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공기만이 아닙니다. 식탁도 함께 바뀌죠. 겨우내 묵직했던 메뉴들이 하나둘 물러나고, 지금 아니면 못 먹는 맛들이 얼굴을 내밉니다. 그 중심에 있는 식재료 중 하나가 바로 주꾸미예요.
매년 3-4월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주꾸미 축제가 열리고 수산시장과 여행지가 동시에 바빠지는데요. 충남 서천의 동백꽃 주꾸미 축제, 보령 무창포 주꾸미 축제처럼 봄을 대표하는 지역 행사들도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짧은 제철, 짧은 기회. 그래서 봄 주꾸미는 해마다 더 특별한 존재가 됩니다.
주꾸미가 봄에 제철인 이유
주꾸미는 1년을 사는 생물로, 겨울 동안 깊은 바다에서 지내다가 수온이 오르는 봄이 되면 연안으로 이동해 산란을 준비합니다. 산란을 앞둔 3-4월, 주꾸미의 머릿속에는 흰 쌀알처럼 보이는 알이 가득 차오르는데요. 어민들은 이를 ‘주꾸미 쌀밥’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 시기의 주꾸미는 살이 통통하고 식감이 유난히 쫄깃합니다. 맛뿐 아니라 영양도 가장 밀도가 높아지는 시점이에요. 수산·식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산란기를 앞둔 주꾸미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타우린 함량이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자산어보’, ‘전어지’에서도 ‘초봄에 잡아서 삶으면 머릿속에는 흰 살이 가득 차 있는데 살 알갱이들이 찐 밥 같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이 반초라 하며 이 시기 이후에는 주꾸미가 여위고 밥이 없다’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산란기 전 3-4월 주꾸미는 연하고 쫄깃한 살에 고소한 맛과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봄 주꾸미는 그냥 주꾸미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주꾸미 속 영양 성분
그렇다면 봄철 주꾸미의 영양 성분은 어떨까요?
고단백 & 저칼로리
단백질은 근육 생성과 면역 기능 유지에 필수죠?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주꾸미는 100g 기준 약 21g 단백질을 함유합니다. 주꾸미 속 단백질은 체내에서 소화되며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근육·호르몬·효소 구성에 사용되는데요. 특히 산란 직전 주꾸미는 알과 조직에 에너지원 단백질이 농축돼 있어 맛도 쫄깃하고 영양도 높습니다. 열량도 부담이 적어요. 100g당 50kcal 안팎이며, 지방 함량은 1% 내외에 불과해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습니다.

타우린
주꾸미가 봄철 건강식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타우린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수산물성분표에 의하면 주꾸미 100g에는 약 1,300mg-1,600mg의 타우린이 들어 있는데 이는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우린은 간 해독을 돕고 피로 물질 배출을 촉진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간 기능 개선,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혈관 수축 완화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보고되어 왔습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매일 3-6g의 타우린을 먹은 사람은 이전보다 혈중 항산화 효소가 증가해 산화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게재된 배화여자대학교와 삼육대학교의 타우린 연구에서도 타우린이 세포막 산화 방지와 혈중 지질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심혈관계 위험 요소 완화와 신경세포 기능 유지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오메가-3 & 미네랄
주꾸미에는 DHA·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지방산은 혈액 순환 개선, 염증 조절, 심혈관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DHA는 특히 뇌 기능 및 기억력 유지와 관련된 중요한 성분으로 인지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소 중 하나입니다. WHO 와 미국인을 위한 2020-2025 식이 가이드라인 등 주요 영양 권고에 의하면 주당 최소 2번 이상의 해산물을 섭취하는 것이 오메가-3와 함께 비타민, 미네랄 섭취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주꾸미는 오메가-3 외에도 철분, 칼슘, 비타민 B12 등 다양한 미네랄, 비타민 성분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 봄철 춘곤증이나 무기력함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는 식재료입니다. 호주 머독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주꾸미 등의 생선과 해산물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오메가-3, 철·아연·셀레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어 심혈관과 뇌 건강, 면역력, 에너지 대사 전반에 긍정적인 것으로 밝혀졌어요.
