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설 묵직한 한상 차림, 속은 가볍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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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설 묵직한 한상 차림, 속은 가볍게 즐기자

명절음식설날음식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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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스캐너=송나리] 설날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부터 설렌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집안 가득 퍼지는 음식 냄새, 상 위를 가득 채운 풍성한 음식들. 이 모든 것이 명절을 특별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풍성한 밥상은 때로는 우리 몸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갈비찜, 떡국, 각종 전처럼 고지방·고열량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지고 즐거운 대화 속에 젓가락질은 자연스럽게 잦아진다. 그리고 술잔이 오가며 과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늦잠과 불규칙한 생활 리듬까지 더해진다면? 속이 편할 리 없다.

2019년 허벌라이프가 조사한 한국인의 명절 식생활 습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93%가 명절에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먹는다고 답했다. 반면, 활동량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71%에 달했다. 명절에 가장 끊기 힘든 음식으로는 술(30%)과 자극적인 음식(25%)이 꼽힌 것도 주목할만한 내용이었다. 즐거운 명절이지만, 식습관만 놓고 보면 몸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인 셈이다.


칼로리까지 풍성한 명절음식, 속은 버겁다



명절에는 소화가 잘되지 않아 답답함이나 더부룩함, 복부 팽만감, 속 쓰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분명하다. 명절 음식 대부분이 고열량·고지방·고나트륨이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어 혈당과 혈압까지 함께 올라갈 수 있다. 특히 고구마전과 오징어튀김, 육전은 개인적으로 ‘명절 하면 떠오르는 음식 베스트 3’다. 문제는 이 세 가지 모두 칼로리가 높기로도 손꼽힌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고구마전 100g은 약 227kcal, 오징어튀김은 163kcal, 육전(소고기산적)은 227kcal에 달한다. 쌀밥 100g이 약 120kcal임을 떠올리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열량이다. 한 장, 두 장 먹다 보면 어느새 칼로리로 탑을 쌓게 될 것이다.


선물로 자주 들어오는 떡과 한과도 만만치 않다. 쫄깃한 깨송편은 100g당 약 224kcal로 한 개당 60~70kcal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대표적인 한과인 약과는 100g당 399kcal로 열량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들은 한두 개로 끝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칼로리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주성분이 탄수화물이라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약과의 경우 탄수화물이 84.89g, 이 중 당류가 16.89g을 차지한다. 공복에 먹거나 간식으로 먹게 된다면, 혈당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높다. 떡과 한과는 주로 찹쌀가루, 쌀가루, 설탕 등 정제 탄수화물을 주요 원료로 한다. 이들은 체내에서 빠르게 포도당으로 전환되며, 그 결과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리기 쉽다. 정제 탄수화물은 단당류나 이당류 형태라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 결과도 이러한 내용을 보여준다. Foods 학술지에 게재된 2025년 미국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백미는 혈당지수가 높아 주식으로 섭취하는 국가에서 포도당 불내증이 악화되고 당뇨병 발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됐다. 찹쌀 역시 혈당지수가 77~99로 높은 편에 속하며, 소화 과정에서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찹쌀을 정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도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서울대학교·가톨릭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한국영양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성인의 식사 혈당지수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식품이 혈당지수가 76인 흰쌀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이 찹쌀이었다. 이후 순위로는 가래떡, 백설기, 설탕, 보리 순으로 조사됐다.


가족 식사 자리에서 빠지면 섭섭한 잡채와 갈비찜도 주의가 필요하다. 잡채 한 그릇(200g)은 약 300kcal로, 채소가 많아 가벼워 보이지만 당면이라는 탄수화물에 기름과 간장 양념이 더해져 생각보다 열량이 높다. 갈비찜은 200g 기준으로 약 400kcal에 달한다. 이들은 나트륨 함량도 만만치 않다. 잡채는 약 700mg, 갈비찜은 600mg 이상을 함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밥 한 공기까지 더하면 한 끼만으로도 고열량·고나트륨 식단이 되기 쉽다.


떡국 한 그릇과 나이 한 살 더



설날 아침이면 빠지지 않고 먹게 되는 떡국 한 그릇. 그리고 우리는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그런데 늘어나는 건 나이만이 아니다. 자칫하면 뱃살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떡국은 탄수화물 비중이 매우 높은 음식으로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돼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과식으로 인해 체내에 남은 탄수화물은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먹는 설날 아침의 떡국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기 쉽다. 정제 탄수화물인 떡과 고나트륨 육수가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떡국 한 그릇(500g 기준)은 약 420kcal이며, 탄수화물 81.85g, 나트륨 880mg이 함유되어 있다.


