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지난해 이맘때쯤 3월 초였다. 동네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정육 코너 앞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는데, 알고 보니 3월 3일 삼겹살데이 행사 중이었다. 아직 이른 오후 시간이었지만 진열대는 이미 텅 비어 가고 있었고 ‘삼겹살데이’라는 이름의 위력을 몸소 경험한 날이었다.
실제로 삼겹살데이의 힘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마트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삼겹살데이 행사 기간 돈육 매출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행사 물량으로 준비한 국산 삼겹살 320여 톤과 수입 삼겹살 120여 톤이 모두 소진됐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돈육 매출이 2024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이 시즌을 맞아 대대적인 할인과 판촉에 나서고, 소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장바구니를 채운다.
삼겹살데이에 소비자와 유통업계 모두가 진심인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인의 돼지고기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각별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돼지고기가 있다.
하지만 삼겹살 앞에서 마냥 마음이 편할 수만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돼지고기를 포함한 붉은 육류를 ‘발암 가능 물질 2A군’으로 분류했다. 또한 붉은 육류는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식품으로 꼽힌다.

이와 반대로, 영국 BBC Future는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영양 평가를 바탕으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식품 100가지’에서 돼지고기 지방에 100점 만점 중 73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육류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 영양 지침이 발표된 바 있다.
이처럼 돼지고기 섭취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위험을 경고하기도 하고, 또 다른 자료는 영양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삼겹살데이를 맞아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이것이다. “돼지고기, 정말 건강에 나쁜 걸까?” 그리고 더 나아가 “보다 더 건강하게 먹는 방법도 있을까?”
오늘은 삼겹살데이를 맞아 돼지고기 섭취가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짚어보려 한다.
이젠 ‘밥심’이 아닌 ‘고기심’

삼겹살데이는 매년 3월 3일, 숫자 3이 두 번 겹치는 날이다. 농가 소득을 높이고 돼지고기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로 축산업협동조합이 정한 비공식 기념일이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기억하는 날이 됐다.
이처럼 삼겹살데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한국인의 유별난 고기 사랑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인당 3대 육류(돼지·소·닭) 소비량은 60.6kg으로 같은 해 쌀 소비량 56.4kg을 훌쩍 넘어섰다. 말 그대로 ‘밥심’보다 ‘고기심’이 앞서는 시대다.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30kg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닭고기와 소고기 소비량을 합친 것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삼겹살의 경우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이자 외식 메뉴 1위로 꼽힐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사랑받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 영양학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삼겹살의 영양적 특성은?

삼겹살은 피로 회복과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비타민 B군과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이런 인식은 전통 의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돼지고기는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라 체내 부족한 진액과 기운을 보충해주는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동의보감]에는 돼지고기가 허약한 사람의 기운을 돋우고 음기를 보충하는 데 좋다고 기록돼 있으며, [본초강목]에서도 위장을 부드럽게 하고 체내 진액을 보충하며 근육을 튼튼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현대 영양학적 평가는 어떨까?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삼겹살구이 100g의 열량은 약 467kcal로 결코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당한 양의 단백질을 포함한 고단백 식품이기도 하다. 여기에 철분, 아연, 셀레늄 등 각종 미네랄도 함께 들어 있어 체내 대사를 촉진하고 빈혈 예방, 면역 기능 유지,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한다.

