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 = 송나리] “진짜 음식을 먹어라(Eat real food).”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2025~2030년 식단 가이드라인(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 DGA)의 첫 문장이다. 새 가이드라인은 ‘건강한 지방’을 전면에 내세우며 육류, 버터, 우지 등 동물성 지방 식품도 식단에 포함하는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저지방·식물성 지방 중심’의 식이 권고를 사실상 뒤집는 변화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서도 감지된다. 원재료의 출처와 가공 여부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저탄고지(LCHF)’ 식단 열풍이 맞물리면서 ‘천연 버터’, ‘기버터’와 같은 이른바 ‘좋은 지방’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한때 동물성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피되던 버터가 건강한 지방의 한 축으로 다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SNS에서는 버터를 활용한 고지방 식단을 실천하는 인플루언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요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연예인이 버터를 즐기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한다. 실제, 최근에는 배우 문정희가 아침 루틴으로 ‘기버터’를 넣은 커피를 소개해 대중적 관심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따라온다.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버터를, 그것도 생으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선택일까? 그동안 ‘심혈관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던 버터가, 왜 ‘좋은 지방’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일까? 오늘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유행이나 인식이 아닌 과학적 연구와 자료를 바탕으로 버터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국내 버터 시장, 5년 동안 141% 증가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터 시장 규모는 2019년 178억원에서 2024년 기준 429억원으로 5년 새 141% 성장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려는 식단이 확산되면서, 프리미엄 버터처럼 질 좋은 지방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알고 보니 다양한 버터 종류

버터는 원유나 우유에서 분리한 동물성 지방을 원료로 만들어진 유지 식품이다. 영양 성분상 가장 큰 특징은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는 점이다. 버터 100g당 포화지방 함량은 48.1g으로 포화지방의 일일 영양성분 기준이 15g이라 생각하면 꽤 높은 편이다.
버터는 염분 함량에 따라 무염, 저염, 가염 버터로 구분할 수 있으며, 유지방 함량이 80% 이상일 경우 천연버터, 30~80%일 경우 가공버터로 분류되기도 한다. 최근 건강과 나트륨 섭취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저염 또는 무염 버터의 사용 빈도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주목받는 기버터

현재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연한 노란빛의 기(ghee)버터는 인도 요리에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천연 정제 버터다. 무염 버터를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키고, 기름과 우유 고형분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카제인, 유청 단백질, 락토스 성분이 거의 제거되기 때문에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버터가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이 확산되면서다. 특히 키토제닉 식단을 실천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커피에 기버터를 넣어 마시는 이른바 방탄 커피가 몇년전 유행처럼 퍼졌고, 아침 공복에 기버터를 한 숟갈 섭취하는 방식도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건강한 지방으로 기버터 섭취 경험을 공유하면서 대중적 인지도 역시 높아졌다. 또한, 얼마 전 배우 문정희는 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기버터를 직접 만드는 방법을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버터, 정말 건강에 좋은 지방일까?

변비예방과 장 환경 개선
기버터의 건강 효과로는 변비 예방이 자주 언급된다. 기버터에는 정제 과정에서 단쇄지방산(부티르산), 공액리놀레산(CLA), 중쇄지방산(MCFA), 장쇄지방산(LCFA)이 형성되는데 이들 지방산은 장내 미생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분으로 연구돼 왔다.
실제로 2020년 중국농업대학교 연구에서 중쇄지방산은 장내 병원균을 감소시키고 유익균을 증가시키며, 염증 및 면역 관련 경로를 조절함으로써 장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고지 다이어트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 우리 몸은 일반적으로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탄수화물 섭취가 제한된 상태에서는 에너지 대사 경로가 달라진다.
특히 아침 공복 상태에서 단쇄지방산 즉, 부티르산을 포함한 기버터를 섭취할 경우 일부 지방산은 간에서 케톤체 생성에 기여할 수 있다. 케톤체는 포도당 공급이 부족할 때 뇌와 근육에서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대사산물이다.
2025년 Biomedicines에 실린 연세대학교·한국방송통신대학교 공동 연구에 따르면 케톤체가 포도당 이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작용하는 핵심 대사 물질임이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지방 자체가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버터에 포함된 중쇄지방산은 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중쇄지방산 섭취가 ‘GDF15–GFRAL’ 식욕 억제 경로를 활성화해 음식 섭취량과 체중을 감소시켰다는 쥐 실험 결과를 독일·덴마크 공동 연구팀이 보고한 바 있다.