달콤한 유혹,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럼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명절 음식은 맛있다는 것. 그렇다고 이 먹는 즐거움을 외면할 수는 없다. 명절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가 아니라, 가족과 시간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우리도 즐기면 된다. 다만 현명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어떤 음식이든 조리 방법만 바꿔도 칼로리와 나트륨 섭취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전과 부침은 밀가루와 기름 사용을 최소화하고,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하면 보다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육류는 굽거나 튀기기보다 찌는 방식을 선택하고, 나물은 볶는 대신 데치거나 삶아 조리하는 것이 좋다.

갈비찜은 끓는 물에 한 번 데쳐내 기름기와 불순물을 제거한 뒤 조리하고, 완성 후에는 식혀 떠오른 기름을 걷어내면 지방 섭취를 더 줄일 수 있다. 양념은 저염 간장을 사용하고, 배·사과·양파를 갈아 넣으면 자연스러운 단맛과 풍미가 더해져 조미료 사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잡채는 채소를 듬뿍 넣고 당면의 양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당면은 100g당 350kcal 이상으로 열량이 높을 뿐 아니라 혈당지수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국제학술지 Nutrition & Diabetes에 게재된 싱가포르 연구팀의 논문에서는 아시아 국가에서 자주 섭취되는 식품들의 혈당지수를 분석했는데, 당면의 혈당지수는 60으로 보고됐다.

탄수화물인 당면 대신 콩나물이나 버섯, 두부면 등을 활용하면 칼로리는 낮추면서도 식감과 풍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떡국도 조리와 먹는 순서만 바꾸면 훨씬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건강 다이어트 전도사로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 이희경이 공개한 레시피에서는 떡국 떡 대신 새송이버섯을 활용한다. 떡국 떡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새송이버섯으로 채우면 탄수화물 섭취를 자연스럽게 낮출 수 있다. 씹는 식감은 유지하면서도 포만감은 오히려 커진다.

고열량의 주범인 육수의 지방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소고기 육수에 포함된 포화지방은 녹는점이 높아 온도가 낮아지면 고체화되는 특징이 있다. 육수를 전날 미리 끓여 냉장 보관하면 표면에 지방층이 떠오르는데, 이를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열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완성된 떡국을 먹기 전 나물 반찬으로 식이섬유를 먼저 섭취하고, 새송이버섯을 한입 먹은 뒤 떡국 떡을 먹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공복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연구팀이 Diabetes Car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한 뒤 탄수화물을 먹은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식후 포도당 수치와 인슐린 분비량이 유의하게 낮았다.


휴식 모드 중에도 생활 루틴은 유지



연휴가 시작되면 하루 종일 누워 쉬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나 역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다만 명절을 보다 건강하게 보내고 싶다면 최소한의 생활 리듬만큼은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은 소화를 돕고, 틈틈이 물을 마시면 과다 섭취된 나트륨 배출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식사 자리에서도 작은 습관 차이가 몸의 부담을 줄인다. 짧은 시간에 몰아서 먹기보다는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먹어보자. 작은 접시에 먹을 만큼만 덜어 먹는 것도 과식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식사 직후 식혜나 약과, 떡 같은 단 음식으로 바로 이어지는 후식은 가능하면 피하고, 먹자마자 눕는 행동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금물이다.

실제로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실린 영국 연구팀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식사 속도가 느린 사람들은 빠르게 먹는 사람들보다 에너지 섭취량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에 필요한 것은 ‘참기’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루틴을 지키는 여유일지도 모른다.


먹을 땐 즐겁게, 남길 땐 현명하게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고 해서 설날 음식 보관에 방심해선 안 된다. 기름기와 수분이 많은 명절 음식은 생각보다 쉽게 상하거나 맛이 변한다. 전이나 튀김류는 기름 함량이 높아 공기와 닿으면 산패되기 쉬우므로, 반드시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나물류 역시 수분이 많아 금세 무르거나 변질될 수 있어 조리할 때부터 먹을 만큼만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특히 냉동 보관 후 해동하면 맛과 식감이 크게 떨어지므로 가급적 단기간 내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육류와 떡은 냉장 보관 시 짧은 기간 안에 섭취하고, 오래 두어야 한다면 냉동 보관이 안전하다. 다만 냉동 상태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품질 저하와 위생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오래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결국 명절 음식도 ‘많이’보다 ‘적당히’ 준비하고, 다시 먹을 만큼만 남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풍성한 명절 한 상은 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 즐거움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잘 먹는 명절’만큼이나 ‘건강한 명절’도 중요하다. 이번 설날에는 가족과 함께 조금 더 가볍고 특별한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과식하기보다는 먹을 만큼만 덜어 천천히 즐기고, 식사 후에는 술잔 대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차 한 잔을 곁해보자.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명절을 보내는 데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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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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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이 행복 0순위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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