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혹시 기억하는가. 2016년, 환경부가 “가정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바깥의 ‘미세먼지 나쁨’ 수준보다 최대 28배 높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발표 직후 여론은 거셌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의식한 정부가 느닷없이 ‘고등어 탓’을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른바 고등어 물타기 논란이었다.
하지만 당시 발표의 취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환경부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핵심은 고등어가 문제가 아니라 요리 과정 자체였다. 조리 중에도 미세먼지가 상당량 발생하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구이나 튀김 요리를 피하고, 불가피할 경우 반드시 환풍기를 가동해 충분히 환기하자는 것이 본래의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주장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여러 연구로 뒷받침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1년 서경대학교·고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환기 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돼지삼겹살과 고등어를 조리할 경우 PM10과 PM2.5 농도가 최고치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자연 환기와 환기 장치를 함께 사용했을 때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한폐암학회가 국내 10개 대학병원 자료를 바탕으로 비흡연 여성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방에서 요리 중 발생하는 연기에 노출될 경우 폐암 발생 위험이 2.7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주일에 4회 이상 기름을 사용해 요리하는 경우엔 폐암 발생 위험은 최대 3.7배까지 상승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집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환경부의 보도자료는 과장이 아니다. 요리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미세먼지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폐암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폐암, 여전히 암 사망 1위

암은 여전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질병이다. 2026년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국내 암 발생률 2위를 기록했으며, 2015년 이후 사망 원인 1위를 줄곧 차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남녀 전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 역시 폐암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또 있다. 삼성화재 건강정보 통합 플랫폼 분석에 따르면 고령 여성의 폐암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60세 이상 여성 폐암 환자는 2020년 211명에서 2024년 414명으로, 불과 4년 만에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이 여성들은 모두 흡연자일까? 그렇지 않다. 국립암센터는 여성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흡연자라고 밝히며, 간접흡연과 환경적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전 세계 여성 폐암 환자의 최대 53%가 비흡연자인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환경적 발암물질의 결합이 이러한 현상의 핵심 원인이며, 비흡연자 폐암의 주요 원인은 간접흡연, 요리 매연, 미세먼지 등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바로 이 가운데 하나, 우리가 매일 무심코 마주하는 ‘요리 매연’이다.
폐암의 또 다른 원흉, 조리흄

“지난 5년간 폐암이 발생한 학교 급식 노동자가 자그마치 178명입니다. 더 이상 죽음의 급식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교육당국이 나서야 합니다.” 이 발언은 2026년 1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한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기획국장이 한 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각종 유해가스에 노동자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날, 국회에서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급식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폐암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화는 이어졌다. 지난 2월 4일, 서울시교육청은 19개 병원과 함께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 정례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가리키는 공통된 원인은 하나다. 바로 조리흄이다. 여성 폐암 환자의 주요 발병 원인이 흡연이 아닌, 주방에 있을 수 있음을 현장이 먼저 증명해 보인 것이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증기, 이른바 조리흄은 단순히 ‘요리할 때 나는 연기’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안에는 포름알데히드, 벤조피렌,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과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2024년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실린 창원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모든 학교 급식실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해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됐다. 중국 상하이 연구팀이 조리유 증기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벤조피렌과 디벤조안트라센과 같은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조리흄, 알고 보니 발암물질

조리흄은 230℃ 이상의 고온에서 튀김이나 구이처럼 기름을 사용하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입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 조리흄을 Group 2A, 즉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을 만큼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다.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각종 폐 질환은 물론, 폐암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분류의 근거는 명확하다. 국제암연구소는 2010년 발표한 “가정에서의 고체 연료 사용과 고온 튀김 조리” 보고서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유채유를 약 270℃의 고온에서 가열해 발생한 식용유 증기를 장기간 흡입한 마우스에서 폐암 발생이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조리흄을 Group 2A로 공식 분류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고온에서 생선이나 고기 속 단백질과 지방이 타는 과정에서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생성된다. 이 가운데 대표 물질인 벤조피렌은 IARC가 지정한 Group 1, 즉 ‘확인된 인체 발암물질’이다. 벤조피렌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될 수 있으며, 암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 연구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2017년 Journal of Cancer Research and Clinical Oncology에 실린 중국 연구팀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식용유 증기 노출은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여성의 폐암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큰 요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폐암 위험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보다 최근인 2023년, 미국 연구팀이 발표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를 중심으로 한 13건의 사례-대조 연구와 3건의 코호트 연구를 분석한 결과, 7건의 사례-대조 연구에서 조리용 기름 연기 노출과 비흡연자 폐암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반대로 2건의 사례-대조 연구에서는 환풍기 사용이 비흡연자 폐암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함께 보고됐다.
주방에서 줄일 수 있는 폐암 위험

