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2025년, SNS를 중심으로 #매일유업_살리기 운동이 확산되었다. 실적부진으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들어간 매일유업을 응원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일유업 제품을 구입하고 인증샷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분유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왔고, 어르신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같은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착한기업’ 이미지를 쌓아 왔다. 이런 가치가 다시 주목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일유업만이 아니다. 서울우유, 남양유업 등 국내 유업계 전반이 사정이 좋지 않다. 저출산과 식물성 대체음료 확산으로 유제품 소비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6년부터는 미국과 EU산 우유에 대한 관세가 사라질 예정이라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앞두고 있다.
우유 무관세 시대가 온다고?

더욱이 내년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들어오는 모든 유제품의 관세가 0%, 즉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미국산 유제품은 2023년 적용되던 관세 7.2%가 지난해 4.8%, 올해는 2.4%로 이미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있었고, EU산 유제품 역시 2023년 9.0%였던 관세가 점차 0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원유 생산 단가다. 미국 농무부 글로벌농업정보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국내 원유 생산 단가는 1리터당 약 1084원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등은 1리터당 400~500원 수준에 그쳤다. 이 차이를 완화해 온 장치가 바로 수입 우유 관세였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보호막도 사라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산 우유가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가격 경쟁에서 국내산 우유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신선함이 특징인 국내산 신선우유

한국에서 주로 시판되는 우유는 생우유, 즉 신선우유다. 전문가에 따르면 신선우유는 목장에서 착유된 순간 4℃로 급속 냉각되고 저온 살균(63~75℃)을 거쳐 전국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콜드체인(Cold Chain)’이라는 이름의 과학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빛과 온도에 민감한 성질이다 보니 생산부터 유통까지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냉장 보관을 해야 하며 개봉 전에도 유통기한이 7~14일 정도로 짧은 것이 특징이다. 대신 저온으로 살균되기 때문에 신선한 맛과 우유 본연의 향이 잘 유지되어 신선함과 우유 맛이 중요한 소비자들에게는 생우유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한 저온 살균이다 보니 우유의 주된 영양소인 단백질, 칼슘, 인, 칼륨 등 유지가 잘 되어 있고, 열에 약한 비타민도 손실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성장기 어린이나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노년층에게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유당은 그대로 남아 있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복통이나 가스가 발생할 수 있고, 소비기한이 짧은 것 또한 단점으로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foods 학술지에 게재된 싱가포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우유 가공 방식인 HPP를 적용한 신선 우유는 모든 미생물학적 안전 기준을 충족했으며 칼슘과 인, 마그네슘을 포함한 미네랄과 무기질을 성공적으로 보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꾸준히 줄고 있는 우유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우유 급식을 받아 마셨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유 소비의 가장 큰 축은 바로 학교 급식과 성장기 어린이다. 그러나 저출산이 계속되면서 학교 급식 물량이 줄고 우유를 마실 어린이 자체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 우유 소비도 줄고 있다.
또한 MZ세대 중심으로 우유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비건, 저유당, 저칼로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흰 우유를 굳이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칼슘과 단백질은 다른 식품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유, 오트밀크, 아몬드밀크 등 식물성 음료가 확산되면서 우유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단백질 음료까지 가세하면서 우유가 벼랑 끝이 몰리게 되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5%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서도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이 2020년 31.8kg에서 지난해 30.1kg으로 5.3%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 장점과 한계

내년부터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올 수입 우유는 주로 멸균우유 형태를 띌 예정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생우유보다 수입 멸균우유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가격이 더 저렴하고, 보관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멸균우유는 생우유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멸균우유는 원유를 초고온에서 순간적으로 가열해 멸균한 우유를 말한다. 보통 약 135~150℃에서 2~5초를 가열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생물이 거의 사멸해 상온에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상온에서 6~9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으며 개봉 전에는 냉장이 필요 없다. 상할 위험이 적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이 필수이고 2~3일 이내 섭취가 권장된다.
하지만 초고온 처리 때문에 우유 맛이 약간 변할 수 있다. 맛은 고소하면서도 카라멜 향이 느껴지며, 생우유 맛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영양 측면에서는 칼슘은 거의 유지되지만 열에 약한 일부 비타민은 손실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2024년 중국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열처리 온도가 높아질수록 단백질의 변성과 응집, 구조 변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열에 민감한 비타민과 미량 영양소 또한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돼 열처리 강도에 따라 영양소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이유?

그럼에도 수입산 멸균우유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국내산 우유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냉장 유통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물류비가 절감될 수밖에 없고 이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할인 및 프로모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한 기사에 따르면 국내산 신선우유가 1리터에 3,200원이라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1리터에 1,300원으로 나타났다. 약 60% 이상 저렴한 것이다.
둘째,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 선호되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수입산 멸균우유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족하는 후기도 쌓이고 있다. “생산일자가 표시돼 있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미 생산된 지 꽤 오래 지난 제품이었다”, “맛과 향이 예상과 달랐다” 등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맛과 신선도, 정보 투명성에서는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미 국내 진출 중인 해외 프리미엄 우유

내년 무관세 시대를 앞두고, 유럽의 대표 프리미엄 우유 제품들이 이미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중부 유럽의 고급 유제품 전문 기업 바르트밀크는 지난 9월 15일부터 ‘뮤’와 ‘매도우스타’ 등 멸균 우유 브랜드를 출시했다. ‘뮤’는 깊고 크리미한 풍미로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에서 활용도가 높고 ‘매도우스타’는 깔끔하고 청량한 맛으로 고급호텔과 리조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바이오밀크’ 역시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 유럽국가들도 아시아 시장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유업계

이렇게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멸균우유가 대거 유입되면 국내 유업계는 단순히 ‘신선도’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 대신 특수우유 및 건강기능성 음료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A2 우유’로 생산 체계를 점차 전환할 계획이다. A2 우유는 A2 단백질을 가진 젖소에서 얻어져 일반 우유보다 소화가 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유업은 제품 다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아몬드브리즈, 어메이징오트 같은 식물성 음료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건강 지향 소비자층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품질, 맛’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신선한 국산우유, 가성비 좋은 수입산 멸균우유. 앞으로 우유 한 팩을 집어 드는 순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저울질을 할 것이다. ‘얼마나 저렴한가’, ‘얼마나 건강하고 믿을 만한가’, ‘얼마나 맛있는가’. 세 가지를 모두 잡고 싶지만 현실은 쉽지 않으니,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어떤 이에게는 신선한 로컬푸드의 가치가 중요할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보관과 편리함, 가격이 더 큰 요소일 수 있다. 고물가 시대에 우유를 매일 소비하는 가정이라면 비싼 국산 우유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품질과 건강, 맛을 중요시하는 헬시플레저라면 수입 멸균우유보다 신선한 국산 우유가 만족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신선우유는 풍미와 신선함, 영양 면에서 우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내년, 소리 없는 우유 전쟁이 시작된다. 무관세 시대가 열리면 더 다양한 우유가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선택지는 넓어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우유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이다. 가격만 보고 선택할지, 품질과 건강을 먼저 볼지, 아니면 맛과 풍미를 최우선할지. 각자 우유를 고르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당신은 어떤 우유를 선택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