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지난 2025년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는 우리 식탁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식약처가 ‘2019~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국민의 나트륨과 당류 섭취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 수치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 나트륨 섭취, WHO 권고량의 1.6배

2023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mg.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섭취량 2,000mg보다 약 1.6배 높은 수준이었다. WHO 권고 기준을 크게 웃도는 섭취 수준은 우리 식생활에 깊게 자리 잡은 ‘짠맛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이 그림자는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며 결국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삼삼한 식탁’의 의미와 그 실천 방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나트륨 섭취가 높은 편인 이유는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국민의 주요 나트륨 섭취 음식이 면·만두류(481mg), 김치류(438mg), 국·탕류(330mg), 볶음류(227mg), 찌개·전골류(217mg) 순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다섯 가지 음식군만으로도 하루 나트륨 섭취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를 개별 음식으로 나누어 보면 배추김치와 라면의 나트륨 섭취 비중이 높았고, 식품군별로는 조리에 사용되는 소금과 조미료, 장류, 절임류, 조림류가 전체 나트륨 섭취량의 74%를 차지했다. 결국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조리된 음식을 먹느냐’가 나트륨 섭취를 좌우하고 있다는 의미다.
식사 형태도 마찬가지다. 나트륨 섭취의 93%는 간식이 아닌 주식에서 비롯됐으며 주식 중에서도 가정식, 외식 음식, 편의식품, 단체급식 순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많았다. 집밥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인식과 달리 일상적인 식사 전반에서 나트륨 섭취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트륨을 과다섭취, 만성질환 일으켜

그렇다면 나트륨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금, 정확히는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다.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고 신경 자극을 전달하며 근육 수축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혈액량과 혈압을 조절하고 영양소의 흡수와 수송에도 관여한다.
문제는 나트륨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위암이다. 염분 섭취가 많을수록 위암 발병 위험이 2~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과도한 나트륨은 위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촉진해 위염을 유발하고 위산 분비를 감소시켜 헬리코박터균 침입을 쉽게 만든다. 이러한 환경이 위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에서도 이 같은 연관성이 확인된다. 2021년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utrition에는 중국 연구팀이 소금 섭취와 위암 발병률 및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메타분석 논문이 게재됐다. 총 490만 명을 대상으로 한 26개의 코호트 연구를 분석한 결과, 소금 섭취량이 많거나 중간 수준인 경우 모두 위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건강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핀란드 오울루 대학 연구팀은 중년 남녀 716명을 대상으로 평균 1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나트륨 섭취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보다 심방세동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나트륨 섭취량이 많을수록 만성 신장 질환 위험이나 기억력 손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나트륨 배출을 돕는 영양소 챙기기

나트륨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알지만, 사실 모든 음식을 싱겁게 바꾸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체내에서 나트륨 배출을 돕는 영양소를 함께 챙기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영양소가 칼륨이다. 칼륨은 신장에서 나트륨과 상호 작용하며 나트륨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소변을 통한 배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바나나, 고구마, 토마토, 시금치처럼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식단에 꾸준히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나트륨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2016년 국제학술지 Pediatr Nephrol에 발표된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식이 칼륨 섭취가 증가할수록 신장에서 나트륨 재흡수가 억제되고 소변으로의 나트륨 배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마그네슘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미네랄이다. 마그네슘은 체내 전해질 균형에 관여하며 나트륨-칼륨 교환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다. 마그네슘은 대두, 렌틸콩 같은 콩류와 아몬드 등 견과류를 통해 비교적 쉽게 보충할 수 있는데, 칼륨과 마그네슘이 충분하면 나트륨 배출이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10년 동안 감소하고 있는 나트륨 섭취량

한편, 우리나라 나트륨 섭취에 대한 실태가 꼭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831mg에 달했다. 무려 WHO 권고량의 2.5배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이후 나트륨 섭취량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었고 2023년에는 3,136mg까지 낮아졌다. 이는 2011년과 비교하면 약 35% 감소한 수치이며, 4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4.8% 줄어든 결과다. 여전히 권고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10여 년간의 변화만 놓고 보면 결코 작지 않은 진전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식약처의 역할이 컸다. 식약처는 2012년부터 ‘나트륨 저감화 종합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인 감축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의미 있게 평가받았다. 2020년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은 나트륨 섭취 저감 정책의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고혈압연맹(World Hypertension League)으로부터 ‘나트륨 섭취 줄이기 기관 우수상’을 수상했다. 나트륨 문제를 개인의 식습관 차원이 아니라 공중보건 과제로 다뤄온 정책의 결과였다.
국민들을 위한 나트륨 저감화 종합계획

그렇다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 식약처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해 왔을까? 감소세라는 결과 뒤에는 정책적 장치들이 촘촘히 깔려 있다.
먼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식약처는 ‘덜 단’, ‘덜 짠’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 기준」 제정을 추진했다. 나트륨과 당류를 줄인 제품을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기준은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현재는 유탕면, 김밥, 만두, 피자, 국, 찌개 등 다양한 가공·즉석조리식품에 ‘덜 짠’, ‘나트륨 줄인’ 등의 표시를 붙여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아무 제품이나 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 유통 중인 동일 품목 평균 나트륨 함량보다 10% 이상 낮추거나, 동일 제조사의 유사 제품 대비 25% 이상 나트륨을 줄인 경우에만 저감 표시가 허용된다.

제품 개발을 뒷받침하는 정책도 병행됐다. 식약처는 2021년부터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개발 기술지원 사업’을 매년 추진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은 나트륨과 당류를 줄인 식생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참여 업체들이 식약처가 제공하는 저감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자사 유사 제품 대비 25% 이상 나트륨을 줄인 제품 개발이 목표다.
식약처의 삼삼한 밥상

또한 가정에서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식약처에서는 나트륨·당류 저감 요리법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그 자료가 바로 ‘삼삼한 밥상’ 이다. 이 책자에는 단계별 나트륨 저감 조리법과 실제 조리 예시가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어,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삼삼한 밥상’에 수록된 저감 레시피는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에서 누구나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나트륨을 줄이는 일은 특별한 식단을 새로 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먹고 있는 음식을 조금 다르게 조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짠맛은 생각보다 쉽게 익숙해진다. 게다가 국물 요리에 친숙한 한국의 문화 특성상 늘 우리 식탁과 함께 해 왔다. 간이 심심하면 국간장 한스푼, 액젓 한스푼, 맛소금 조금 통통.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습관처럼 찾게 되는 것이 짠 맛일 테다.
건강을 위해 나트륨을 줄여야 하며, 이는 개인과 사회가 함께 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완벽하게 싱겁게 먹지 않아도 괜찮다. 전보다 덜 짜게, 그리고 조금 더 의식적으로 먹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