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대한민국이 드디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섰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반면 출산율은 0.75명. 세계 최저 수준이다.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듯, 인구 구조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가능인구는 2025년 3591만명에서 2070년 1737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 변화는 의료와 주거, 유통 등 산업 전반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변화의 중심에는 ‘시니어’가 있다. 이들은 더 이상 ‘노년층’이 아닌 새로운 소비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식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에 맞춘 영양, 건강을 위한 식습관, 그리고 취향까지 챙기는 시니어 맞춤식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 듯 ‘푸드위크 코리아’는 2025년 식생활을 바꾼 푸드트렌드 TOP5 중 하나로 ‘실버푸드’를 꼽았다.
초고령 사회의 도래, 1000만 시니어 시대

유엔(UN)에서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면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10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노인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통계청은 2035년에는 노인 인구가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건강증진개발원 또한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2008년 79.6세에서 2021년 83.6세로 늘었고 2030년에는 85.5세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질병없이 살아가는 기간, 즉 건강수명 역시 2008년 68.9세에서 2030년에는 73.3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의학의 발전도 있지만 ‘욜드족(Young+Old)’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니어 세대의 등장이 이런 변화를 앞당겼다. 운동하고,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고, 영양 밸런스를 직접 챙기는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욜드족,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언급한 욜드족. 이들은 은퇴 후에도 경제력을 유지하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동기를 지닌 세대로 불리운다. 특히 건강 관리를 위한 지출에 아낌이 없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2024 서울시 중장년의 소비 및 정보활용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대비 5년새 5060 소비액이 급증했다. 55-59세 소비액은 2019년 5189억5800만원에서 2024년 8179억2200만원으로 57.6% 증가했다. 은퇴 직후 연령대인 60-64세 소비액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4028억6200만원에서 6569억9300만원으로 63.1% 급증했다.
유통업계가 이 흐름을 놓칠 리 없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욜드 문화센터’ 강좌를 확대했고, 현대홈쇼핑은 5060을 위한 ‘영시니어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하나투어는 시니어 맞춤 여행전 ‘욜드 블렌디드 기획전’을 열어 크루즈, 골프, 인문학, 트레킹 여행을 한 데 묶었다. 욜드족은 지금, 산업계의 가장 활발한 고객군으로 조명되고 있다.
시니어 맞춤 외식과 헬스케어의 진화

외식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이랜드 외식 사업 법인 ‘이랜드이츠’의 한식 뷔페 ‘자연별곡’은 튀김류를 줄이고 연한 찜, 구이 메뉴를 늘리며 시니어 친화 메뉴로 리뉴얼 했다. 그 결과 50대 이상 소비자 비중이 2023년 4분기 38.9%에서 2024년 2분기 42.5%로 꾸준히 증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시니어 시장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 대웅그룹은 계열사인 대웅개발을 통해 시니어센터 진출을 검토 중이다. 종근당 계열 종근당산업은 요양시설 ‘벨포레스트’를 이어 ‘헤리티지너싱홈’을 인수하여 사업을 확장했다. 이들이 시니어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헬스케어는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플랫폼”이라 평가했다.
한편, 경희대학교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는 이런 욜드산업이 헬스케어, 바이오, 가전, IT를 비롯한 모든 산업과 연결돼 지난해 72조원에서 2030년에는 168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 예상했다.
케어푸드 시장, 올해 3조원 규모 예상?

케어푸드란 노인이나 환자처럼 씹고 삼키기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영양 균형과 소화 용이성을 고려해 만든 식품을 뜻한다. 고령친화식품, 실버푸드, 시니어푸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연평균 7.9% 성장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관련 시장 규모가 2020년 2조원에서 2025년 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당뇨, 암, 고혈압, 신장질환 등 맞춤형 식단 ‘메디푸드’를 247종 출시하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상승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메디푸드 식단을 2028년까지 430종으로 약 70% 확대할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의 시니어 특화 케어푸드 브랜드 ‘헬씨누리’는 자체 PB 상품 유통 매출이 2021년부터 3년간 연평균 123% 늘었다. 요양시설과 노인복지시설 등 시니어 급식 식자재 유통 사업도 202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 아워홈의 ‘케어플러스’ 역시 실버타운과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케어푸드, 병원식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케어푸드는 한 때 요양시설, 병원 환자식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늘날 케어푸드는 건강 목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웰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풀무원의 ‘디자인밀’이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취향에 맞춰 구성된 식단 구독 서비스로, 단순히 영양을 채우는 데서 나아가 ‘식습관의 루틴’을 제안한다. 특히 ‘얇게 펼친 꼬꼬불고기’, ‘짜먹는 양갱(팥/샤인머스캣)’ 등 3종의 경우 지난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고령친화우수식품’ 인증까지 받았다. 또한 중장년층 대상으로 ‘디자인밀 체험단’을 운영하여 케어푸드로 일상 속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시니어층을 겨냥한 케어푸드는 이제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벗어나 가까운 마트, 편의점, 구독서비스로도 만날 수 있다. 브랜드와 제품군은 다양해지고 맛과 형태 역시 훨씬 생활형으로 바뀌었다.

