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바닷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봄이 오면, 바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부쩍 늘어난다. 가족과 함께 떠난 봄 나들이, 친구들과의 드라이브 여행, 혹은 조용히 낚싯대를 드리우는 하루. 물이 빠진 해안가를 걷다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자연산 홍합을 발견한다면 어떨까. 우연히 마주한 ‘제철의 풍경’은 달콤하게 느껴진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산, 한 번 맛볼까?”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안 일부 연안의 자연산 홍합에서 정부가 정한 마비성 패류독소 허용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해역에는 즉시 패류 채취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홍합·바지락 등 패류뿐 아니라 멍게·미더덕 같은 피낭류까지 포함해 2월 말부터 6월까지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겠다며, “바닷가에서 임의로 채취해 섭취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겉보기에는 싱싱해 보이는 작은 조개류 속에는 보이지 않는 독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를 섭취하면 입 주변 저림과 두통, 메스꺼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근육 마비와 호흡 곤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봄 나들이의 추억이 병원 응급실의 기억으로 바뀌지 않도록, 우리가 알아야 할 패류독소의 실체를 짚어보자.
식약처, “바닷가에서 캐 먹지 마세요”

봄철은 패류독소 관리가 강화되는 시기다.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홍합과 미더덕, 멍게, 바지락 등에서 독소가 축적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바다를 찾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그만큼 보이지 않는 위험도 함께 생겨난다. 특히, 개인이 바닷가에서 직접 채취해 섭취할 경우, 별도의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중독 위험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매년 이맘때면 안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홍합·바지락 등 패류와 멍게·미더덕 같은 피낭류를 대상으로 6월까지 수거·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검사 대상은 도매시장,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되는 국내산 제품이다. 마비성 독소와 설사성 독소 등 패류독소 기준 적합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봄철 바닷가에서 홍합, 바지락, 멍게 등을 임의로 채취해 섭취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반복되는 위험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해양수산부 역시 국립수산과학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보다 촘촘한 관리에 나서고 있다. 올해 수립한 ‘2026년 패류독소 안전성 조사 계획’에 따르면 독소 확산이 본격화되는 3~6월에는 전국 최대 120개 정점을 대상으로 주 1회 이상 집중 조사를 실시한다.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1~2월과 7~12월에도 최대 101개 정점을 월 1회 점검해 왔으나, 올해는 발생 시기가 빨라지는 경향을 반영해 1~2월과 7~10월 조사 정점을 102개로 확대했다.
특히 최근 5년간 독소 발생 시기가 빨랐던 부산·경남 지역 10개는 1~2월 조사 횟수를 월 1회에서 2회로 늘려 관리 강도를 높였다. 기후 변화와 수온 상승에 대응한 조치다. 조사 결과 패류독소가 허용 기준을 초과하면 해당 해역은 즉시 ‘패류 채취 금지 해역’으로 지정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패류와 피낭류는 사전 검사를 거쳐 기준에 적합한 경우에만 출하된다. 개인의 임의 채취 역시 제한된다.
실제로 지난 2월, 국립수산과학원의 마비성 패류독소 조사에서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 해역 자연산 홍합에서 허용기준치(0.8mg/kg)를 초과한 0.94mg/kg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즉각 채취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경남도와 거제시는 해당 해역에 출하금지 통지서를 발부하고, 안전성이 확인된 패류·피낭류만 유통되도록 관리에 나섰다. 동시에 어업인과 낚시객, 행락객을 대상으로 자연산 패류 채취·섭취 금지에 대한 현장 지도와 홍보를 강화하고, 휴일 비상근무 체계까지 가동하고 있다.
패류독소란?

