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올해 식품·건강 트렌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저속노화와 웰니스다. 예전에는 바쁠수록 한 끼를 대충 해결하고 가격 대비 양과 효율을 따지는 가성비가 식재료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 인식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오픈서베이의 ‘건강관리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MZ세대는 건강 관련 제품 구매에서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를 중시한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특히 원료 투명성(43%)이 제품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른 점은 식품을 바라보는 기준이 한층 정교해졌음을 보여준다.
롯데멤버스 자체 플랫폼 ‘라임’ 분석에서도 흥미로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전 연령대의 73.2%가 저속노화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절반 이상(54.4%)은 이를 위해 시간·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저속노화를 위한 서비스 중 ‘신선 식품·건강식 배달’이 2위에 오른 점은 건강한 식생활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PwC가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28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자신의 건강·편의성·지속가능성 가치관과 일치하는 식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식품의 원산지와 기능성 정보를 중요한 판단 요소로 꼽았으며, 응답자의 33%는 ‘건강상의 이점’이 브랜드 변경의 주요 요인이라고 답했다. 또한 식품 기업이 소비자의 건강 요구를 충족하는 방법으로는 ‘특정 건강 요구에 맞춘 맞춤형 제품 제공’(1위), ‘기존 제품의 영양 성분 강화’(2위)가 꼽혔으며 응답자 절반 이상이 앞으로 신선식품 소비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소비자의 식자재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하고 까다로워졌다.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제도는 과학적으로 기능성이 검증된 농산물에 대해 관련 정보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식품 기능성 표시 식품제도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 관리의 기본 원칙으로 건강기능식품보다 과일·채소·통곡물 등 자연 식품 기반의 식단을 강조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재료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여러 전문가들은 기능성 농산물을 단순히 ‘몸에 좋다’라고만 이야기하기엔 부족하다며, 기본 영양소 외에도 인체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성분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가 있지만 적용 대상은 가공식품에 한정돼 있다. 반면 자연 그대로의 농산물은 과학적 근거가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기능성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현재는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어떤 상황일까? 대표적으로 일본, 미국, 유럽연합 등은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를 제도화하며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여러 글로벌 사례를 검토한 후 2015년 식품표시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했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일괄표시 기준 개편, 영양성분 표시 의무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기능성 표시 식품제도 도입이다.
일본에서도 이전까지는 농산물에 특정 기능성을 표기하려면 ‘특정보건용식품’으로 정부의 엄격한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관련 분야에서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제는 기존 과학적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신고’만으로 기능성 표기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등푸른 생선의 EPA·DHA에 대해 “혈액을 맑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에 대해 “항산화에 기여한다”와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농산물의 기능성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시장에도 빠르게 반영됐다.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기능성표시식품 시장은 2020년 기준 3,349억엔 규모로 2019년 대비 불과 1년 만에 25.9%나 성장했다. 일본 소비자청 자료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 제도 시행 후 누적 신고 건수는 2021년 말 기준 약 5,000건으로 2015년 대비 무려 8배 가까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기능성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으나 정작 국내에서는 표시가 불가능해 일본 수출 시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수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추, 깻잎, 참외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 농산물들이 한국보다도 일본에서 오히려 ‘기능성 농산물’로 인정받으며 더 높은 부가가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화벌이 중인 국내 기능성 농산물

