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사람들이 손에 들고 걷는 음료, 예전엔 거의 90% 이상의 확률로 커피였을 겁니다. 출근길 텀블러 안에, 점심 후 카페에서, 야근할 때도 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았죠. 그런데 요즘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투명 컵 속 초록빛 라떼, 진한 그린 컬러를 띄는 음료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름하여 ‘말차코어’. 이제는 단순히 음료 취향을 넘어, 요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The Business Research Company에 따르면 세계 말차 시장 규모는 2024년 38억 4천만 달러에서 2029년 약 63억 5천만 달러로 약 65% 성장할 전망이라고 하는데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카페 브랜드인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최근 브랜드를 새롭게 리브랜딩하면서 말차 메뉴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딸 쇼트케이크 말차 같은 라인업이 인기를 끌면서 6월 말 기준 말차 음료 매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간판에서 ‘커피’란 단어를 뺀 매장까지 등장했다고 해요.
국내 역시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의 말차 음료 매출 및 시장 추이가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제주 말차 라떼와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으며,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말차 시장은 2024년 약 4억 달러에서 2033년까지 연평균 9.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10명 중 7명이 말차 제품을 최근 6개월 내 한 번 이상 구매했다는 조사 결과까지 있을 만큼 말차가 커피 대체 음료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죠.
왜 다들 말차에 빠졌을까?

솔직히 말차는 한때 “어른들이 마시는 쌉싸름한 차” 정도의 이미지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MZ세대에게 말차는 건강과 힙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거든요.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려, 맛있게 즐기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겁니다. 이 유행에는 말차의 비주얼도 한몫 했습니다. SNS에 올리기 좋은 선명한 그린 컬러와 은은하게 섞이는 텍스처. 여기에 블랙핑크 제니, 젠데이아 같은 글로벌 셀럽들이 말차 음료를 즐기는 모습이 퍼지면서 “힙스터의 음료”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X 등의 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말차가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지 않나요? 요즘 말차는 그저 하나의 음료가 아니라 일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마치 과거 아메리카노가 “바쁜 도시인”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나는 건강도 챙기고, 트렌드에도 민감해” 라는 어떤 하나의 시그널이 된 거죠.
같은 듯 다른 녹차와 말차

저는 사실 말차가 이렇게 유행하기 전부터 한 가지 궁금점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바로 녹차와 말차의 차이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녹차랑 말차는 같은 거 아닌가? 뭐가 다른 거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요. 녹차와 말차의 차이점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라면 저와 같은 물음표를 한 번쯤 가지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고 보니 녹차와 말차는 모두 같은 차 나무에서 나오지만, 가공법이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더라고요.
녹차는 찻잎을 따서 찌거나 볶아서 말린 뒤, 뜨거운 물에 우려내 마십니다. 맛은 담백하지만 떫은맛이 강해요. 말차는 수확 전 20~30일간 햇빛을 차단해 키운 어린잎을 곱게 갈아서 가루로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떫은맛은 덜하고,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있죠. 무엇보다 잎 전체를 통째로 섭취하기 때문에 영양소의 흡수율이 훨씬 높아요. 이 차이가 요즘 세대를 사로잡은 핵심 포인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차가 가진 슈퍼파워