그렇다면 패류독소는 무엇이길래, 정부가 매년 봄이면 긴장 속에 관리를 강화하는 걸까.
패류독소는 조개류에 축적되어 사람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을 통칭한다. 중요한 점은 조개가 스스로 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제의 시작은 조개가 먹는 미세한 식물성 플랑크톤에 있다.
‘알렉산드리움(Alexandrium)’과 ‘짐노디니움(Gymnodinium)’ 등 특정 플랑크톤은 독성 대사산물을 생성한다. 조개류는 여과 섭식 과정에서 이를 함께 흡수해 체내에 축적한다. 조개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독은 먹이사슬을 따라 사람에게까지 이어진다.
2018년 국제학술지 Marine Drugs에 게재된 스페인 연구팀의 논문 역시 대량의 식물성 플랑크톤 증식과 그에 따른 독성 대사산물 방출이 해산물 중독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개류·홍합·굴·대합 같은 여과 섭식성 연체동물은 이러한 독소를 체내에 농축하고, 소비자는 그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패류독소는 그 작용 기전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비성패독(PSP)이다. 이름 그대로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입술과 얼굴 주변의 감각이 둔해지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호흡근 마비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설사성패독(DSP)은 주로 소화기계에 영향을 준다. 섭취 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메스꺼움과 구토, 복통,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탈수와 무기력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기억상실성패독(ASP)은 신경계에 작용해 일시적인 건망증이나 방향 감각 상실 등 인지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성패독(NSP) 역시 신경계 증상을 일으키는데 혀나 입안, 얼굴의 이상 감각과 함께 어지럼증이나 혈압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봄철에 마비성패독이 주로 발생한다. 3월 무렵 남해안을 중심으로 출현하기 시작해 해수 온도가 15~17℃에 이르면 농도가 최고치를 보이고, 18℃ 이상으로 오르면 점차 소멸하는 경향을 보인다. 봄 바다의 수온 변화가 독성 플랑크톤 증식 조건과 맞물리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해역에 서식하는 조개류, 피낭류라도 독소 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홍합은 굴이나 바지락보다 독화가 빠르고 농도도 높아 ‘지표생물’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정부의 패류독소 검사 역시 홍합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패류독소는 냉동·냉장하거나 가열 조리해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별도의 해독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섭취 후 입 주변 저림이나 구토·설사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연산 vs 양식, 무엇이 더 안전한가

이어서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패류독소는 자연산과 양식 사이에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패류독소의 지표생물로 활용되는 홍합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홍합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주로 동해안과 서해안 바위에 붙어 사는 토종 자연산 홍합, 일명 ‘담치’ 또는 ‘섭’이다. 다른 하나는 남해안을 중심으로 양식되는 ‘지중해담치’다.
자연산 홍합은 껍데기가 거칠고 표면에 이물질이 많아 손질이 까다롭다. 생산량도 제한적이다. 대신 맛이 진하고 향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양식 홍합은 크기가 비교적 일정하고 표면이 깨끗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홍합이 양식되는 ‘지중해담치’다. 세척과 선별 과정을 거쳐 출하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비교적 간단한 손질만으로 조리할 수 있다. 대량·안정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안전성은 어떨까. 사실 패류독소는 ‘자연산이냐 양식이냐’의 문제는 아니다. 패류독소는 조개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해역에 존재하는 독성 플랑크톤이 패류에 축적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홍합이 자라는 환경, 즉 “그 바다에 독성 플랑크톤이 있었는가”가 핵심 변수다.
자연산 홍합은 개인이 직접 채취해 바로 섭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는 공식적인 독소 검사나 모니터링이 개입되지 않는다. 위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커진다. 관리되지 않은 자연 채취는 상대적으로 중독 가능성을 높인다.
양식 홍합 역시 같은 바다에서 자라기 때문에 적조나 독성 플랑크톤이 발생하면 독소가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양식장은 해역 지정과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가 된다. 유통되는 제품 역시 생산지 확인 절차를 거친다.
패류•피낭류, 안전하게 먹으려면

국립수산과학원 또한 시중에 유통되는 양식 패류의 소비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전국 패류 양식장과 인근 해역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검사 결과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시중에 유통 중인 조개류와 피낭류(멍게 등)를 수시로 검사한다. 생산 단계뿐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도 다시 한 번 안전성을 확인하는 구조다. 2중, 3중의 안전망으로 바다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길목마다 안전 장치가 작동하는 셈이다.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돼 있다. 식품안전나라와 국립수산과학원 누리집에는 해역별 패류독소 발생 현황과 품목별 검사 결과가 수시로 공개된다.
결국 ‘자연산이 더 안전하다’거나 ‘양식이 더 위험하다’는 단순한 구도는 아니다. 안전을 좌우하는 것은 생산 방식이 아니라 관리와 모니터링 존재 여부다.

자연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변수도 함께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안심하고 그 맛을 누릴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고 있는 촘촘한 안전망 덕분이다.
그러니 봄 바다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채취의 낭만보다는 검증의 시스템을 신뢰하는 편이 더 현명할지 모른다. 혹시 모를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홍합과 바지락, 미더덕, 멍게 등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안전하게 유통되는 제품으로 즐기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