또한 케어푸드는 더 이상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언제나,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22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500명 중 무려 70%가 케어푸드 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CJ제일제당의 ‘얼티브’는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음료 브랜드로 지금 시니어 영양음료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균형영양식’과 ‘당뇨영양식’ 2종으로 구성된 ‘얼티브 식물성 영양식’은 한 팩에 5대 영양소를 담아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긴다.
30년 역사를 가진 대상웰라이프 ‘뉴케어’는 시니어 영양식 시장의 대표 주자다. 2025년 기준으로 환자용 식품판매 부문 11년 연속 1위를 지키며 국내 케어푸드의 성장사와 함께 해왔다. 최근 선보인 ‘오트아몬드맛’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 13종의 비타민과 12종의 미네랄까지 담아 식사를 거르기 쉬운 현대인이나 회복기 환자, 시니어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케어푸드다.
매일유업의 ‘메디웰’은 고령친화식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메디웰 구수한 누룽지맛’은 노년내과 전문의와 공동 개발해 ‘소화가 편안한 영양식’을 지향한다. 유당 0g의 락토프리 제품이라 유제품에 민감한 사람도 부담없이 섭취할 수 있다. 또한 국산 쌀로 만든 누룽지 분말은 한국인의 입맛을 정확히 겨냥했다.
일동후디스 역시 ‘하이뮨 케어메이트’의 신규 라인업으로 홈쇼핑 전용 ‘고단백 당뇨식’을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영양보충식이 아닌, 건강 목표별로 세분화된 케어푸드의 시장의 흐름이 이 제품군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케어푸드를 고를 때 기억해야 할 것들

시니어 소비자에게 케어푸드는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만큼 케어푸드를 올바르게 고르는 법도 중요하다.
먼저 식약처 인증 마크와 기능성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 다음 내 몸 상태에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산업표준은 케어푸드를 경도와 점도에 따라 3단계로 엄격하게 분류한다. 이는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1단계의 경우 치아로 씹어서 섭취가 가능한 단계로 일반적인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부드러운 고기 조림이나 연화 반찬 등이 해당된다. 2단계는 잇몸으로 으깨어 섭취가 가능한 단계다. 치아가 약하거나 없는 시니어 대상으로 부드러운 죽 형태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혀로 으깨어 섭취가 가능하다. 삼킴 기능이 크게 저하된 고령자의 식품으로 알맞다.
또한 특정 질환을 가졌다면 맞춤형 식단을 찾아보자. 대상 뉴케어의 경우 당뇨 환자용 ‘당플랜’, 암 환자용 ‘캔서플랜’, 신장 질환자용 ‘KD’ 등 질환별로 세분화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참고로, 처음 시도하는 제품은 소용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제 시니어는 ‘돌봄의 세대’가 아니다. 디지털에 나름 익숙하고, 유행에 빠르고, 자신만의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한다. 특히 ‘욜디락스(Young Old + Relax)’라 불리는 5060 세대는 건강과 여유, 그리고 소비의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덕분에 케어푸드는 더 이상 ‘의료식’이 아닌 ‘웰빙 푸드’로 진화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젠 ‘노인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오히려 외면당해요. 시니어를 위한 제품은 많지만, ‘시니어용’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아요.”
통계청 2023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55~69세의 1인당 소비 금액은 25~39세의 85% 수준에 달한다. 15년 전보다 시장 규모는 두 배 이상 성장했고 그들의 지갑은 더 이상 조용하지 않다. 이에 경희대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이 세대의 소비는 외식, 교육, 여가, 건강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존이 아닌 ‘삶의 질’을 위한 소비죠.”
건강을 챙기면서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이들. 그래서 지금, 시장은 이들을 주목한다. 새로운 소비의 중심은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