주꾸미, 맛있게 먹으려면?
‘주꾸미 요리’하면 빠지지 않는 메뉴가 바로 ‘쭈삼’입니다. 매콤한 양념에 돼지고기와 주꾸미를 함께 볶아내는 이 조합, 생각만으로도 맛있죠? 돼지고기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상대적으로 높은 식재료인데, 주꾸미와 함께 먹게 되면 그 속에 풍부한 타우린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이 맞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 미나리나 양배추처럼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를 곁들이면 철분 흡수율까지 높일 수 있답니다.
사실 주꾸미는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느냐에 따라 건강 체감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요. 매콤한 볶음도 매력적이지만 위장이 약하거나 자극에 민감하다면 샤브샤브나 숙회처럼 담백한 조리법이 더 잘 맞습니다. 삶거나 샤브샤브로 즐기면 본연의 영양을 유지하고 소화도 편안하게 이뤄지죠.
간혹 주꾸미를 손질하다가 가늘고 긴 실 같은 물질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요. ‘기생충 아니야?’라며 놀라는 분들도 계실 텐데, 대부분은 기생충이 아니라 주꾸미의 생식기관(정소나 알)에 해당합니다. 여러 보도에서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듯, 이는 자연스러운 생리 구조로 세척과 조리를 거치면 섭취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알이 가득 찬 시기가 바로 제철이라는 증거이기도 하죠. 알고 나면 괜히 겁먹을 필요가 없는 포인트입니다.
제철 해산물 안전하게 섭취하기
제철 해산물은 안전하게 먹는 법을 모르면 위장 질환, 식중독, 자연 독소 노출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한 재료입니다.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 게재된 영국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일부 해산물은 자연 독소에 노출될 수 있고, 섭취 후 위장 장애 또는 신경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요.
이 독소는 해조류의 특정 시기 번식, 수온 변화 등 자연조건에서 생기며 체내에 축적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익히지 않은 생 해산물은 비브리오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미생물 오염에 취약할 수 있어요.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선도, 산지 정보, 검역 이력을 확인하고 믿을 수 있는 유통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철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고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요. 자연이 준 선물은 제대로 알고 섭취해야 더 꿀맛이니까요.
한편, 주꾸미는 점점 귀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초에는 저수온 현상 때문에 주꾸미 어획량이 1/5로 뚝 떨어지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주꾸미 어획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는데요.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작년 2월 말부터 4월까지 주산지인 서해안에서 위판된 주꾸미 물량은 404톤에 불과했으며, 5년 전에 비해 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어요.
이런 배경 속에서 해양수산부와 지자체들은 주꾸미 산란·서식장 조성 사업을 확대하고, 생태 기반 조성·서식 환경 개선·산란 구조물 설치 등 다양한 자원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쫄깃한 식감도, 진한 감칠맛도, 풍부한 영양도 모두 제철에만 가능한 조합이기 때문에, 어획량이 줄고 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더더욱 제철 주꾸미의 의미가 커집니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
이제 우리는 예전처럼 아무 때나,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어획량은 줄고 자원 관리는 더 중요해졌으며, 제철 해산물을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 역시 바뀌고 있죠.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건 제때, 제대로 즐기는 선택입니다. 가장 맛있고 영양이 꽉 찬 시기에 믿을 수 있는 유통 경로로 구매해 내 몸에 맞는 조리법으로 즐겨 보세요.
봄 주꾸미는 단순히 제철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게 아닙니다. 맛과 영양, 그리고 계절성을 모두 갖춘 식재료이기 때문이죠. 나른해지는 봄날에 에너지가 떨어진다고 느낀다면 한 번쯤 주꾸미 한 접시를 떠올려도 좋겠습니다. 봄 주꾸미는 자연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봄철 자양강장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