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체중 관리를 시작하면 음식 앞에서 갑자기 고민이 많아집니다. 샐러드와 닭가슴살은 안심하고 먹으면서도 밥, 면, 견과류처럼 익숙한 음식에는 괜히 경계심이 생기는데요. 특히 SNS를 보다 보면 ‘다이어트 금지 음식 리스트’가 끝없이 등장하죠.
실제로 체중 관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35.4%로 전년보다 1.0%p 증가했고, 연간 체중조절 시도율은 68.5%로 나타났습니다. 성인 10명 중 약 7명이 한 해 동안 체중을 줄이거나 유지하려고 시도한 셈인데요.
무엇을 먹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살찔 것 같다고 생각했던 음식 중 의외로 다이어트를 크게 방해하지 않는 음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땅콩버터,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오해
다이어트할 때, 땅콩버터는 이름만 들어도 왠지 양심의 가책부터 느껴지곤 하죠? 실제로 땅콩버터는 저칼로리 식품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2큰술, 약 32g의 땅콩버터는 약 190kcal에 달해요. 지방도 약 16g 이상 들어 있어 성분만 보면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요.
그런데 실제 몸의 반응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방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식사량을 감소시키고, 간식 섭취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땅콩버터의 불포화지방, 식물성 단백질, 식이섬유 덕분입니다. 땅콩버터에 들어 있는 지방과 단백질, 식이섬유는 소화와 흡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탄수화물과 같이 먹게 될 경우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완화할 수 있죠.
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도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은 비만 여성의 아침 식사에 땅콩 또는 땅콩버터를 포함했을 때 식욕을 유발하는 욕구가 감소하고 포만감 관련 호르몬인 PYY는 유의하게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렇기에, 다이어트 중이라면 땅콩버터를 완전히 금지하기보다 식단 속 지방과 식이섬유를 보완해 주는 선택지로 활용하면 좋은데요.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땅콩 100%로 만든 무가당·무염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탕이나 소금이 첨가된 제품은 당류와 나트륨 섭취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또한 무가당·무염 제품이라도 열량이 높은 만큼 다량 섭취는 피해야 합니다.
한 번에 1큰술 정도 계량해 통곡물빵이나 과일, 무가당 요거트 등에 곁들이면 포만감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면류는 무조건 피해야 할까?
다이어트 시작과 동시에 가장 먼저 끊는 음식 중 하나, 바로 면이죠? 특히 파스타는 ‘밀가루 + 탄수화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체중 감량의 적으로 취급되곤 하는데요.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BMJ Open에 발표된 체계적 검토 및 메타분석에서는 파스타를 포함한 저혈당지수 식사 패턴과 더 높은 혈당지수 식사 패턴을 비교한 32개 시험(총 2,448명)을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파스타를 포함한 저 GI 식단은 비교 식단보다 체중이 평균 0.63kg, BMI가 0.26kg/m²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파스타를 포함한 저GI 식사 패턴이 체지방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죠.

파스타 섭취량을 비교한 연구도 있습니다. 비만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6개월간의 식단 중재 연구에서는 파스타를 주 5회 이상 먹는 저열량 지중해식 식단과 주 3회 이하 먹는 식단 모두 체중이 감소했는데요. 체중과 체성분 개선 정도에서도 두 식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파스타를 자주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체중 감량이 방해받은 것은 아니었던 셈이죠.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파스타를 무조건 살이 빠지는 음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파스타라도 크림소스, 치즈, 베이컨, 오일을 듬뿍 넣으면 한 접시의 열량은 훌쩍 올라갑니다. 반대로 채소와 단백질을 적절히 곁들이고 양을 조절하면 충분히 균형 잡힌 한 끼가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파스타 한 접시의 총량과 재료, 식단의 구성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죽’이라고 다 같은 ‘죽’은 아니다
팥죽은 어떨까요? ‘죽’이라는 이름 때문에 탄수화물이 많을 것 같고, 여기에 찹쌀이나 새알심까지 들어가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데요. 삶은 팥 100g에는 약 128kcal, 탄수화물 25g, 단백질 7.5g, 식이섬유 7.3g이 들어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주된 에너지원이긴 하지만, 정제 곡류 위주의 식품과 달리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할 수 있죠. 또 칼륨도 들어 있어 체내 나트륨 배출과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요. 비타민 B1 역시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보조효소로 작용하죠.
다만 팥죽이라고 해서 모두 영양 구성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팥을 중심으로 끓인 무가당 팥죽과 찹쌀·새알심·설탕을 많이 넣은 팥죽은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열량과 당류 함량이 달라질 수 있어요. 팥과 물의 비율은 물론, 한 번에 먹는 양도 함께 고려해야 하죠.

특히 찹쌀은 일반 멥쌀보다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아 식후 혈당 반응에 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팥의 비중과 1회 섭취량, 찹쌀과 새알심의 양, 설탕 첨가 여부까지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해요. 다이어트 중이라면 찹쌀이나 새알심을 많이 넣지 않고, 설탕을 과하게 넣지 않은 팥죽을 적정량 선택해 한 끼의 탄수화물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금지’보다 중요한 것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음식 하나하나에 합격·불합격 도장을 찍게 됩니다. 하지만 체중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금지 음식 리스트’를 늘리는 일이 아닙니다.
땅콩버터는 무가당을 적정량으로, 파스타는 양과 소스를 조절하고, 팥죽은 찹쌀·새알심·첨가당을 과하게 넣지 않는 방식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결국 다이어트는 내 식탁의 전체 그림을 조정하는 일에 가까워요.
오늘 먹은 파스타 한 접시 때문에 다이어트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샐러드 한 그릇을 먹었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먹는 음식 속 성분을 조금 더 정확하게 보는 것. 오래가는 다이어트는 바로 여기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