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요즘 유독 많이 들리는 건강 경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뜨거운 음료가 식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와 관련하여 세계보건기구와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연이어 보도되면서 커피와 차를 ‘얼마나 뜨겁게 마시느냐’가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뜨거운 음료 섭취가 흡연·음주와 겹칠 경우 식도암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했죠.
실제로 식도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뜨거운 음료 섭취, 흡연, 음주가 함께 꼽히는데요. 특히 국내 식도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식도 편평세포암의 경우 이 세 가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음료의 ‘온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섭씨 65도 이상의 매우 뜨거운 음료를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Group 2A)’으로 분류합니다. 이는 붉은 고기 과다 섭취, 실내 목재 연기 노출과 같은 위험군과 같은 단계인데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음료의 종류가 아니라 온도라는 점입니다. 커피든 차든, 심지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허브차나 녹차라도 너무 뜨거우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란셋종양학회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도 이상의 뜨거운 차를 자주 마신 집단은 식도암 발생 위험이 8배, 60-64도의 뜨거운 차를 즐겨 마신 집단은 식도암 발생 위험이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5만여 명의 데이터를 평균 11년 이상 추적 분석한 결과에서도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섭취했을 때 식도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뜨겁게 마시는 문화 자체가 지역별 식도암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인데요. 남미의 전통 마테차 문화는 높은 온도의 음료 섭취와 식도암 증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음료 성분 자체보다 온도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가암정보센터는 이 사례를 예시로 들며 식도암 예방을 위해 뜨거운 음료나 음식을 먹을 때 주의할 것과 지나치게 뜨거운 음식은 식혀서 먹을 것을 권장했습니다.
뜨거운 음료+나쁜 습관은 위험을 폭발시킨다

식도는 위와 달리 강력한 점막 보호층이 없습니다. 뜨거운 음료가 지나갈 때마다 미세한 화상에 가까운 열 손상이 반복되고, 이 손상이 누적되면 만성 염증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손상된 세포가 재생되는 동안 DNA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인데요.
국가암지식정보센터에 따르면 뜨거운 음료 등으로 인한 열 자극으로 점막이 이미 손상되었다면 알코올과 흡연 독소에 취약해지기 쉬우며, 재생 과정에서 돌연변이 누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요. 식도 점막에 뜨거운 음료로 인한 열 자극은 단독으로 식도암 발생 위험을 높이기도 하지만 흡연과 음주 같은 익숙한 위험 요인과 결합하면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뜨거운 국물도 조심!

이 밖에도 많은 연구에서 뜨거운 음료가 식도암 위험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는데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뜨거운 음식, 특히 국물이나 수프처럼 온도가 높은 음식도 식도암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도서관에 등록된 호주 연구팀의 메타 분석에서는 뜨거운 음식과 음료 섭취가 식도암 위험 증가와 관련되어 있고 식도 편평세포암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고 말했습니다. 뜨거운 음식과 음료를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식도암 위험이 약 1.8배 높았으며, 특히 식도 편평세포암 발생 위험은 약 2.3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죠.
그렇다면 안전한 온도는 몇 도일까?

PMC에 게재된 미국, 영국, 이란 등 공동 연구팀의 체계적 검토에 따르면 뜨거운 음료는 삼킬 때 식도 내 온도를 일시적으로 6-12도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65도의 커피를 한 모금(약 20ml)만 마셔도 식도 내부 온도가 12도까지 상승한다는 것인데요. 이런 반복된 열 자극은 점막 손상을 누적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셔야 식도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요?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진들은 기준점으로 55-60°C 미만을 음료 온도로 권합니다.
뜨거운 음료를 마시기 전 입술에 닿았을 때 뜨겁다고 느낀다면 아직 식도에는 과한 온도일 가능성이 커요. 그럴 땐 뚜껑을 열고 3-5분 정도 식혀서 음료 온도가 10-15도 정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도록 한 뒤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 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면 식도 온도가 급등할 위험이 커지므로 작은 모금으로 나눠서 마시는 것이 좋으며 우유나 물을 섞어 온도를 낮추는 것도 식도 건강에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식도암 걱정된다면 ‘이것’ 충분히 섭취하기

식이 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는 식도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암학회 등 전 세계 보건 기관은 비타민 C·베타카로틴·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이 식도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루 400g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는데요.
PMC에 게재된 중국 연구팀의 30년 추적 연구에 따르면 신선한 과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식도 편평세포암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과일 섭취는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 등의 항산화제와 식이섬유 증가를 통해 DNA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어요. 특히 여성과 비흡연, 비음주자에서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도 건강을 오래 유지하도록

뜨거운 음료 한 모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 한 숟갈. 이 자체가 곧바로 암을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얼마나 뜨겁게, 얼마나 자주, 어떤 습관과 함께 반복되느냐죠. 연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식도암은 단일 요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온도, 음주, 식습관 문제가 겹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거예요.
다행히 이 위험은 생활 속 선택으로 충분히 낮출 수 있습니다. 음료는 한 김 식혀서, 국물은 호호 불어 천천히. 뜨거운 음료를 마실 땐 작은 모금으로 나눠 마시고, 가능하다면 우유나 물을 더해 온도를 낮추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과일과 채소처럼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단을 더하면 반복된 열 자극으로부터 식도를 회복시키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식도는 하루에도 수십 번, 우리가 삼키는 모든 것을 가장 먼저 견뎌내는 통로입니다. 오늘 마시는 음식의 온도가 당장은 별일 없어 보여도 10년, 20년 뒤의 식도 건강을 좌우할 수 있어요. 따뜻한 음식과 음료를 즐기고 싶다면 너무 뜨겁지 않게, 적어도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60도를 넘기지 않는 적당한 온도로 따뜻함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