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탁을 책임질
10번째 주인공,
풀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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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식탁을 책임질 10번째 주인공, 풀무치?

미래식량식용곤충풀무치
2026.10.06
양민영양민영
FOOD SCANNER
양민영
양민영

[푸드스캐너=양민영] 세계 인구 증가와 더불어 심해지는 기후변화에,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까지 커지면서 '지속 가능한 단백질'이 전 세계 식품 산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약 9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존 축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대체 단백질'이라는 단어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백질 음료와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이고, 배양육과 미생물 단백질까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먹거리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올해는 조금 의외의 이름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바로 '풀무치'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뚜깃과 곤충인 풀무치를 일반 식품 원료로 활용 가능한 국내 10번째 식용 곤충으로 등재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식용 곤충 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그런데 왜 하필 풀무치였을까요? 식용 곤충은 정말 우리가 먹게 될 미래 식품이 될 수 있을까요?


단백질은 더 많이, 환경 부담은 적게



최근 건강 트렌드를 살펴보면 ‘좋은 단백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습니다. 운동하는 사람만 단백질을 찾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죠? 이제는 성장기 어린이부터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영양 관리 요소로 자리 잡았어요.

그런데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단백질 공급원인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생산하려면 막대한 양의 토지와 물, 사료가 필요한데요.

여기에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세계 식품업계의 새로운 숙제가 됐어요. 실제로 FAO는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식품업계의 관심은 '고단백'을 넘어 환경까지 함께 고려한 ‘지속가능한 단백질’로 옮겨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식용 곤충’입니다. 식용 곤충은 성장 효율이 높고,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료와 물이 기존 가축보다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사육 공간도 훨씬 적게 필요해 토지 이용 효율이 높고,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처럼 메탄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적게 먹고, 적게 쓰면서도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셈입니다.

영양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지난해 Nutrients에 발표된 리뷰에서는 곤충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 지방, 불포화 지방산, 미네랄, 비타민 등의 함량이 높으며, 다른 동물성 식품과 달리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연구진은 이러한 검토를 통해 영양적으로 가치 있는 식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천연자원이 고갈되는 세상에서 식용 곤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식용 곤충, 정말 미래 식품이 될 수 있을까?



식용 곤충이 미래 식품이라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3년 FAO가 ‘Edible Insects: Future Prospects for Food and Feed Security’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곤충이 미래 식량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이후 유럽과 북미, 아시아를 중심으로 식용 곤충 연구와 산업 투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우리나라 역시 연구개발과 농가 지원을 늘리며 갈색거저리 애벌레(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꽃벵이), 쌍별귀뚜라미(쌍별이) 등 10종을 식품 원료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시장은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이었습니다. 여러 소비자 조사에서 식용 곤충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거부감'이 꾸준히 꼽혔어요. 영양과 환경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식탁에 올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던 거죠.


그래서 식품업계는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곤충을 통째로 먹는 대신 단백질 분말이나 단백질 농축물, 기능성 원료 형태로 가공해 에너지바와 단백질 음료, 쿠키, 대체육 등에 활용하는 연구가 늘어난 거죠. 마치 밀을 통째로 먹지 않고 빵과 파스타로 즐기듯, 곤충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단백질 원료'로 진화하고 있어요.


이미 유럽에서는 2021년부터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 갈색거저리 유충, 집귀뚜라미, 철새메뚜기 등 일부 곤충이 신규 식품으로 잇따라 승인되면서 식품 기업들의 제품 개발이 활발해졌습니다.


단백질 파우더와 시리얼, 크래커, 파스타 등에 곤충 단백질을 적용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소비자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곤충'보다 '고품질 단백질 원료'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례도 늘고 있죠.


최근 연구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2025년 발표된 ‘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Research’ 리뷰 논문은 곤충 단백질을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유망한 대안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는 사육 기술뿐 아니라 식품 가공 기술과 소비자 수용성이 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국내 식용 곤충 산업, 어디까지 왔을까?



생각보다 우리나라의 식용 곤충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2010년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후, 곤충산업을 새로운 농업·식품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과 연구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식품뿐 아니라 사료, 의약, 화장품 소재 등 활용 분야도 점차 넓어지고 있어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4년 곤충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곤충산업 신고 농가는 약 3,000곳이며 식용 외 학습, 체험 분야까지 함께 성장하고 있는데요. 아직 전체 식품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식품 기업과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기능성 소재와 단백질 원료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진흥청은 곤충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곤충 단백질의 효능과 가치를 더 친숙하게 알리기 위해 지난해 곤충 단백질의 이름을 ‘파워프로틴-아이(I)’로 새롭게 단장했는데요.


지난 4월에는 ‘케이(K)-곤충산업 미래비전 공유회’를 열어 2030년까지 250억 원 규모의 ‘곤충단백질 특수의료용도식품 소재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곤충산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의 가수분해물이 식약처로부터 ‘노화로 인해 감소할 수 있는 근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등록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까지 산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10번째 등재, 왜 풀무치였을까?



"메뚜기 아니었어?" 풀무치를 처음 보면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둘 다 메뚜기목 곤충이라 생김새는 꽤 닮았지만 사실 엄연히 다른 종이에요. 메뚜기보다 몸집이 크고 날개가 짧은 것이 특징이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새로운 식품 원료를 인정할 때 독성 여부와 알레르기 가능성, 식용 이력, 영양 성분, 제조 공정, 위해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풀무치 역시 이러한 안전성 평가를 거쳐 올해 일반 식품 원료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어요.

특히 풀무치는 식용 곤충인 벼메뚜기보다 몸집이 2배 이상 크고, 사육 기간은 절반 수준으로 짧아 생산성이 높은데요. 동결건조 분말 기준 단백질 함량이 69.8-77.3%에 달하고, 불포화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 형태의 오메가3 지방산도 함유하고 있어 과자와 선식, 초콜릿, 토핑류 등 다양한 식품 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식용으로 인정됐다고 해서 아무거나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반드시 식품으로 제조된 제품을 통해 섭취해야 하며,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곤충의 외골격을 이루는 키틴과 일부 단백질은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교차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식용 곤충 제품에 알레르기 관련 표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답보다 선택지가 중요한 미래 식탁



우리나라에 처음 커피가 들어왔을 때도, 치즈가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을 때도 낯설다는 반응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음식들이지만, 새로운 식문화가 자리 잡기까지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했죠.

풀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은 여전히 크고,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맛있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제품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하죠.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FAO와 여러 국제기구가 식용 곤충을 미래 단백질 공급원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연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환경 부담은 줄이고, 늘어나는 단백질 수요는 채워야 하는 시대. 그 해답은 하나의 식품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미래 식탁은 다양한 단백질 공급원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는 어떤 식탁을 선택해야 할까요? 어쩌면 식용 곤충은 '미래 식탁을 실험하는 작은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FOODDITOR
양민영
양민영
트렌드 한 입, 인사이트 한 스푼. 맛있는 건 놓치지 않고, 트렌드는 더 빠르게 씹어보는 푸디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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