 이유가 뭘까요?


코끝을 찌르는 와사비의 매운맛



와사비 특유의 매운맛은 고추의 캡사이신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와사비 속 ‘시니그린’이라는 성분이 분해될 때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AITC)’ 같은 휘발성 화합물을 만드는데요. 바로 이 성분이 바로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자극의 정체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자극이 입이 아니라 코를 자극한다는 건데요. 고추의 매운맛은 혀에 오래 남는 반면 와사비의 매운맛은 코를 통해 빠르게 사라지면서 ‘눈물이 핑 돌지만 금세 사라지는’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와사비의 매운 성분은 휘발성이 강하고 지방과 만나면 자극이 완화되는 성질이 있어서 기름기가 많은 참치 뱃살, 삼겹살, 소고기 같은 음식과 궁합이 좋습니다.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도 향은 그대로 남기기 때문이죠. 여기에 열을 더하면 풍미가 또 한 번 변하는데요. 살짝 구우면 자극적인 향이 줄어들고, 대신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향이 살아나요. 아보카도 같은 풍미가 이때 나타납니다.


향신료 이상의 식재료



와사비는 향신료만으로 사용하기엔 아깝습니다. 맛뿐 아니라 건강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기 때문인데요. 가장 많이 연구된 성분은 항균·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소티오시아네이트(ITC) 계열 화합물입니다.

ITC 계열의 화합물은 대장균이나 살모넬라 같은 식중독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보고된 바 있는데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는 회나 초밥을 먹을 때 와사비를 함께 곁들이는 식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풍미를 더하기 위함 외에 위생적인 이유도 있었던 거죠.

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효소인 수퍼옥시드 디스무타아제가 함유되어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고, 아밀라아제·리파아제·트립신 등 소화 분비를 자극해 식욕 부진이나 소화 불량 개선에도 좋습니다.

특히 비타민 C, 칼륨, 칼슘 같은 영양소가 풍부해 항산화 작용 및 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데요. 비타민 C는 사과의 약 10배에 달하는 양(100g당 41.9mg)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2023년 일본 도호쿠대 연구팀이 60-80세 노인 72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와사비 성분(6-MSITC)이 포함된 정제를 섭취하도록 한 뒤 인지 기능 변화를 분석한 결과, 와사비 성분을 섭취한 그룹에서 작업·일화 같은 기억 능력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6-MSITC가 뇌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으며, 6-MSITC 가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와사비 성분에 대한 연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와사비를 포함한 십자화과 채소는 여러 종류의 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International Union of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저널에 실린 실험 연구에서는 와사비의 주요 성분인 6-MSITC가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작용이 관찰되기도 했어요. 특히 와사비의 주요 성분인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AITC)가 고온 조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발암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 형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DNA 손상 및 유전독성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보고된 바 있죠.


우리가 먹는 와사비, 사실은 가짜일 수도…



그런데 우리가 흔히 먹는 와사비가 진짜 와사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초밥이나 회에 곁들이는 와사비는 뿌리줄기를 간 것으로 혼 와사비(본 와사비)라고 부르는데요. 시중 와사비의 상당수는 서양 고추냉이(호스래디쉬)에 겨자와 색소 등을 섞어 만든 제품입니다. 왜 이런 대체 제품이 많은 걸까요?

이유는 재배 환경에 있습니다. 와사비는 산속 계곡처럼 차갑고 깨끗한 물이 계속 흐르는 환경과 그늘지고 일정한 온도를 필요로 합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자갈이 깔린 계곡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로, 이런 조건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기는 쉽지 않죠. 게다가 성장 속도도 느립니다. 와사비의 식용 부위인 뿌리줄기가 상품 크기로 자라기까지 1-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이유로 진짜 와사비는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높습니다. 100g에 수만 원을 넘는 경우가 흔해요.

가짜 와사비와 진짜 와사비는 맛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가짜 와사비는 자극적인 매운맛이 강하고 입안에 오래 남는 편이지만 진짜 와사비는 매운맛이 비교적 부드럽고 알싸한 향 뒤에 은은한 단맛이 남죠. 또 진짜 와사비는 갈아 놓은 뒤 오래 두면 향이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와사비를 먹기 직전에 갈아 사용하는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와사비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와사비를 회나 초밥과 곁들이거나 고기에 올려 구워 먹는 것 외에도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소스나 스프레드에 섞는 방법입니다. 마요네즈에 와사비를 살짝 섞으면 와사비 마요가 되는데 튀김이나 샌드위치, 감자 요리 등에 곁들이기 좋아요. 버터에 섞어 만드는 와사비 버터는 스테이크나 구운 감자 위에 올리면 버터의 고소함과 와사비의 알싸함이 만나 풍미가 훨씬 좋아지죠.

샐러드 드레싱이나 냉면, 소바 소스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간장, 식초, 올리브오일 등에 와사비를 풀어 만든 드레싱은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살려줘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여름철 차가운 소바나 우동을 먹을 때 작은 그릇의 쯔유에 와사비를 살짝 풀어 향을 더하거나 면에 얹어 먹는 방식이 흔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와사비는 해산물과의 조합이 참 좋은데요. 타코와사비처럼 해산물에 와사비를 가볍게 섞으면 비린 향을 줄이고 감칠맛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와사비를 활용한 메뉴들이 점점 다양해져서 와사비맛 과자, 와사비 아이스크림, 와사비 초콜릿 같은 디저트 메뉴도 흔히 찾아볼 수 있어요.

다만 와사비는 강하고 자극적인 향신료이기 때문에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 번에 많은 양을 먹을 경우 위장 자극, 속 쓰림, 혈액 응고 억제 관련 문제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해요.


초록색 와사비 한 점



와사비를 떠올리면 대부분 초밥 옆에 살짝 올려 먹는 향신료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와사비는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진 식재료예요. 식물 속 성분이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 지방과 열에 따라 달라지는 풍미, 그리고 항산화 작용까지. 작은 초록색 한 점 안에 오랜 식문화와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유행이 그렇듯 많이 먹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와사비는 향이 강한 향신료이기 때문에 적당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에요. 고기 한 점 위에 살짝 얹어 보거나, 소스에 조금 섞어 보거나, 샐러드 드레싱에 한 번 활용해 보는 것만으로도 음식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초밥 옆에만 두기엔 아쉬운 초록색 재료, 앞으로 조금 더 다양하게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변화 하나가 평소의 식탁을 더 흥미롭게 바꿔줄지도 모릅니다.

FOODDITOR
양민영
양민영
트렌드 한 입, 인사이트 한 스푼. 맛있는 건 놓치지 않고, 트렌드는 더 빠르게 씹어보는 푸디터 입니다.
맛집 요리 운동 음악 영화

더 많은 아티클을 확인해보세요

KNOW

여름 밥도둑, 오이지의 두 얼굴

#밥도둑
#오이지
송나리송나리
2026.08.18
TREND

복숭아도 골라 먹는 시대

#복숭아
#복숭아 알레르기
#복숭아 효능
송나리송나리
2026.08.11
KNOW

하루 1시간 이상 스마트폰 본다면! 지친 눈 건강 지켜줄 푸드

#건강
#
#스마트폰
양민영양민영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