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떡은 참 특별하고도 친숙한 음식이다. 설 명절 상차림부터 잔칫날, 축하의 순간까지 늘 빠지지 않고 우리 곁에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떡은 혈당 걱정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저속 노화, 웰니스 라이프가 화두가 된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떡은 어쩐지 시대 흐름에서 살짝 비켜난 음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이 명절만 되면 “떡은 조금만 먹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이유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멀어져야 할 간식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혈당은 걱정되지만 떡을 좋아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가오는 설, 떡을 완전히 끊지 않고도 조금 더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떡 뒤에 숨어 있는 함정, 혈당

떡은 쌀가루나 찹쌀가루처럼 곡물가루로 만드는 음식이다.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글루텐이 없다는 점 때문에 비교적 순한 음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떡을 만드는 데 쓰이는 쌀가루는 입자가 매우 작아 소화·흡수가 빠르다는 점이다. 그만큼 혈당도 빠르게 올라간다.
여기에 단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이 들어가면 혈당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진다. 실제로 떡은 혈당이 오르는 속도가 백미 한 공기를 먹는 것만큼 빠른 편이라, 일부 전문가들은 떡을 간식이 아니라 ‘식사에 가까운 음식’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이 문제는 대부분 떡을 단독으로 먹는다는 점이다. 단백질이나 지방, 식이섬유 없이 떡만 먹으면 더 많은 탄수화물이 한꺼번에 체내로 들어가 혈당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특성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2018년 영국영양학저널에 실린 경희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찹쌀과 백미 기반의 떡은 소화 효소 접근이 쉬워 혈당을 빠르고 크게 올린다고 설명한다. 특히 같은 재료라도 ‘찐 떡’이 혈당 부담이 가장 크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혈당이 올라가면 우리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신호를 보낸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변화는 입이 계속 마르는 느낌이다.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 몸이 이를 희석하기 위해 조직에 있던 수분을 혈액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쉽게 피곤해지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 식사 후 갑자기 나른해지고 졸음이 쏟아진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는데, 이 과정에서 혈당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피로감과 멍한 느낌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될 때다. 혈당이 자주 급등하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대한 세포 반응이 둔해지고, 이는 결국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2012년 미국 심장 저널에 실린 이스라엘 셰바 의료센터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혈당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공복 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독립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과 뇌 건강의 연관성도 주목할 만하다.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을수록 기억력 저하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보고가 있다. 만성적으로 높은 혈당이 뇌혈관과 신경을 손상시켜 인지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Journal of Epidemiology에 공개된 일본 시가 의과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 공복 혈당 수치가 1 mmol/L 높아질 때마다 인지 능력 선별검사 점수가 0.38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단기 기억 영역에서도 유의한 역상관 관계가 확인됐다.
이런 경향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2년 알츠하이머병 저널에 발표된 이스라엘 연구팀은 비당뇨 노인을 대상으로 혈당 조절 변화와 인지 기능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당화혈색소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미니 정신상태 검사(MMSE) 점수가 1.37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성별, 교육 수준, 심혈관계 요인 등을 보정한 이후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떡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다이어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떡 살은 잘 빠지지도 않는다.” 어렸을 때 떡을 먹던 나에게 엄마가 하셨던 말인데,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리고 살아보니, 엄마 말씀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떡은 실제로 체중 증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떡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과하게 섭취하면 남은 에너지는 지방으로 축적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떡은 먹고 나면 더부룩한 느낌을 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포만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혈당이 빠르게 올라갔다가 다시 급격히 떨어지면서 허기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 많은 음식을 찾게 되고, 과식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2021년 영국·스웨덴·미국 공동 연구팀은 식욕 및 에너지 섭취량 조절에 있어 식후 혈당의 중요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기준치 대비 평균 혈당 감소는 식후 2~3시간 후 공복감 증가, 다음 식사까지의 시간 단축, 이후 에너지 섭취량의 유의한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혈당지수 탄수화물 섭취가 저혈당지수 식품에 비해 공복감을 더 크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과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한 미국 터프츠 대학교 연구팀의 논문도 있다.
칼로리 역시 가볍지 않다. 백설기 100g은 230kcal, 인절미는 242kcal, 꿀떡은 228kcal로 알려져 있다. 간식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여기에 꿀, 설탕, 앙금, 시럽 등이 들어간 떡이라면 칼로리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즉 활동량이 적은 시간에 떡을 먹게 되면, 소비되지 못한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떡은 저지방·저나트륨 식품

그렇다고 떡을 무조건 나쁜 음식으로만 볼 수는 없다. 떡은 저지방·저나트륨 식품으로 자연 곡물을 주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양소를 잘 갖추고 있다. 밀도있는 탄수화물 덕분에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 빠르게 힘을 보태주는 역할도 한다.
결국 떡은 ‘무조건 피해야 할 음식’이 아니라, 먹는 양과 방법만 현명하게 조절한다면 충분히 좋은 간식이 될 수 있는 음식이다.
공복에 단독으로 먹지 않기

