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건강 식단 챌린지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을 때에도 현미밥을 고르는 사람이 늘고, 마트에서는 올리브오일 등 건강 식단 관련 재료가 인기 폭발인데요. 짧게 스쳐 가는 유행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하게 늙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식단은 뭘까요?
다섯 가지 대표 건강 식단

AHEI: 건강 노화 1등 식단
AHEI는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이 2002년 처음 개발한 건강 식습관 지수로, 단순히 ‘잘 먹는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만성질환 위험을 얼마나 낮추는 식사 패턴인지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 생선을 충분히 섭취할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붉은 고기, 설탕, 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감점됩니다. 특히 트랜스지방과 나트륨 섭취는 엄격하게 제한돼요. 높은 점수의 식단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은 AHEI 상위 20% 그룹은 하위 20% 그룹보다 70세에 건강하게 노화할 확률이 86% 높고, 75세에선 2.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영국 바이오뱅크 13만여 명을 13.5년간 추적한 연세대학교의 연구에서는 AHEI 점수 상위 그룹의 치매 위험이 약 23%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AHEI 점수가 높을수록 '세포 노화 시계'로 불리우는 텔로미어의 길이 감소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과 함께 해당 식단이 세포 수준의 노화 지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답니다.

AMED: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지중해식
지중해식 식단은 관상동맥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식단으로 잘 알려져 있죠. AMED는 이 지중해식 식단을 서구 식문화에 맞게 변형한 버전으로, 기본적인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일상에서 실천하기 쉽게 조정한 식단이에요.
치즈, 유제품, 육류 섭취 비율이 높은 서구 식습관을 고려해 완전한 전통식이 아닌 실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점수화한 것이 특징이죠. 올리브오일 중심의 불포화지방과 해산물, 통곡물과 콩류 등의 식품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포화지방과 가공식품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 식습관을 완벽히 바꾸기 어렵다면 버터 대신 올리브오일, 흰쌀 대신 통곡물, 가공육 대신 생선, 디저트 대신 견과류처럼 지방의 종류를 바꾸고, 질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뇌와 심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MEDAS: 가장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
MEDAS는 우리가 흔히 아는 지중해식 식단을 14개 문항으로 점수화해 채소·콩류·통곡물·올리브오일은 더 많이, 붉은 고기·가공식품·포화지방은 더 적게 섭취하는 식단입니다. 식물성 식품과 좋은 지방을 중심에 둔 식단이 만성 염증을 줄이고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유지해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영국 바이오뱅크 13만여 명을 13.5년간 추적한 연구에서 MEDAS 점수 상위 그룹의 치매 위험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위험이 21% 낮았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대사 건강이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MEDAS의 보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인데요. 이는 혈관 기능 개선과 염증 감소가 인지 건강 보호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DASH: 혈압 조절을 위한 검증된 식단
DASH는 1990년대 미국 국립보건원 지원으로 개발된 식단으로, 처음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약 없이 혈압을 낮출 수 있을까?’ 결론은 놀라웠습니다. 약을 쓰지 않고도 혈압 개선 효과가 나타났죠. 나트륨과 포화지방을 최소화하고, 과일과 채소는 충분히, 통곡물과 저지방 유제품을 포함한 식단만으로 혈압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DASH는 현재 고혈압뿐만 아니라 뇌와 심장을 지키는 심혈관계 질환 예방의 정석으로도 대표되고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 예방의 목적으로 개발된 식단은 아니지만 혈관을 보호함으로써 뇌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주는 식단으로 알려져 있어요.
지난해 존스홉킨스 대학교 연구진은 제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DASH 식단을 저나트륨 버전으로 변형한 DASH4D를 적용했는데요. 그 결과 수축기 혈압이 평균 4.6mmHg, 이완기 혈압이 2.3mmHg 감소했습니다. 이런 혈압 강하 효과는 실제 뇌졸중 위험, 심혈관 질환 위험과 연결됩니다. 혈압이 5mmHg만 낮아져도 뇌졸중 위험은 약 10-15% 줄어들죠. 연구진은 해당 연구를 통한 혈압 감소 효과가 당뇨 환자에게 뇌졸중 위험 14%, 심혈관 위험 6%, 심부전 위험 8% 감소와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MIND: 뇌를 위한 맞춤 식사법
MIND는 MEDAS와 DASH 식단의 장점을 결합해 뇌 건강과 인지 저하 예방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식사법입니다. 항산화(잎채소, 베리류), 좋은 지방(올리브오일, 견과류), 영양 밀도(통곡물, 생선)를 위주로 뇌에 좋은 영양소를 확실하게 챙길 수 있도록 설계된 식단이에요.
JAMA Psychiatry에 발표된 중국, 미국, 영국 공동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MIND 식단을 준수하는 것이 중년과 노년층에서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추며, 최고 점수군과 비교했을 때 치매 위험이 약 17% 낮은 것으로 밝혀졌어요. 식단이 곧 뇌 건강의 전략이 되는 셈입니다.
식단으로 건강 속도 조절하기

여러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종합했을 때, 결론은 한 가지입니다. 식단을 바꾸면 건강의 속도도 바꿀 수 있다는 것. 염증을 줄이는 식단을 오래 유지할수록, 노화 과정에서 다중 질환이 쌓이는 속도가 늦어집니다. 체중·혈압·혈당 등은 몇 주~몇 달 안에도 변화가 바로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혈압이나 당뇨 전 단계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가공식품과 설탕이 든 음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좋은 건 알겠는데, 식단 이름도 어렵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현미, 귀리, 콩, 채소 반찬, 생선, 김, 두부 등은 상당 수 MIND·AHEI와 겹친다고 볼 수 있어요. 쌀 대신 잡곡밥, 나물 반찬, 두부 또는 콩 반찬, 생선 또는 해산물, 올리브유 또는 식물성 지방 활용 등으로 충분히 구성할 수 있죠. 완벽한 식단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오늘 밥상에서 무엇을 하나 줄일지, 무엇을 하나 바꿀지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전략이 됩니다.
하루 한 끼에서 시작하는 변화

건강 식단을 한다고 하루아침에 질병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연구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병이 생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확실히’ 늦출 수 있다고.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지만, 어떻게 늙을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생선 하나, 올리브오일 한 스푼, 잎채소 한 접시, 그리고 가능하면 가공식품 줄이기. 이 작은 선택들이 뇌와 심장의 시계를 조금씩 느리게 돌려줍니다. 정말 중요한 건, 결국 매일 식탁에 놓여 있는 우리의 결정들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