먼저, 당조고추는 한국 농산물 가운데 최초로 일본에서 ‘건강 기능성 식품’ 인정을 받은 품목이다. 농촌진흥청·강원대학교·제일종묘가 2008년 공동 개발한 품종으로 일반 고추보다 2~3배 크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기능성의 핵심은 고추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알파 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α-glucosidase inhibitor) 성분이다. 일반 고추보다 2~3배 높게 함유되어 있어 탄수화물 섭취 후 포도당 흡수를 늦추고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규슈국립대·긴키대·유지라이프사이언스가 진행한 임상 연구에서 혈당 조절 효과가 확인되면서, 2018년부터 일본 시장에서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참외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참외에 풍부한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 성분이 스트레스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근거가 확보되면서 일본 소비자청에 기능성 표시 농산물로 등록됐다.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 저널에 실린 중국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가바 100mg을 직접 투여하거나 가바가 포함된 식품을 섭취했을 때 불안 관련 행동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 덕분에 참외는 단순한 계절 과일에서 벗어나 ‘일시적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식품’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깻잎 역시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기능성 농산물 사례다. 한국산 깻잎에 함유된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이 꽃가루 알레르기와 눈의 불쾌감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일본에서 기능성 표시 식품으로 공식 등록됐다. 국제학술지인 실험 생물학 및 의학 저널에 게재된 경희대학교 한의학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에서는 로즈마린산이 알레르기성 비염•알레르기성 비결막염 등 염증 반응을 개선하는 효과가 밝혀진 바 있다.
농산물 기능성 표시법, 국내에는 언제?

이처럼 국내에서도 기능성 농산물 개발은 이미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 수출되지는 않지만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가바쌀’, 혈당 관리에 효과적인 ‘도담쌀’ 등 기능성 품종도 꾸준히 개발되는 중이다. 비록 현행 제도상 기능성 표기를 할 수는 없지만 농식품부는 기능성 농산물 소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기업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 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기준으로 국가식품클러스터진흥원에는 국산 농산물 기능성 소재 12종이 비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이 기능성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표기 제도는 아직까지 부재하다. 연구·개발은 이루어지는데 시장에서 활용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출발점이다. 농산물 기능성 표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 논쟁의 중심에 있었지만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리며 다시 중요한 정책 화두로 떠올랐다. 현행 건강기능식품 제도가 영양보충제 중심으로 설계되어 글로벌 흐름과 맞지 않으며, 일반 가공식품과 신선 농산물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충제 중심으로 건강기능식품법을 만든 나라”라며, 해외처럼 일반 식품을 큰 틀로 인정하고 그 아래에 보충제를 포함하는 구조로 재정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준병 의원 역시 법안을 발의하며 “이번 개정안은 농업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재 소비자는 농산물의 기능성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생산자 또한 법적 기반 없이 시장에 공급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고부가가치 창출에 한계를 겪고 있다. 결국 기능성 농산물의 잠재력이 충분함에도 아직 제도가 없어 농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65.1%, 농산물에 기능성 표시 필요

농산물 기능성 표시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농촌진흥청의 ‘신선 농산물 기능성 표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5.1%가 기능성 표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능성 표시 신선 농산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77.1%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소비자의 알 권리 확대(69.6%), 농산물 선택 폭 확대(54.6%), 기능성 정보에 대한 신뢰 확보(41.7%) 등이 꼽혔다. 특히 기능성 표시를 희망하는 품목으로는 채소(63%), 과일(55.7%), 두류·곡류(52.5%) 순으로 나타나 기능성 정보에 대한 기대가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격이 일반 농산물보다 다소 높더라도 ‘10% 미만 인상’ 수준이라면 구매하겠다고 답한 소비자도 64.3%로 나타나 기능성 표시가 실제 구매 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생산자 역시 66.6%가 기능성 표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큰 이유로는 농산물 경쟁력 확보(76.8%)를 꼽았다. 기능성 표기를 통해 차별화된 농산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농식품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2%가 원예작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기능성을 기대하는 품목으로는 채소류에서 토마토(51.4%)와 양파(50.4%)가 가장 높았고, 이어 양배추(29.5%), 마늘(27%) 순이었다. 과일의 경우 사과가 68%로 압도적이었다.
섭취 목적 역시 건강한 식습관 유지(26.4%), 면역력 강화(24.6%) 등 기초 건강관리 목적이 가장 많았으며, 섭취 방식은 영양제 형태가 아닌 원물 그대로의 섭취가 가장 우세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농산물 자체의 기능성 정보가 정교하게 제공될 경우 소비자의 선택과 섭취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능성 채소, 흡수력 높이려면...