국내외 연구들은 조리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가지 공통된 해법을 함께 제시한다. 바로 환기다. 환경부가 밀폐된 실험주택의 주방에서 재료 종류별 요리 과정 중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측정한 결과, 대부분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미세먼지(PM2.5) ‘주의보’ 기준인 90㎍/㎥를 초과했다.
다행히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요리 후 상승한 미세먼지 농도는 창문을 열어 환기할 경우 15분 이내에 평상시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은 구이·튀김 요리는 환기 후 약 15분, 상대적으로 발생량이 적은 볶음·끓임 요리는 10분 내에 미세먼지 농도가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경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작동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볶거나 굽는 등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요리에서는 조리 기구에 뚜껑을 덮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환풍기 망을 주기적으로 청소해 공기 흐름을 막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관리 포인트다.
조리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육류를 요리할 때는 구이보다는 삶는 방식이 권장된다. 고기를 구울 때 발생하는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 물질의 생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구이를 해야 한다면, 조리 전에 레몬즙 등으로 마리네이드를 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2025년 인도네시아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감귤류 기반 마리네이드는 구이 과정에서 지방 산화를 억제해 육류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안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귤류에 함유된 생리활성 화합물이 구이 중 발암성 물질 생성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 결과, 15% 레몬 기반 마리네이드를 사용했을 때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동시에 구운 고기의 부드러움까지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암을 유발하는 음식은 피하기

폐암 예방을 위해서는 요리 과정뿐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식습관과 암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 고기 및 가공육
특히 붉은 육류와 가공육의 과다 섭취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식습관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붉은 육류를 Group 2A(발암 가능 물질)로, 가공육을 Group 1(확정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2014년 국제 임상·실험 의학 저널에 발표된 중국 연구팀의 메타분석에서는 붉은 고기 관련 20개 연구, 가공육 관련 17개 연구를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가 폐암 위험 증가와 유의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량–반응 분석에 따르면 붉은 고기를 하루 120g 섭취할 경우 폐암 위험이 약 35% 증가했으며, 가공육을 하루 50g 섭취할 경우 폐암 위험이 2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의 기전으로 보존·조리·가공 과정에서 생성되는 N-니트로소 화합물, 헤테로사이클릭 아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등 돌연변이 유발 및 발암 물질의 노출을 지목했다. 또한 붉은 고기에 함유된 헴철과 포화지방 역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유도해 폐암 발생과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붉은 고기의 섭취량을 주 3회 이하, 조리된 기준으로 350~500g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공육은 가능한 한 섭취를 피하고, 불가피할 경우에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조언했다.

초가공식품
초가공식품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식생활 이슈 중 하나다. 심혈관질환, 암, 비만,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지목되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가공식품은 체내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대사 기능을 교란해, 장기적으로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의학협회(BMJ) 산하 국제 학술지 Thorax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폐암 발병 위험이 41% 높았다.
해당 연구는 약 12년간 10만 명 이상을 추적 관찰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연구진은 가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인공 첨가물과 식품 구조의 변화가 암 발생 위험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식단은?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국제 보건 기구는 암 예방을 위해 매일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식습관과 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들도 이러한 권고를 뒷받침한다.
Nutrients 학술지에 게재된 중국 연구팀의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건강한 식습관은 폐암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미국 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과일·채소·식이섬유·시리얼 섭취량이 많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가 적은 식단이 폐암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 더 나아가 2025년 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 Cell에 발표된 코호트 연구에서는 통곡물 섭취가 폐암 및 비소세포폐암(NSCLC) 발병률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십자화과 채소
특히 항암 식품 가운데서도 십자화과 채소는 가장 주목받는 식재료다.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등 채소가 항암 효과로 주목받는 이유는 설포라판(sulforaphane) 때문이다.
설포라판은 식이황화합물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항암 작용을 하며 십자화과 채소에 들어 있는 글루코라파닌이 수확 후 보관이나 조리 과정에서 분해되며 생성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설포라판은 암세포의 세포자멸사를 유도하고 종양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2017년 영양학저널에 발표된 일본 공중보건센터 연구에서는 비흡연자 남성의 경우 십자화과 채소 섭취량이 많을수록 폐암 위험이 약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마토
서양에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토마토가 그만큼 건강에 유익한 식품이라는 의미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핵심 성분은 라이코펜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노화를 늦추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라이코펜은 암 예방 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토마토를 10대 항암 식품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이러한 효능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된다. 2025년 Frontiers in Nutrition에 게재된 이란 연구팀의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식이 또는 혈중 라이코펜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전체 암 발생 위험과 폐암 사망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저지방식단
식단의 지방 구성 또한 폐암 위험과 관련이 있다. 2024년 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and Aging에 발표된 중국 연구에 따르면 저지방 식단(LFD)을 잘 준수한 경우 폐암 발병 위험이 낮아졌으며, 이 효과는 특히 흡연자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포화지방산을 과다 섭취할 경우 미국 중·노년층 성인의 폐암 위험, 특히 소세포폐암(SCLC)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감기로 오인하기 쉬워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주방이라는 일상 공간에서 조리흄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요리 환경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요리할 때는 반드시 주방 환풍기를 작동하고, 이 후에도 창문을 열어 충분한 환기를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가공육과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중심의 식단을 실천한다면 폐암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작은 생활 습관과 식탁의 변화가 결국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