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요즘 신제품을 구경하다 보면 이상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크런치’, ‘쫀득’, ‘쉐이킹’처럼 맛보다 먹는 순간의 식감을 강조한 제품이 부쩍 많아진 것인데요. 실제로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식감’이 제품 차별화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글로벌 식품 원료기업 Ingredion이 2026년 공개한 자체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9%가 식감이 음식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으며, 72%는 식감이 좋지 않다면 브랜드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60%는 여러 가지 식감과 맛이 함께 들어간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는다고 응답했죠. 식감이 이제 ‘있으면 좋은 요소’가 아니라 구매 경험에까지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된 셈입니다.
맛만으로는 부족하다? 식감에 빠진 식품업계
그렇다면 최근 식감 소비 트렌드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을 맛보는 경험 자체가 점점 더 입체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맛과 향만 느끼지 않습니다. 씹었을 때의 식감, 입안에서 부서지는 느낌, 혀에 닿는 질감, 심지어 씹는 소리까지 함께 받아들입니다.
즉, ‘맛있다’라는 감각에는 생각보다 많은 감각 정보가 동시에 관여하는 것이죠. 똑같은 맛이라도 바삭하게 깨지는지, 쫀득하게 늘어나는지, 크리미하게 녹는지에 따라 음식에 대한 인상이 달라져요.
2016년 Physiology & Behavior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3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씹는 소리를 조작해 들려줬을 때, 참가자들은 실제 음식의 물성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바삭바삭한 소리를 들은 음식을 더 단단하고 거칠며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간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만족감과 즐거움 역시 더 높았고요.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텍스처 붐(Texture Boom)’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는데요. Tastewise의 2026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식감이 스낵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식감이 강조된 스낵에 대한 수요가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바삭하고 크리미한 식감, 녹아내리면서 쫀득한 식감처럼 서로 대비되는 질감을 한 제품 안에서 조합하는 ‘텍스처 대비’가 핵심으로 꼽혔죠.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SNS죠. 소셜 플랫폼에서도 식감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삭함, 부서짐, 녹는 느낌, 겹겹이 쌓인 질감은 인스타그램과 틱톡과 같은 플랫폼의 짧고 시각적인 콘텐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맛은 화면만으로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지만 ‘톡’하고 깨지는 소리나 ‘와그작’ 부서지는 장면처럼 식감은 시각과 청각을 통해 비교적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영상만 봐도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런 특성 때문에 식감은 최근 식품 업계에서 ‘먹는 경험’과 ‘보는 경험’을 동시에 만드는 장치가 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실제 신제품들은 이 식감 트렌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최근 출시된 제품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세 가지를 골라봤습니다.
톡 치면 와그작! 연세우유 깨먹는 하트 생크림빵
첫 번째는 CU에서 판매하는 ‘연세우유 깨먹는 하트 생크림빵’입니다. 이름부터 정체성이 확실합니다. 그냥 생크림빵이 아니라 ‘깨먹는’ 생크림빵이죠. 제품의 핵심 역시 ‘깨지는 순간’에 있습니다.
빵을 감싼 초콜릿 코팅을 손으로 톡 치면 단단한 초콜릿이 갈라지면서 안쪽의 부드러운 빵과 크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크리미한 필링, 폭신하고 부드러운 빵에 단단하고 바삭한 초콜릿을 더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대비를 노린 제품이죠.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먹는 방법’까지 제품 경험에 포함시켰다는 점인데요. 맛뿐 아니라 행동까지 설계한 디저트라는 점이 이 제품의 진짜 포인트입니다. 실제로 소비자 반응도 높았습니다. 2026년 4월 말에 출시된 이후 6일 만에 냉장 디저트 매출 1위에 올랐고,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5만 개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출시 3개월 만인 7월에는 누적 판매량 110만 개를 넘어섰죠. 인기에 힘입어 ‘깨먹는’ 콘셉트의 디저트는 총 15종까지 확대되었으며, 관련 상품군의 누적 판매량도 15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깨먹는 재미 자체가 하나의 상품 카테고리가 된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제품, 영양 성분은 어떨까요? 재밌는 식감과 별개로 영양성분은 꽤 묵직한데요. 1개 135g 기준 474kcal, 탄수화물 54g, 지방 26g, 단백질 6g으로 확인됩니다. 여기에 당류는 20g, 포화지방은 19g 수준인데요. 여기서 특히 눈여겨볼 것은 포화지방입니다. 1개만 먹어도 1일 영양성분 기준치 대비 127%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심코 많이 먹어선 안 돼요.
