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시원한 탄산음료 한 캔이 간절할 때, 요즘 사람들의 선택은 단연 “제로 음료” 입니다. ‘제로 칼로리, 제로 슈가’라는 문구는 마치 건강을 지켜내는 방패처럼 보이죠. 편의점 냉장고에 줄지어 선 제로 음료들을 보면 ‘와, 진짜 대세긴 대세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이제는 탄산뿐 아니라 커피, 아이스티, 에너지 드링크까지 제로 라인이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4년 식품 생산 실적 보고에 따르면, 저칼로리&제로 슈거 등의 음료가 전체 시장을 견인하며 국내 음료 시장 규모가 1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롯데칠성음료의 제로 탄산음료 매출액은 2021년 890억 원에서 2022년 1885억 원, 2023년 2730억 원, 2024년 320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매출은 3500억 원 이상 달성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원 F&B의 보성홍차 아이스티 제로 라인업 또한 누적 판매량이 1억 5000만 병을 넘으며, 올해 이 음료만으로 7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해요.
왜 이렇게 인기일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달콤한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살이 찌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운동 후 마시는 탄산수, 야식에 곁들이는 탄산음료, 시험 기간 중 마시는 에너지 드링크… 이 모든 순간에 “칼로리&슈가 부담 제로” 라는 한 마디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먹고 싶지만, 걱정돼서 못 먹는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거죠.
하지만 정말 이 음료들이 건강에 ‘제로 리스크’ 일까요?
정말 건강에 좋은 선택일까?

혹시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래도 음료는 제로니까.’ 라고 스스로에게 핑계대진 않았나요? 고칼로리 음식과 제로 음료의 조합은 마치 양심과 타협하는 거래와 같이 다가오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안전한가?” 라는 물음입니다.
2023년 WHO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설탕 감미료(NNS)는 장기적 체지방 감소에 이점이 뚜렷하지 않고 당뇨·심혈관질환·사망 위험 증가 가능성이 일부 연구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체중조절 및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시클라메이트,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의 NNS를 섭취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저널에 등록된 가천대길병원 영양팀의 논문에서도 인공감미료가 대사 질환의 위험과 연관될 수 있는 보고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당 섭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설탕 음료뿐 아니라 감미료 음료도 줄이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는데요. 인공감미료가 혈당 개선 및 체중감량 효과에서도 일관된 결과나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특히 ‘제로’ 식품에 과하게 의존할 경우 단맛 중독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어요.
제로 음료 속 첨가물

아시다시피, 사실 제로 음료가 완전히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음료는 아닙니다.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인공감미료가 들어가 있는데요. 대표적인 성분들로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설탕보다 훨씬 강력한 단맛을 내지만, 체내에서 에너지로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칼로리가 사실상 0에 가까워요.
덕분에 ‘달콤한데 살 안 찌는 맛’을 구현할 수 있는 겁니다. 설탕으로 치면 작은 한 스푼 정도가 필요한 맛을, 인공감미료는 바늘로 콕 찍은 정도의 양만으로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청량감을 살리기 위해 탄산, 산미료, 향료가 첨가되는데요. 결국 제로 음료는 ‘설탕 대체재와 각종 첨가물의 조합으로 만든 음료’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제로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칼로리’와 ‘설탕’일 뿐, 다른 성분까지 제로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영국 영양학 저널에 등록된 영국 리즈대학교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음료가 실제로는 칼로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뇌가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았다’라고 인식하게 되고, 오히려 더 많은 음식(특히 당분이 높은 음식)을 원하게 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제로 칼로리로 만들어낸 달콤함이 건강엔 불편한 신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감춰진 건강 리스크

최근 인공감미료 자체가 혈당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체중 변화와 관계없이 당뇨병 위험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는데요.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제로 음료가 설탕이 첨가된 음료보다 건강에 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들이 줄지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도서관에 등록된 중국 연구팀의 메타 분석에서도 인공감미료 음료를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1일 1회 섭취마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약 13%, 심혈관질환은 8%, 전체 사망률은 7%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공감미료가 당뇨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대안으로 권장되고 있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인공감미료 자체가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사기능 이상 & 간 질환
올해 10월 유럽 소화기내과 주간 의학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중국 쑤저우대학교 제1 부속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간 질환의 징후가 없는 10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10년 이상 추적한 결과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음료를 하루 1캔 이상 섭취한 사람들에서 대사기능 이상 지방간 질환(MASLD)의 유병률 및 간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이 최대 6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요. 제로 음료를 물로 대체할 경우에는 MASLD 발병 위험이 약 15%까지 낮아졌습니다.

제2형 당뇨병
호주 모나시대학교, RMIT 대학교, 빅토리아 암 협회 등 공동 연구팀은 40-96세 호주 중장년 36,608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추적 관찰했는데요. 그 결과 인공 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를 하루 1잔 이상 마신 사람은 제2형 당뇨병 위험이 38%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같은 빈도로 설탕 음료를 마신 사람의 위험 증가율은 23%로 더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BMI, 허리와 엉덩이 비율, 식습관, 운동, 과거 병력 등의 생활 습관을 조정한 뒤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이 있음을 밝히며, 인공감미료가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뇌 건강
올해 미국 신경학회 의학 저널 Neurology에 발표된 브라질 연구팀의 코호트 연구에서는 평균 나이 52세 성인 12,772명을 8년간 추적한 결과, 아스파탐·사카린·아세설팜-K 등의 인공감미료를 많이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인지 기능이 더 빠르게 저하되었다고 보고되었어요. 이 감소 속도는 뇌 노화 연령을 평균 약 1.6년 앞당긴 수준이었는데요. 특히 60세 미만 성인과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셔야 할까?

결론은 단순합니다. 적당히 즐기기.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잖아요. 일반 탄산음료를 즐겨 마셨다면 제로 음료가 또 다른 선택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물처럼 마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로 음료는 어디까지나 ‘대안’일 뿐, ‘만능 건강 음료’가 아니니까요.
제로 음료는 확실히 현대인의 ‘달콤한 유혹’을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이지, 그 속에 담긴 성분과 잠재적 영향까지 ‘제로’는 아닙니다. 이름만 믿고 무심코 마시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건강 고민을 만들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로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저도 기름진 음식,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을 때 제로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제로니까 괜찮아!’ 라고 합리화한 적이 많은데요. 이런 습관부터 고쳐보도록 해야겠네요. 냉장고 속 제로 음료를 집어 들 때, 여러분도 오늘의 이야기를 한 번쯤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