말차가 ‘힙’한 이유는 단순히 색감 때문만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도 꽤 설득력이 있어요.
항산화·항염
말차는 앞서 말한 높은 영양소 흡수율 외에도 항산화 및 항염 효과가 있습니다. 대표 생리활성 물질인 EGCG를 포함한 폴리페놀과 카테킨류가 풍부해서 세포 노화를 억제하고, 콜레스테롤을 개선하며, 간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일본의 한 논문에 따르면 말차는 저급 녹차 대비 항산화 활성 성분이 최대 137배 높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입니다.
대사기능·체중 관련 효과
중국의 한 동물실험에서는 고지방식과 동시에 말차를 6주간 투여했을 때 간 내 지방 축적, 지질 이상, 혈당 상승 등에 있어서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폴란드 논문에 따르면 말차의 추출물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이나 비만·대사증후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뇌·인지·심혈관 건강과의 연관성
하버드 공공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말차가 뇌·심혈관·장 건강과 연관성이 있으며 말차가 인지 기능 보호, 학습 및 기억 개선 등에 잠재성을 지닌다고 합니다. 또, 말차의 EGCG 및 카테킨 관련 논문을 보면 콜레스테롤 및 혈압 개선 효과가 있어 심혈관 건강 지표 개선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이외에도 말차는 L-테아닌이라는 성분을 통해 집중력은 올리고, 불안감은 줄여줍니다.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있지만 특유의 두근거림이나 불안감은 훨씬 덜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데요. 집중력은 올려주고, 불안감은 내려준다니.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완벽한 조합이죠.
말차, 건강에 좋기만 할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역시 ‘적당히’입니다. “몸에 좋으니까 많이 마셔야지!”는 금물. 말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민감한 분들은 불면이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요. 또, EGCG를 포함한 고용량 말차 추출물이 일부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는 간 손상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어요. 말차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고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영양 및 영양학 아카데미의 연구에서는 말차 내 탄닌 및 폴리페놀 성분이 식물성 철분의 흡수를 최대 60-90%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는데요. 일본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녹차와 말차 및 커피의 일상 섭취가 남성과 폐경 후 여성의 혈청 페리틴 수치와 역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차가 마시고 싶다면 하루에 한 잔, 적당히 즐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특히 채식 기반 식단을 해야 하거나 임신·청소년·빈혈 기저 질환이 있는 철분 결핍 위험군은 말차 섭취 시 타이밍과 식사 조합에도 조금 더 신경써야 해요.
음료를 넘어 패션·컬러 트렌드로

요즘 어딜 가나 말차 메뉴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말차 열풍이 뜨겁습니다. 스타벅스의 슈크림 말차 라떼는 200만 잔이 넘게 팔렸고, 투썸플레이스의 말차 음료 3종과 떠먹는 말차 아박은 출시 2주 만에 50만 개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오설록은 올해 상반기 말차 제품군의 매출이 전년 대비 260% 증가하며 티 브랜드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는데요. 특히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에서는 방문객의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말차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말차 누들바’를 열어서 말차 국수를 선보이면서 화제가 되었죠.
편의점에서는 말차 막걸리, 샌드위치, 말차 크림빵이 쏟아지고, “말차로 안 되는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라인업의 말차 제품이 물밀듯 출시되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말차 하이볼은 출시 2주 만에 20만 캔이 완판되었으며, 롯데웰푸드의 빈츠 프리미어 말차는 한 달 만에 200만 개 완판 후 정식 상시 제품으로 전환되었어요. 재밌는 건 이 흐름이 패션업계까지 번지고 있다는 겁니다.
올여름 트렌드 최전선에 카키, 민트, 라임 컬러 아이템이 쏟아지며 신발, 가방, 네일, 심지어 향수까지 초록빛이 주인공이 됐는데요. 로에베, 메종 마르지엘라 등의 패션 브랜드가 말차 컬러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2025년 주요 런웨이의 20% 이상이 말차 톤의 ‘그린’을 컬러 키로 사용했습니다. 프라다의 시폰 드레스,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 토트백, 그리고 나이키의 러닝 슈즈까지 초록이 패션계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으며, 느긋한 평온을 향으로 번역한 르라보의 ‘The Matcha 26’도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어요. 음료로 시작된 그린 무드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셈입니다.
뜨거운 말차 열풍, 앞으로는?

말차 열풍의 중심에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도 자리합니다. 닐슨아이큐가 19개국 성인 소비자 19,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건강 및 웰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5년 전보다 건강하게 늙는 것을 중시한다고 답했는데요. 말차가 가진 항산화 효과와 더불어 말차의 이미지를 하나의 시대적 흐름처럼 소비하는 세대적 감각이 여기서 읽히죠.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도 “젊은 소비자들이 인플루언서를 모방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건강한 이미지가 맞물려 각광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말차코어가 단순 유행에 그치지 않을 거라고 말해요. 글로벌 말차 시장은 올해 6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건강과 개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흐름 속에서 말차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말차는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일본·중국 등 일부 지역에만 주로 재배되다 보니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수요가 계속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걸 보면, 앞으로 더 다양한 브랜드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말차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초록빛 힙, 말차코어

말차코어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건강, 비주얼, 그리고 트렌드.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니 유행이 안 될 수가 없는 거죠. 저도 가끔 말차 라떼를 들고 거리를 걸을 때면 “나 좀 힙한데?” 싶은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뭐, 착각이면 어떤가요? 초록을 머금은 한 잔이 입과 눈, 그리고 기분까지 다 만족시켜 주는데. 여름을 지나 올해에도 쭉 이어질 말차 코어. 한 번쯤 이 유행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초록빛으로 물드는 하루, 꽤 근사할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