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고기’ 괜찮나..맛있게 태운 그 한 조각, 몸에는 무엇이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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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고기’ 괜찮나..맛있게 태운 그 한 조각, 몸에는 무엇이 남을까

고기그릴바비큐훈제
2026.02.20
이지민이지민
FOOD SCANNER
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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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스캐너=이지민] 얼마 전 큰 마음 먹고 찾아간 고급 레스토랑에서 메인 스테이크 옆면 둘레가 까맣게 그을려 나온 것을 보고 의아했습니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애써 탄 부분을 제거하고 먹느라 고생을 좀 했지요.

뿐만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가족과 대학가 근처 유명 체인 고깃집을 갔는데 고기를 반쯤 태워서 주는 것이었습니다. 가게 사장님에게 컴플레인을 할 겸 이유를 물었는데, 그 연유가 더 놀라웠습니다. 요즘 젊은 학생들은 고기가 타야 맛있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태워서 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탄 음식’



탄 요리가 고급 음식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방송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인기 프로그램들을 봐도 ‘탄 음식’이 마치 하나의 미식 코드처럼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기는 어느 정도 타야 맛있다”는 말이 사실상 관행처럼 통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단순한 취향을 넘어, '일부러 태우는' 특정 조리 방식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고기를 필두로 음식물 및 식재료가 고온에서 타거나 그을릴 때 생성되는 일부 화학물질이 인체 건강과 관련해 우려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탄 맛’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지금, 그 유행이 건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분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HCAs, PAHs 발암 물질 생성이 문제



탄 음식과 건강 위험의 논의는 감정이나 비평이 아니라, 비교적 명확한 과학적 쟁점을 기반으로 전개됩니다. 핵심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고온 조리(특히 직화, 숯불, 팬에서 강한 시어링) 과정에서 고기 표면과 연기에서 생성될 수 있는 발암성 물질군 생성입니다. 둘째는 그 물질군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한 조리 및 섭취 형태입니다. 이 두가지 방향을 이해하면 탄 음식을 둘러싼 위험을 '무조건적인 공포'나 '문제 없음' 중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근거 중심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먼저 미국의 국립암연구소인 국가암정보센터(NCI)는 고기를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특히 문제 될 수 있는 화학물질로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를 주목했습니다. NCI는 고기를 매우 높은 온도에서 오래 조리하거나 불꽃 또는 뜨거운 금속 표면에 직접 노출시키는 방식이 이러한 물질의 생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직화 접촉을 피하고 과도한 고온이나 장시간 조리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는데요.


또한 고기를 고온에 올리기 전에 전자레인지로 일부 익혀 고온 접촉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HCAs 형성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바비큐, 그릴, 훈제 줄줄이 도마 위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고기를 먹으면 무조건 암이 생긴다”가 아니라는 것이죠. 고온·장시간·직접 화염·그을림·연기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 ‘우리가 원치 않는 화학물질’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고, 조리 습관을 조정하면 그 생성을 줄일 여지가 있다는 점입니다. 위험을 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유행이니 괜찮다”는 식의 무관심 역시 합리적이지 않기에 적어도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같은 근거들을 심도있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PAHs의 대표적 물질로 자주 언급되는 벤조(a)피렌(benzo(a)pyrene)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그룹1 물질로 분류되어 왔는데요. IARC 자료에 따르면 PAHs가 식품에서도 노출원이 될 수 있고 특히 바비큐, 그릴과 같은 고온 가열 및 훈제육으로 대표되는 스모크 노출 식품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탄 맛’은 단지 풍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연기와 고온 반응이 결합된 환경에서 건강에 위해한 유해물질로 기능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식문화에서 ‘그을림’이 유행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 우리 먹거리에서 곧 연기·직화·고온·표면 탄화의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되고 이것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유럽에서는 ‘식품오염물질’로 분류



미국 뿐만 아니죠. 유럽은 이 문제를 ‘식품오염물질(contaminants)’이라는 카테고리로 다뤄 왔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식품 속 PAHs 노출은 관리 대상이며, 측정·감시·기준 설정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 비추어 봤을 때, 탄 음식에 대한 논쟁은 개인 취향 문제가 아닌 국제 규제기관이 오염물질 평가 체계로 다뤄온 영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탄 고기를 먹으면 실제로 어떤 건강 문제가 생기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요. 여기서 과학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답합니다. HCAs와 PAHs는 실험 및 독성학 연구에서 DNA 손상과 관련된 특징이 보고되어 왔고, 인체 역학 연구에서는 고온 조리육 섭취와 일부 암(예: 대장암 등) 위험의 연관성이 제시되어 왔다고 말이지요.


암센터 등 주요 기관들의 안내



물론 개인별 요인을 제치고 “탄 고기를 한 번 먹었으니 암에 걸린다” 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누적 노출 빈도, 식생활 전반의 상황(채소·섬유질 섭취량, 가공육/적색육 섭취량), 흡연·음주·비만·운동 여부와 같은 큰 요인들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존재합니다. 이 점 때문에, 신뢰할 만한 기관들은 대체로 '공포 조장'보다는 '노출을 줄이는 실천 팁'을 함께 제시하기도 합니다.

실제 주요 암 관련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불꽃을 낮추고, 기름기를 줄이며, 탄 부분을 잘라내는” 등의 실천적 권고를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암연구협회(AICR)는 고기를 낮은 불에서 조리하면 HCAs와 PAHs 생성을 줄일 수 있고, 지방과 육즙이 불꽃에 떨어져 불길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탄 부분은 잘라내고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안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나 파버(Dana-Farber) 암센터는 고기나 생선 등을 양념장에 재는 마리네이드와 같은 준비 과정이 고온 조리 시 위험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권고하기도 합니다.


미식으로 포장된 ‘탄 고기’.. 되짚어봐야



탄 음식은 사실 미국이나 유럽보다 한국에서 더 찾아보기 쉽습니다. 한국은 삼겹살의 나라 아니겠습니까. 회식이나 외식 문화에 불판 직화 고기를 즐기는 빈도가 높은 편이고, 동시에 “겉면이 바삭하게 익어야 맛있다”는 선호가 강하기도 하죠.

더욱이 요즘처럼 '일부러 태우는' 트렌드가 성행하는 상황에서는 청년층 세대부터 누적 노출이 많을 수 밖에 없다보니, 유행이 굳어지기 전에 안전한 메시지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멋’이나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음식을 검게 그을리는 탄화를 미식의 상징처럼 보이게끔 하는 사회적 흐름은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탄 음식이 “맛있다”는 선호는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선호가 사회적 유행이 되어 “고기는 바싹 익혀 타야 맛이지” 라는 암묵적 룰로 굳어질 때,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해야 할 때입니다. “탄 음식의 위험성”은 국제적으로 축적된 독성학과 규제 관련 논의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외식업계, 미디어,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이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FOODDITOR
이지민
이지민
맛보다 먼저, 성분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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