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요즘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로코노미인데요.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를 합친 말로, 지역의 농·축·수산물을 소비하면서 로컬 경제를 살리는 활동을 뜻합니다. 단어만 들으면 다소 학술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는데요. 실제로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요. 카페에서 마시는 시즌 음료,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한정판 디저트, 심지어 패스트푸드 버거 하나에도 로코노미가 숨어 있죠.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고민을 할 때, 누군가는 편의점 신상 디저트를 누군가는 지역 특산물로 만든 시즌 한정 음료를 찾습니다. 요즘은 단순히 맛집 리스트를 뒤적이거나 배달 앱을 찾는 사람들보다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지역 특산물’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로코노미 열풍이 한정판 유행템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로코노미 제품을 실제로 구매해 본 경험이 81%가 넘고 구매 의향 또한 83%를 넘습니다. 이름은 몰라도 다들 이미 먹고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코노미, 왜 뜨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새로움과 재미입니다. 로코노미는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만 나는 재료를 활용했다는 그 ‘스토리’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지역의 정체성을 소비하는 거죠.
두 번째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제철에 나오는 농산물은 가장 신선하고 맛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냉장·운송 비용이 줄어 탄소 발자국을 낮추는 친환경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맛도 좋고, 지역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 콘텐츠와 연결되는 힘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식을 각 지역과 국가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보았는데요. 예를 들면, 순천 매실 음료를 마시면서 순천만국가정원을 떠올리고 제주 감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제주 여행을 연상하는 식이에요. 식품에서 그치지 않고 경험의 일부로 나아가는 거죠.
MZ세대에게 유독 인기 있는 이유

트렌드의 중심에는 늘 2030 MZ세대가 있습니다. 이들은 소비를 단순한 구매로 보기보다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행위로 여기는데요. 2022년 롯데멤버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가 가치소비를 경험했으며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이 같은 경향이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즉, MZ세대의 소비가 개인적 만족을 위한 행위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진화하면서, 구매 전에 기업·공급망·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투명성과 신뢰성 등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죠. 또,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체 수명 주기를 평가하고 즉각적 만족보다 선택의 장기적 영향을 고려합니다.
202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환경 문제와 사회적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소비 행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고 해요.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표현을 중시하기 때문에, 특정 트렌드가 인기를 끌 때 MZ세대 층에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져 보이기도 합니다.

로코노미가 MZ세대 사이에 빛을 발하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SNS의 콘텐츠화입니다. 로코노미를 통해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해.”, “나는 지역 농가를 응원해.”와 같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소비 선택에 담아내고, 다시 SNS에 확산시키죠. 예를 들어, 같은 커피라도 “오늘 이천쌀 라떼 먹어봤음ㅋㅋ”라는 한 줄이 그냥 라떼를 먹었다는 것보다 더 많은 관심과 반응을 불러옵니다. 소비 자체가 곧 인증샷, 곧 콘텐츠가 되는 시대이기에 이야깃거리가 있는 음식은 언제나 환영을 받아요.
또, 유튜브·틱톡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먹방 크리에이터들도 로코노미 확산에 큰 역할을 합니다. 지역 특산물로 만든 한정판 메뉴를 소개하는 영상은 빠르게 공유되고, 그 지역의 이름은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죠. 로코노미가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여기에 놓치면 아쉬운 소비 심리까지 자극합니다. 이번 시즌에만 나오는 메뉴, 이번 달에만 맛볼 수 있는 과일 같은 한정판 요소는 힙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아닐 수 없죠.
제철·산지 직송의 매력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지 직송’이라는 키워드는 백화점이나 프리미엄 마켓의 전유물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카페 신메뉴, 패스트푸드, 편의점 간식까지 제철·산지 직송 열풍이 불고 있죠. 할리스커피는 청도의 홍시, 문경의 오미자, 나주의 배를 활용한 시즌 음료를 선보였고, 더벤티는 라떼·아인슈페너·베이글 등 다양한 메뉴에 경기도 이천쌀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했어요. 메가커피도 경기도 여주시와 지역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여주쌀을 활용한 메뉴를 출시했죠.
과자 업계에서도 제철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분주한데요. 롯데웰푸드는 고창 꿀고구마를 활용해 카스타드, 마가렛트, 빈츠, 크런키 등의 과자를 새롭게 변신시켰습니다. 해태제과도 지난 가을 한정판 햇밤 에디션을 출시했는데요. 맛동산, 오예스, 후렌치파이, 구운밤, 영양갱이 그 주인공으로 지난해 10월까지 총 150만 개 한정 수량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로코노미 마케팅에 가장 진심인 브랜드. 맥도날드는 지역 상생 프로젝트인 ‘한국의 맛’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역 농산물로 만든 한정판 버거와 음료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하반기에는 익산 고구마로 만든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와 순천의 대표 특산물인 매실을 활용한 순천 매실 맥피즈 음료를 출시해 화제가 되었어요.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는 출시 한 달 만에 240만 개 판매를 기록하며 지역 농가에서 무려 200톤이 넘는 고구마가 팔렸다고 해요.
제철, 산지 직송 키워드가 인기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신선함, 희소성, 스토리텔링. 맛있다는 차원을 넘어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가 청도 홍시로 만든 거래.”, “이건 이천쌀로 만들었대.”라는 설명 자체가 소비의 즐거움이 되고 곧 스토리텔링이 되는 거죠. SNS에 올릴 때는 자연스럽게 지역 홍보대사 역할도 하게 되고요.
음식 이상의 의미

