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퇴근하고 집에 와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재료는 있어도 요리할 마음은 들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냉동고에 넣어둔 간편식을 꺼내면 되는데, 요즘은 그 앞에서도 뭘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 뜨끈한 국이 당기다가도 순살치킨에 눈길이 가고, 호텔식 간편식은 왠지 주말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 결국 냉동고 문을 연 채로 한참을 서 있게 된다. 이런 적, 한 번쯤 있지 않은가?
간편식 시장은 얼마나 커졌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판매액은 2020년 4조4254억 원에서 올해 7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도 즉석조리식품과 즉석섭취식품을 주 1회 이상 구매하는 가구 비중이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오늘 저녁은 간단히 간편식으로 먹을까?’가 이제 특별한 선택은 아니게 된 셈이다.
집에서 먹는 한 끼가 끌리는 이유

간편식을 자주 찾게 되는 데는 만만치 않은 외식비도 한몫한다. 점심에 만 원 가까이 쓰고 나면, 저녁만큼은 집에서 해결하고 싶어진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평균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9080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3.9% 올랐다. 냉면과 비빔밥은 평균 1만원을 넘어섰고, 칼국수도 이제 9천원대에 들어섰다. 가볍게 한 끼 먹으러 나갈 때도 메뉴판의 가격부터 살피게 되는 요즘, 집에서 먹는 간편식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혼자 먹는 날에는 직접 요리하는 일도 망설여진다. 한 끼를 위해 장을 봤다가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며칠씩 마주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딱 먹을 만큼만 간단히 준비할 수 있다는 건 꽤 큰 장점이란 걸.

실제 구매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2025년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에서 간편식을 사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27.6%)였으며,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16.8%)가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롭게도 편의와 비용이 전부는 아니었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13.5%), ‘간편식이 맛있어서’(9.4%)라는 응답도 있었다.
즉, 소비자들이 맛과 품질, 편의성 등 구매 목적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 한 봉지부터 셰프의 우동까지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간편식이 나올까? 조리 과정을 줄이고 먹을 만큼만 담아 편리함을 높인 제품부터, 맛과 완성도, 개성을 모두 챙긴 제품까지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바쁜 날에는 단연 포장지에 적힌 조리법이 짧을수록 좋다. 대상 청정원 호밍스의 국물요리는 해동없이 물을 넣어 끓이면 완성된다. 재료를 손질하거나 따로 간을 맞출 필요가 없으니, ‘오늘은 요리 못 하겠다’ 싶은 날에도 따뜻한 국 한 그릇을 차릴 수 있다. 이런 편리함 덕분일까? 호밍스의 냉동 국·탕류 매출은 최근 1년간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조리는 간단히 끝내고 싶어도 메뉴에는 조금 욕심을 내고 싶은 날이 있다. CJ제일제당은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과 손잡고 이런 마음을 겨냥했다. 최강록 셰프의 ‘고메 우동’, 윤나라 셰프의 ‘비비고 국물요리’ 등 한식부터 중식, 일식, 양식에 걸쳐 총 43개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그 셰프의 요리는 어떤 맛일까’ 하는 호기심을 집에서 풀어볼 기회가, 식품업체에는 셰프의 조리 노하우로 비슷한 메뉴 사이에서 자기 제품을 돋보이게 할 기회가 된다.
외식 브랜드도 간편식으로 만난다

간편식 시장에 뛰어든 건 식품업체만이 아니다. 외식업체들도 매장에서 사랑받던 맛을 집에서 먹는 한 끼로 옮기고 있다. 이미 손님이 좋아하는 메뉴와 기억하는 맛이 있으니, 이를 간편식으로 만들면 매장이나 배달 외에도 고객을 만날 길이 열린다. 손님 역시 좋아하는 메뉴를 장 볼 때 사두었다가 먹고 싶을 때 꺼내 먹을 수 있다.
BBQ는 후라이드 치킨과 '콘소메 안심치킨' '매콤달콤 닭강정' '치킨텐더' 등 치킨 HMR을 BBQ몰과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상반기 HMR 유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9.3% 늘었다. 맘스터치 역시 치킨 시즈닝 노하우를 활용한 가정용 순살 치킨 ‘또잇치킨’을 선보였다. 치킨이 당기는 날, 배달 앱을 켜는 대신 냉동고에서 한 봉지를 꺼내는 것도 방법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치킨 브랜드가 꼭 치킨만 팔아야 하는 건 아니다. BHC는 아워홈과 손잡고 뿌링클 시즈닝을 활용한 ‘뿌링클 크림파스타’와 맛초킹 소스를 넣은 ‘맛초킹 그릴드 치밥’을 내놓았다. 메뉴는 달라져도 좋아하던 시즈닝과 소스가 들어 있으니 한결 친숙하다. 치킨이 아닌 한 끼로도 그 브랜드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호텔의 한 접시, 지역 맛집의 한 그릇

호텔 역시 집에서 먹는 메뉴를 만들고 있다. 조선호텔은 신세계라이브쇼핑과 협업해 도가니탕, 장어구이, 북경오리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안심 트러플 찹스테이크’를 출시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삼계탕과 민물장어구이 등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호텔 간편식에 기대하는 건 조리 시간을 줄이는 것만은 아니다. 같은 찹스테이크라도 호텔의 이름이 붙으면 고기부터 소스까지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호텔에서 한 끼를 먹는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집에서 즐길 한 접시에 지갑을 여는 건 그보다 가벼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손님상에 올리기도 좋다. 고기를 손질하고 소스를 만드는 수고를 덜면서도 평소보다 신경 쓴 한 끼를 대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맛볼 수 있게 된 건 지역 맛집의 음식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은 기장끝집·기백삼계탕·늘봄육개장 등 각지의 맛집과 협업해 간편식 상품을 늘리고 있다. 서울시·현대그린푸드·네이버의 ‘모두의 맛집’ 프로젝트에서는 버섯집의 ‘들깨 버섯탕’과 부안육비의 ‘토마토 닭볶음탕’이 밀키트가 됐다. ‘근처에 가면 먹어봐야지’ 하고 기억해둔 메뉴를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간편식의 선택지가 넓어진 덕분에 이제 냉동고 앞에서도 ‘오늘은 뭘 먹고 싶은가’를 고민할 수 있게 됐다. 요리할 기운은 없어도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니까. 간편식은 그렇게 저녁 준비의 수고를 덜고, 메뉴를 고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