단백질
삼겹살구이 100g에는 약 22.56g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 성인 하루 권장 섭취량의 40% 이상을 충족한다. 2024년 국제학술지 Foods에 실린 포르투갈 응용영양연구그룹의 연구에서도 돼지고기는 고품질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B군과 아연, 철 등 필수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으로 평가됐다.
단백질은 실제 신체 회복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2025년 Nutrients에 발표된 미국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 사관생도를 대상으로 한 체력 테스트에서 돼지고기 기반 식단을 섭취한 그룹은 근육통과 염증 지표가 낮았고, 적혈구와 백혈구 수치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비타민B
뿐만 아니다. 삼겹살구이 100g에는 비타민 B1(티아민) 0.91mg, 비타민 B2(리보플라빈) 0.38mg, 비타민 B12 0.31㎍이 함유돼 있다. 국제학술지 Meat Science에 게재된 스페인 발렌시아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돼지고기 한 끼는 비타민B1 일일 권장섭취량의 평균 97%, B2의 25.8%, B12의 37%를 제공한다고 보고했다. 돼지고기가 비타민 B군의 주요 공급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비타민B1은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신경과 뇌 기능, 세포 대사에 관여하는 핵심 영양소로, 부족할 경우 피로와 집중력 저하, 신경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비타민B12는 적혈구 생성을 도와 빈혈을 예방하고 정상적인 신경 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며, 주로 육류 섭취를 통해 공급된다.

아연
아연은 면역 기능을 유지하고 체내 여러 생리 작용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돕는 필수 미네랄이다. 세포의 성장과 재생 과정에도 관여해 성장기나 회복이 필요한 시기에 특히 중요한 영양소로 꼽힌다. 육류 섭취가 영양 관리에서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삼겹살구이 100g에는 아연 2.75mg이 함유돼 있다.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Nutrition에 게재된 중국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돼지고기는 아연 함량이 비교적 높은 식품군에 속하며, 간이나 신장 등 내장 부위에는 더 많은 아연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했다.
돼지고기가 정말 발암물질일까?

삼겹살의 영양학적 장점을 살펴봤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짚어볼 차례다. “돼지고기, 몸에 해롭다고도 하던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돼지고기와 소고기 같은 붉은 육류를 ‘발암물질 2A군’, 즉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조리 방식이 중요한 변수다. 고기를 굽다 보면 불판 위에서 검게 그을리거나 탄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과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정보누리에 따르면 헤테로사이클릭아민은 돼지고기나 닭고기, 생선 등을 고온(약 300도 이상)에서 굽거나 태울 때, 고기 속 아미노산과 크레아틴이 당 성분과 반응하면서 생성되는 물질로, 국제암연구소는 이를 발암 가능 물질(2A군)로 분류하고 있다.

벤조피렌은 상황이 더 엄격하다. 고기를 직접 불에 닿게 하거나 기름이 불꽃에 떨어지면서 연기가 발생할 때 생성되며, 인체 발암물질(1군)로 분류된다.
역학 연구 결과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2023년 국제학술지 Foods에 게재된 중국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전 세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붉은 육류 섭취량이 많을수록 전체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심혈관 질환도 조심해야…

암만큼이나 주의해야 할 것이 심혈관 질환이다. 돼지고기를 포함한 붉은 고기는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편으로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연구 결과 역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2023년 유럽심장저널에 실린 홍콩·뉴욕 공동 연구에 따르면 붉은 고기는 생고기든 가공육이든 섭취 형태와 관계없이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건강하게 먹는 법

그럼에도 돼지고기는 영양학적으로 충분히 건강한 식재료다. 문제는 ‘고기’가 아니라 섭취량과 조리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육류를 적절하고 현명하게 먹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발암물질 발생 줄이기
고기를 구울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연기와 그을린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벤조피렌이나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과 같은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러한 물질의 생성을 줄일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 있다.
고기를 굽기 전 레몬즙을 고루 뿌려 약 10분 정도 재워두는 것이다. 레몬에는 비타민C와 플라보노이드 등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고온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화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로즈마리와 같은 허브를 함께 활용하면 항산화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2023년 학술지 Food Quality and Safety에 게재된 중국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허브나 향신료를 활용한 마리네이션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보여준다. 특히 마리네이드 과정에 레몬즙 1.2%를 첨가했을 때, 구운 고기의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 함량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이보다는 삶거나 쪄서 먹기
삼겹살을 고온에서 장시간 굽는 바비큐 방식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과 같은 유해물질 생성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아예 굽는 방식을 피하고 삶거나 찌는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도 유해물질 노출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쌈장과 기름장은 피하기
삼겹살을 먹을 때 흔히 곁들이는 쌈장이나 기름장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두 소스 모두 열량과 염분 함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삼겹살구이 100g에는 이미 나트륨이 576mg 들어 있으며, 이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약 28.8%에 해당한다. 여기에 쌈장이나 기름장까지 더하면 나트륨 섭취량은 쉽게 기준치를 넘을 수 있다.
우리는 짝꿍→마늘, 양파, 상추