로코노미가 단순한 먹거리 여행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지역 상생과 경제적·사회적 가치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맥도날드의 ‘한국의 맛 프로젝트’는 지난 4년간 약 617억 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어요. 지역 브랜드 인지도 상승, 농가 소득 증대, 농산물 폐기 비용 절감까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신메뉴 하나가 지역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를 준 거죠.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로코노미는 새로운 여행 같은 즐거움을 줍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카페에서 순천 매실, 진도 대파, 익산 고구마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평소엔 관심 없던 지역 이름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어느새 “가보고 싶다”는 여행 욕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소비 풍경

이제 로코노미는 한순간의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식문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외식업계에서는 제철 재료로 만든 신메뉴가 잇따르고 있고, 단체 급식에선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하여 구내식당에 납품하는 모델이 실험 중입니다. 식품 제조사도 잉여 농작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으로 제로 웨이스트와 로코노미를 동시에 잡으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즉, 먹거리 전반을 바꾸는 구조적 흐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긍정적인 시선만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가격이 비싸다, 시즌 한정이라 금방 사라진다, 진짜 지역 농산물 맞냐… 등등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건 로코노미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해요. 지역 농산물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으면 가격은 오르고, 신뢰성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금방 등을 돌리거든요.
그래서 일부 지자체나 기업은 지역 인증제를 도입하거나 계약재배 모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로컬푸드 직매장과 공공 급식센터 운영, 지역 인증제 활성화 등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지역 먹거리 지수’ 평가에서 6년 연속 A등급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옥천군처럼 ‘진짜 로컬’을 증명하는 것이 앞으로 로코노미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예요.
로코노미가 가져올 내일

로코노미는 한 순간의 유행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표준이 될까요? 지금까지의 흐름을 살펴보면, 반짝 하고 사라질 트렌드보다는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내가 먹는 게 지역을 살린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강력한 동력이거든요.
그렇기에 앞으로도 로코노미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식탁을 채우며 음식과 지역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메뉴 개발과 브랜드 가치 상승, 지역 입장에서는 농가 소득 증가와 관광 효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 소비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구조인 거예요.
내 식탁이 곧 여행지

일상 속 우리가 늘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더라도, 실은 그 안에서 작은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올가을엔 익산과 고창의 고구마로, 내년 봄엔 논산의 딸기로.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이 곧 그 지역을 경험하는 통로가 되는 거죠.
로코노미는 맛있게 먹으면서 지역과 환경을 지지하는 가장 힙한 연대 방식입니다. 우리가 고른 한 잔의 음료, 한 조각의 디저트가 지역 농가의 삶을 바꿀 뿐 아니라 더 건강한 식문화를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를 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 맛있는 거 먹으면서 우리 동네도 살리고, 지구도 살려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