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주말 아침부터 줄을 서고, 품절 소식에 아쉬워하고, 다음 판매 시간을 확인한다. 유명 빵집 이야기냐고? 놀랍게도 떡집 이야기다. 두바이 쫀득 쿠키와 버터떡을 찾아다니던 디저트 탐험대의 지도에 이제는 피자설기와 호박인절미까지 추가됐다. 전국의 이름난 떡집을 찾아 떠나는, 이른바 ‘떡지순례’. 떡 하나 먹겠다고 늦잠까지 반납하다니. 맛있는 것 앞에서 부지런해지는 한국인답다.
약과와 양갱을 즐기던 ‘할매니얼’ 취향에 쫀득한 식감을 찾는 열풍까지 더해졌으니, 떡이 주목받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명절이나 답례품으로 누군가 챙겨주면 먹던 떡이 이제는 내 돈 주고 골라 먹는 디저트가 됐다.
떡이 궁금해진 사람들, 지갑도 열었다

떡을 향한 관심은 검색창에도 찍혔다. 블랙키위 플랫폼 분석에 따르면 올해 8월 10일부터 9월 8일까지 네이버 통합검색 기준 ‘피자설기’ 검색량은 13만 6000건. 관심은 특정 메뉴에만 머물지 않았다. 구글트렌드에서도 9월 초 일주일간 ‘떡’의 검색 관심도가 전년 동기 대비 20% 높아졌다.
뿐만 아니다. 컬리의 올해 6~8월 떡·한과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두배로 늘었고,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7~8월 떡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0% 이상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가까운 팝업을 찾는 등 떡을 만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릴스에서 보고 떡집에서 만나요

그렇다면 떡을 향한 호기심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여기에 손안의 화면을 빼놓을 수 없다. 과일이 꽉 찬 찹쌀떡 단면에 한 번, 길게 늘어나는 피자설기의 치즈에 또 한 번 스크롤을 멈춘다. ‘맛있겠다’며 저장한 게시물에서 판매처와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먼저 다녀온 사람의 후기까지 읽다 보면 주말 목적지가 정해진다. 인기 메뉴를 사기 위한 ‘떡픈런’에 판매 시간에 맞춰 주문하는 ‘떡켓팅’까지. 떡 먹는 데도 정보력과 타이밍이 필요해진 것이다.
예능 역시 새로운 조합을 발견하는 재미를 줬다. tvN 〈우주떡집〉에서는 이은지·미미·이영지·안유진이 떡을 활용한 메뉴를 만들고 손님을 맞는다. 미미는 방콕에서 맛본 디저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크림떡을 선보였고, 찰떡을 도우로 활용한 피자도 등장했다. 익숙한 떡에 새로운 재료를 더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떡을 이렇게도 먹네?’ 싶어진다. 또 어떤 색다른 떡이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무슨 떡이 그렇게 맛있는데?

실제로 요즘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떡에는 공통점이 있다. 떡 특유의 식감에 이미 좋아하던 맛을 더하거나, 익숙한 재료를 색다르게 조합해 먹는 재미를 더했다는 점이다.
광주 창억떡의 호박인절미는 호박을 넣은 인절미에 콩가루 대신 카스텔라 고물을 입혔다. 폭신함과 쫀득함을 한입에 즐길 수 있으니, 빵과 떡 사이에서 고민하던 사람에게 꽤 평화로운 해결책이다.

한정선은 얇은 떡피로 큼직한 생과일을 감싼 찹쌀떡에 요거트와 두바이 스타일을 더하며 선택지를 넓혔다. 생딸기나 망고에 요거트를 곁들인 메뉴에서는 과일의 상큼함과 요거트의 부드러움, 떡의 쫀득함이 어우러진다.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를 품은 두바이 스타일은 또 다른 매력으로 겉은 쫀득한데 속은 바삭해, 한입 안에서도 식감이 바쁘다.
달콤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메뉴도 있다. 부산 영도다리떡방에서 입소문을 탄 피자설기다. 백설기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 등을 더해 짭짤한 맛을 입혔다. 토핑은 익숙한 피자 맛인데, 씹을수록 설기의 식감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모든 떡이 크림과 치즈를 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경기떡집의 이티떡은 쫀득한 찰떡 겉에 거피팥, 즉 껍질을 벗긴 팥으로 만든 고물을 두툼하게 붙인 이북식 인절미다. 부드러운 팥고물과 쫄깃한 떡이 어우러지는데, 찹살떡 안에 들어갈 법한 팥이 여기서는 바깥자리를 차지한 셈. 재료는 익숙해도 모양부터 눈길을 끄니 재미가 색다르다.
이처럼 맛과 모양에 변화를 준 떡은 가게를 찾을 이유도 하나 더 만들어 준다. 실제 떡 업계 직원 역시 “피자 설기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나이 든 손님들도 어떤 떡인지 궁금해 구입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유행은 오래가도 찬성

떡집 앞에 늘어선 줄을 바라보는 시선도 꽤 따뜻하다. 이런 유행은 반갑고, 오래 이어져도 좋겠다는 반응이 많다. 그 안에는 우리 전통 음식과 동네 떡집을 응원하는 마음도 담겨있을 것이다.
피자설기나 호박인절미가 궁금해 찾아간 떡집에서 다른 떡에도 맛을 들이고, 가족의 몫까지 사러 다시 들르다 보면 어느새 단골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떡을 사러 온 김에 시장을 둘러보거나 근처 가게에 들른다면, 그 발길은 골목 곳곳으로 이어진다. 떡 하나의 인기가 동네 시장과 상권에도 활기를 더할 수 있는 셈이다.

쌀 소비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3.9㎏으로 전년보다 3.4% 줄었다. 집에서 소비하는 쌀은 줄어도, 떡을 찾는 사람이 늘면 떡을 만드는 데 쓰이는 쌀의 수요는 커질 수 있다. 특히 국산 쌀을 사용하는 떡의 소비가 늘어난다면 쌀을 재배하는 농가에도 반가운 일이다. 맛있어서 고른 떡 한 조각이 떡집을 넘어 시장과 농가에도 힘이 될 수 있다니. 이번 유행이 오래갔으면 하는 이유다.
이번 주말, 이 맛있는 응원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궁금했던 떡집에 들러 먹고 싶던 떡 하나를 골라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