가장 중요한 원칙은 떡을 공복에 단독으로 먹지 않는 것이다. 간편하다는 이유로 아침 대용으로 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건강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공복 상태에서 탄수화물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혈당이 빠르게 상승하고, 그 결과 오전 내내 쉽게 허기가 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떡을 먹을 때는 반드시 단백질과 식이섬유 식품을 함께 곁들이는 것이 좋다. 두유, 견과류,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고 포만감도 더 오래 유지된다.
실제로 2018년 인도 연구팀이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아침식사를 분석한 결과 탄수화물 식사로 우유를 넣은 시리얼에 과일과 견과류를 함께 섭취했을 때 혈당 반응이 더 낮고 안정적이었으며 포만감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뜻한 차와 함께 먹기

개인적으로 떡을 먹을 때는 커피보다는 차를 곁들이는 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따뜻한 차를 곁들이는 것은 혈당 관리에 꽤 도움이 된다. 보이차, 우엉차, 계피차, 여주차 같은 전통차에는 혈당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성분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보이차는 대엽종 찻잎을 발효해 만든 차로, 여러 연구에서 체지방 감소와 혈당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이 보고돼 왔다. 특히 2011년 베이징 중서의학 통합대학원 연구팀은 보이차 추출물이 대사증후군 환자의 비만 개선, 혈중 지질 조절, 혈당 강하, 항산화 작용에 잠재력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엉차 역시 혈당 관리에 유용하다. 우엉에는 식이섬유와 이눌린과 같은 프리바이오틱 성분이 풍부해 장 건강을 돕고, 인슐린 민감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022년 식품과학·생명공학 학술지에 실린 한국·방글라데시 공동 연구에서는 우엉의 활성 성분이 대사 건강과 인슐린 작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여주차는 혈당 개선에 도움이 되는 차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22년 식품과학·생명공학 학술지에 게재된 고신대학교·경상국립대학교·㈜콜마 공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여주는 당뇨병 전단계 성인에서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떡을 차갑게 먹기

또 하나의 방법은 떡을 차갑게 먹는 것이다. 물론 떡은 갓 쪄낸 따뜻한 상태가 가장 맛있지만, 건강을 고려한다면 식혀서 먹는 편이 더 낫다. 떡을 식히면 전분 구조가 변하면서 ‘저항성 전분’의 함량이 증가한다.
저항성 전분은 우리 몸의 소화 효소에 잘 분해되지 않는 전분으로 일반 전분처럼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되지 않는다. 대신 식이섬유처럼 대장까지 도달해 발효되며, 그 과정에서 혈당 상승은 완만해지고 포만감은 오래 유지된다. 또한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영양 및 당뇨병 학술지에 발표된 폴란드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저항성 전분이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리 직후 제공한 쌀밥을 섭취한 그룹과 조리 후 24시간 냉장 보관한 뒤 재가열한 쌀밥을 섭취한 그룹을 비교한 결과, 냉각 처리를 거친 쌀을 먹은 경우 식후 혈당 상승 폭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이는 쌀과 같은 전분 식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생성된 저항성 전분이 혈당 반응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천 팁으로는 떡을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 뒤 자연 해동해서 먹어보자. 차갑게 먹으면 쫄깃한 식감이 살아나, 따뜻할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저당 떡과 곤약 떡 활용하기

최근에는 저당 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저속 노화’, ‘제로당’ 트렌드에 맞춰 설탕이나 단순 탄수화물을 줄인 제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백미 대신 현미, 귀리, 보리, 병아리콩, 아몬드 가루 등을 사용하고, 설탕 대신 대추·호박·고구마 같은 자연 식재료로 단맛을 낸다. 알룰로스나 스테비아 같은 대체 감미료를 활용한 제품도 많다.
특히 현미는 백미보다 혈당지수(GI)가 약 20% 낮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빠르게 느끼게 해 과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해 Experimental Biology 2016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백미 설기떡, 현미 설기떡, 백미·현미 혼합 설기떡이 식후 혈당과 인슐린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그 결과 현미 설기떡이 혈당 증가 곡선 아래 면적(AUC)과 인슐린 반응이 가장 낮았으며, 식후 3시간 동안의 포만감도 10~15% 더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현미 설기떡이 식후 혈당과 인슐린을 낮추고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성 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곤약 떡도 빼놓을 수 없다. 곤약은 100g당 약 14kcal에 불과할 만큼 열량이 매우 낮지만,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은 상당히 높은 식품이다. 곤약을 반죽에 섞어 만든 곤약 떡은 일반 떡보다 칼로리 부담이 적고, 식이섬유 섭취까지 늘릴 수 있어 다이어트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이어트 식품 사이트 다신샵에서는 탄수화물 함량을 약 50%까지 낮춘 곤약현미떡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떡 전문 브랜드 떡미당은 ‘당안심 고단백 찹쌀떡’을 출시했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팥을 사용하고, 100% 국내산 현미찹쌀과 견과류를 더해 식이섬유 섭취까지 고려했다. 특히 당뇨 환자용 식단형 식품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받아 혈당 관리를 신경 쓰는 사람들도 비교적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다.
떡은 요즘 트렌드인 저속 노화와는 거리가 있고, 혈당 부담을 주는 음식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떡이 주는 맛의 기쁨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싫어한다면 모를까, 좋아하는데 혈당이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포기하기엔 아쉽다.
양을 조금 줄이거나, 먹는 방법을 바꿔 현명하게 즐긴다면 떡도 충분히 좋은 먹거리 선택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다. 다가오는 명절에는 무조건 참기보다는 저당 떡을 선택해 따뜻한 차와 함께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