다만 기능성이 입증된 신선 농산물도 섭취 방법과 조리 방법에 따라 영양소 흡수율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알아두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 들어 있어도 잘못된 조리나 보관 방법으로 영양이 손실되면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예를 들어 시금치나 브로콜리 같은 채소도 데치거나 찌는 방법에 따라 비타민과 미네랄 흡수에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기능성 농산물을 그저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섭취하는지에 따라 건강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채소의 기능성을 살리고 영양소 흡수를 높이는 구체적인 섭취·조리법이다.
1) 토마토
나는 토마토를 먹을 때 꼭 가열해서 먹는다. 토마토에는 세포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 물질인 라이코펜이 풍부한데 이 라이코펜은 가열하면 함량이 늘어나고 체내 흡수율도 높아진다. 2002년 코넬대학교 연구에서도 토마토를 88도에서 2분, 15분, 30분 가열했을 때 라이코펜 함량이 각각 6%, 17%, 35%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마토를 으깨 스튜로 만들거나 올리브유와 함께 살짝 가열하여 조리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양파
영국 식품연구소(IFR) 연구에 따르면 양파에 들어 있는 케르세틴은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만성 염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때 양파를 굽거나 볶으면 항염증 효과가 있는 케르세틴 함량이 증가하지만, 끓일 경우에는 조리수로 케르세틴이 빠져나가 손실될 수 있다. 만약 수프나 스튜처럼 국물까지 함께 섭취할 경우라면 손실된 케르세틴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이탈리아 모데나-레지오 에밀리아 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양파를 굽거나 튀겼을 때 케르세틴 유도체 함량이 증가하는 것이 보고됐다.

3) 양배추
양배추는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삶거나 쪄서 먹는 경우 비타민과 미네랄, 엽록소 등 열에 약한 성분이 파괴되기 쉽기 때문이다. 폴란드 연구에서는 적양배추를 일반적으로 끓였을 때 비타민 C 보존율이 32.7~64.5%, 총 페놀류는 45.7~66.9%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양배추 100g당 설포라판 함량은 4.33mg으로 브로콜리보다 2.1배 높다. 설포라판은 항암 기능이 뛰어난 성분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암 예방을 목표로 섭취한다면 날로 씹어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4) 마늘
마늘은 끓이거나 삶아 먹을 때 항암 효과가 커진다. 발암 억제 성분인 S-알리시스테인이 더욱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영국 영양학 저널에 실린 대만 의과대학 연구에서는 S-알리시스테인이 마우스 모델에서 종양 성장과 구강암 진행을 억제하는 잠재력을 보였고, 동서대학교 연구에서는 위암 세포에서 세포자멸사를 유도할 수 있음도 확인됐다.
한편 국립농업과학원 연구팀이 생마늘 100g을 끓는 물에 삶거나 데치거나 전자레인지에 조리한 뒤 S-알리시스테인 함량을 비교한 결과, 끓이는 경우 함량이 3배 증가했다. 다만 데치기나 전자레인지 조리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마늘을 60도 정도의 온도에서 15일 이상 숙성시키면 마늘색이 검게 변하면서 ‘흑마늘’이 된다. 스페인 생명공학기업 팜액티브 바이오테크 프로턱트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숙성된 흑마늘이 혈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숙성된 마늘에서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멜라노이딘 및 S-알리시스테인 등 항산화 성분들 수치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 엄마가 마늘을 밥솥으로 숙성시켜 매일 몇 알씩 먹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이러한 효과 때문이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 400g의 과일과 채소 섭취를 권장한다. 과일과 채소에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다양한 영양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우리 농산물이 지닌 영양 성분과 기능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농산물 기능성 표시법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며, 나아가 국민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실효가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