쌈장과 기름장 대신 채소를 곁들여 보자.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붉은 육류가 포함된 식사에 곁들이면 소화 건강을 돕고 포만감을 높이며, 혈당 조절과 장내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채소를 먹으면 좋을까? 고기와 특히 궁합이 좋은 채소가 있다. 바로 마늘과 양파, 그리고 상추다. 이 세 가지는 항산화 성분과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해,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선정한 벤조피렌 독성 저감 식품 목록에도 포함돼 있다.
식약처는 한국인이 고기와 함께 자주 섭취하는 식품을 대상으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실험한 바 있다. 벤조피렌을 처리한 간암 세포에 각 식품의 추출물을 첨가한 뒤 48시간 후 세포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계피와 샐러리, 홍차, 딸기, 그리고 양파·상추·마늘 등이 비교적 높은 독성 저감 효과를 보였다.
이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삼겹살을 먹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채소는 단연 양파(18.2%), 상추(15.31%), 마늘(9.75%)이다. 다음에서는 이 세 가지 채소가 왜 ‘삼겹살의 짝꿍’으로 불리는지, 각각의 과학적 근거를 살펴보려 한다.

양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속 주요 성분만을 추출해 동일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양파에 풍부한 퀘르세틴은 벤조피렌 독성을 36.23% 낮추는 효과를 보여 가장 높은 저감률을 기록했다.
해외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2년 Journal of Food Protection에 발표된 중국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패티를 대상으로 양파 추출물과 양파 껍질 추출물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벤조피렌)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추출물 모두 PAHs 생성을 억제했으며, 특히 양파 껍질 추출물에서 가장 강한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마늘
마늘에는 강력한 항산화·항암 작용을 하는 유기유황화합물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며,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도 보고돼 돼지고기와의 궁합이 특히 좋은 식품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생마늘의 건강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도 다수 존재한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연구팀은 생마늘 섭취와 건강 지표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임상시험 12편과 관찰연구 10편을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생마늘 섭취량이 많을수록 간암, 식도암, 폐암 등 일부 암의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상추
상추 또한 발암성분 억제 효과가 확인된 채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별 발암물질 저감 효과를 비교한 실험에서 상추는 벤조피렌 독성을 약 60%까지 낮춘 식품으로 보고된 바 있다. 상추의 항암 가능성은 세포 실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발표된 터키 연구에서 상추 추출물이 폐암 세포주(A549)와 유방암 세포주(MCF-7)에서 세포 생존율을 감소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상추 한 장이 암을 막아주는 만능 해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기 섭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발암 부담을 줄이는 데 있어, 상추는 가장 쉽고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돼지고기를 먹을 때 상추, 양파, 마늘을 함께 곁들이는 것을 권한다. 돼지고기는 성질이 차가운 식품으로 분류되는데, 상추와 양파, 마늘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성질을 지닌 채소들이다. 이 조합은 찬 성질로 인한 소화 부담을 완화하고, 기혈 순환과 소화 기능을 돕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돼지고기가 문제라기 보다 어떻게, 무엇과 함께 먹느냐가 건강을 좌우한다.
다가오는 삼겹살데이를 맞아, 고기를 더 잘 먹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구이를 고집하기 보다는 찜을 해 먹거나, 담백한 수육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득이하게 구이로 즐긴다면 채소를 곁들이는 선택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