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유전자를 살짝 손 본 식재료

GMO는 유전자변형식품의 줄임말로 30여년 전 세상에 등장한 이후 안전성을 두고 찬반 논쟁이 줄다리기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의 관심은 의외로 크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국회에서 ‘GMO 완전표시제’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주제가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말 그대로 농작물의 유전자를 살짝 고쳐 만든 식품이라 생각하면 된다. 더 튼튼하게 자라도록, 벌레가 잘 먹지 못하도록, 제초제에도 끄떡없도록 말이다. 콩, 옥수수, 감자 같은 작물에 면역력과 생산성을 불어넣는 기술로 1996년 미국 몬산토사가 개발한 대두가 본격적으로 상품화가 되면서 전 세계로 재배가 퍼지게 되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GMO를 식용 목적으로 직접 재배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접하는 것은 모두 수입된 것뿐이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었다고 밝히는 대두, 옥수수, 카놀라, 사탕무, 알파파, 면화 등 여섯가지 작물만 들어오고 있다.
WHO도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다르다. 낯선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내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불투명함이 의심을 키운다.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사한 ‘GMO 표시 관련 대국민 인식’에 따르면 응답자의 37.1%가 GMO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안전하지 않다’고 답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반면 ‘안전하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12%에 불과했다.
당장 안전하다고 해도 수십 년 뒤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GMO 식품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당신이 먹는 음식에 GMO가 있을지도

이 부분에서 나는 자꾸 멈칫하게 된다. 콩기름이나 간장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니. 아이에게 간식을 해주려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다가도, 마음 한 켠이 괜히 찜찜하다.
뿐만이 아니다. 마트 진열대를 떠올려 보자. 아침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시리얼과 빵 속에도 GMO 옥수수와 콩 원료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케첩이나 각종 소스, 즉석식품 역시 마찬가지다. 탄산음료나 스포츠음료에 쓰이는 액상과당도 사실 GMO 옥수수 전분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원료가 GMO인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결국 우리가 무심코 집어 드는 수많은 제품이 GMO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셈이다.
GMO 피하려면, 유기농을 고르면 된다

그렇다면 GMO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완벽하진 않지만 도움이 되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시중에서 ‘Non-GMO’라고 표시가 붙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또한 대두유, 옥수수유, 카놀라유처럼 GMO와 연관이 많은 기름 대신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직 GMO 올리브 품종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Non-GMO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국내에서는 GMO 식품이 상업적으로 재배되지 않는다. 즉,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라면 Non-GMO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유기농 인증 마크다. 유기농은 애초에 GMO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 우리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이 된다.
완전표시제, 우린 반갑지만.. 기업은?

물론 유전자변형식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으로 오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최근 국회가 ‘GMO 완전표시제’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최종 제품에 변형된 DNA가 남아 있어야만 ‘GMO’ 표시가 붙었다면, 완전 표시제는 가공 과정에서 그 흔적이 사라지더라도 원료 단계에서 GMO를 썼다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 만하다. 나 역시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식품업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원재료를 따로 관리하고 라벨을 새로 붙이며, 추가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런 비용은 제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가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또, 오히려 표시제가 지나친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불필요한 기피 현상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즉각 반박했다. GMO반대전국행동 대표는 “BBQ는 비GMO 올리브유를, 교촌은 GMO 기름을 쓰지만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 가격은 각각 2만3000원과 2만1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이 정도 차이라면 소비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식약처의 2023년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8.5%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GMO 완전표시제’를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됐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완전표시제가 내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GMO 콩으로 된장을 만들어도 지금까지는 GMO 표시 대상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GMO 완전표시제 시행으로 표시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 주로 수입, 유통되는 품목이 대두와 옥수수인 만큼, 향후에는 이들 원료로 만든 1차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생각보다 우리 가까운 곳에 있는 GMO. 그렇다고 괜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결국 GMO는 특별히 위험한 음식이라기 보단 우리가 알아야 할 또 하나의 식재료 정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뭘 먹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느냐의 문제. 만약 식탁 위의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오히려 의심은 걷어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