부드럽고 바삭하게,
배스킨라빈스 비스코프 에스프레소 크런치
두 번째는 식감의 정석이라고 할 만한 조합입니다. 바로, 배스킨라빈스의 배스킨라빈스의 ‘비스코프 에스프레소 크런치’인데요. 진한 에스프레소와 크림 아이스크림에 바삭한 비스코프 쿠키와 카다이프 리본을 더한 제품으로, 처음에는 크리미하다가 중간중간 쿠키가 ‘바삭’, 카다이프가 ‘사각’ 하고 씹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드러움과 바삭함을 모두 잡았죠.
특히 카다이프는 최근 디저트 트렌드에서 존재감이 커진 식재료인데요. 두바이 초콜릿처럼 부드러운 크림이나 초콜릿과 바삭한 카다이프를 함께 즐기는 조합이 인기를 끌면서 식감 대비를 만드는 재료로 종종 활용되고 있습니다. 배스킨라빈스 역시 카다이프, 쿠키, 크럼블 등을 활용한 다양한 식감을 제품의 차별화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공식 영양 정보에 따르면 싱글레귤러 기준 1회 제공량은 115g이며 297kcal, 당류 25g, 단백질 4g, 포화지방 8g, 나트륨 140mg입니다. 아이스크림이라 가벼울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 디저트의 경우, 열량과 함께 당류와 포화지방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맛과 식감은 확실히 풍성하지만 그만큼 한 컵에 여러 재료가 들어간 디저트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겠죠.
흔들어 먹는 하이볼? 믹스업 쉐이킹 하이볼
마지막은 정말 의외의 제품입니다. 빵도 아이스크림도 아닌 하이볼이 그 주인공인데요. GS25가 8월 19일, 포도와 리치 2종으로 출시한 ‘믹스업 쉐이킹 하이볼’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3.5도, 가격은 캔당 4,500원에 해당하는데요.
그런데 이 하이볼, 그냥 따서 마시면 안 됩니다. 마시기 직전 캔을 10번 이상 강하게 흔들어야 해요. 흔드는 과정에서 캔 안에 들어 있던 과즙 기반 겔이 잘게 부서지면서 워터젤리 형태로 변하기 때문인데요.
일반적인 액체 하이볼과 달리 탱글탱글한 젤리 식감과 탄산감을 함께 즐길 수 있어요. 하이볼인데 씹는 듯한 느낌이 있다는 게 꽤 낯설지 않나요? 흔드는 행위가 제품을 완성하는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며, 소비자의 행동 자체를 제품의 일부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편의점 하이볼 시장이 맛과 도수 중심에서 ‘마시는 방식’과 ‘경험’ 중심으로 확장되는 흐름도 눈여겨볼 만한데요. 젤리를 넣고 흔들어 마시거나, 얼려서 숟가락으로 떠먹는 하이볼 등이 등장하면서 편의점 주류 또한 ‘마시는 재미’를 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느냐’에서 ‘어떻게 먹느냐’로
이제 소비자들은 음식을 먹을 때 ‘무슨 맛인가’를 넘어 ‘어떻게 먹는가’를 궁금해합니다. 톡 깨지는 소리, 쫀득하게 늘어나는 느낌, 입안에서 사각거리는 소리처럼 맛 이외의 감각이 제품의 인상과 구매 경험을 좌우하죠.
연세우유 깨먹는 하트 생크림빵은 깨지는 소리를 만들고, 믹스업 쉐이킹 하이볼은 흔드는 행동을 만들고, 비스코프 에스프레소 크런치는 부드러움과 바삭함의 대비를 만듭니다. 세 제품 모두 맛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먹는 순간을 하나의 이벤트로 만든다는 것.
앞으로는 이런 흐름이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의 행동까지 개입하는 인터랙티브한 식품이 계속 등장할 수 있겠죠. 신제품을 볼 때 맛과 함께 먹는 방법을 먼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