염증 완화 효과
기버터에 포함된 단쇄지방산인 부티르산은 염증 반응 조절과 면역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성분으로도 주목받는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로 2016년 BMC 소화기학에 발표된 중국 연구팀의 쥐 실험에서는 부티르산을 투여했을 때 말초혈액 내의 조절 T세포 관련 면역 반응이 증가하고, 염증을 촉진하는 Th17 면역 반응이 억제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해당 연구진은 또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항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증가했으며, 그 결과 쥐의 결장염 병변이 유의하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버터 한 스푼의 힘

버터는 오랫동안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으로 낙인 찍혀온 바 있다. 포화지방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콜레스테롤을 올리고 심장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포화지방과 심혈관 질환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연구들도 많이 대두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으로 2025년 유럽 임상영양학회지에 게재된 보스턴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버터 섭취량이 많은 집단일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낮고,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게, 중성지방 수치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약 31%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동물성 지방을 맹신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만으로 동물성 지방을 무조건 긍정적 평가하기에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버터와 기버터의 잠재적 이점을 시사하는 연구가 존재하는 동시에, 동물성 지방 섭취에 대해 경고하는 연구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와 루드윅 암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비만 생쥐 종양 모델을 이용해 섭취하는 지방의 ‘종류’가 종양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라드, 소기름, 버터에서 유래한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생쥐에서는 종양 성장이 유의하게 가속화됐다.
심혈관 건강과의 연관성 역시 여전히 박빙의 논쟁이다. 버터에 포함된 포화지방산(SFA)이 혈중 지질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임상 지질학 저널에 발표된 미국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식단이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 위험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버터 섭취량이 많을수록 전체 사망률과 암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버터, 이렇게 먹어라

버터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버터에 포함된 일부 지방산과 생리활성 성분은 건강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 시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과 심혈관계 부담,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의학계에서도 버터에 대한 신중론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버터 효능에 대한 연구와 관련해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다수 있으며, 포만감 조절 효과의 경우 개인차가 크기에 객관화하기 어렵다. 그리고 기버터와 버터 모두 열량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기 때문에 다이어트 목적의 섭취로는 권장하기 어렵다. 즉, 버터를 먹을 수는 있지만 체중 감량을 위한 ‘해결책’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버터를 먹어야 한다면 최대한 좋은 성분의 버터를 고르고, 제대로, 그리고 적당히 먹는 것이 권장된다. 버터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간식처럼 베어 먹거나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시중에서 버터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제품 뒷면의 영양성분표와 가공 유형도 확인해야 한다. 축산물 가공 유형에 ‘천연버터’로 명시돼 있고, 유지방 함량이 80% 이상인 제품을 추천한다. 반대로 유지방 함량이 낮거나, 가공 유지·팜유 등이 혼합된 가공버터는 영양적 이점이 적고, 쟁점이 되는 이슈가 많은 만큼 되도록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섭취량이다. 버터는 ‘조금’으로도 충분한 식품이다. 하루 한 스푼, 약 10~15g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이다.
아침 공복에 기버터나 천연버터 한 숟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침 식사를 그렇게 대체하다 보면 단백질과 식이섬유, 비타민과 미네랄 등 다른 필수 영양소의 섭취와 흡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한 가지 음식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양소가 고르게 담긴 식단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한 몸을 만들기에 유리하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내 몸의 상태를 먼저 살피는 일이다. 여러 식품 전문가들도 버터가 ‘좋은 음식인지, 나쁜 음식인지’를 따지기보다, ‘나에게 맞는 음식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버터를 연예인이 먹고, SNS 인플루언서가 간식처럼 먹는다고 해서 그 선택이 모두에게 건강한 습관이 될 수는 없다. 음식은 유행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결국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한 숟갈의 버터가 아니라,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식습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