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다이소에서는 목적을 잃기 쉽다. 분명 간단하게 건전지 하나를 사러 들어갔는데, 매장을 돌다 보면 각종 수납 케이스와 밀폐용기, 청소포까지 눈에 들어온다. 모두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게 하나둘 담다 보면, 건전지만 사려던 장바구니가 어느새 작은 살림살이로 가득 찬다.
그런데 요즘은 이 장바구니에 코인육수와 볶음김치까지 끼어들었다. 출출해서 과자 하나를 집어드는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생활용품을 사러 들어온 발길이 어느새 오늘 저녁 장보기로 이어지는 셈이다.
과자 코너가 미니 식료품점이 되기까지

사실 다이소에서 먹을거리를 판매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몇 해전에도 과자와 라면은 물론 햇반과 컵밥, 스팸까지 웬만한 식품은 이미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때만 해도 식품은 ‘다이소에서 발견한 의외의 득템’에 가까웠다. 늘 보던 제품이 편의점이나 마트보다 저렴하니, 물티슈를 사러 왔다가 햇반까지 챙겨 가는 정도였달까.
그런데 최근 다이소 식품 코너의 매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생활용품을 사다 덤처럼 하나씩 집어 들던 먹거리가 이제는 장바구니의 한자리를 제대로 차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다이소의 식품·음료 매출은 2024년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고, 2025년에는 증가 폭이 약 40%까지 커졌다. 2026년 상반기 식품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 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이소에서 구매하는 식품의 종류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1년간 다이소 식품 구매추정액을 분석한 결과, 건·견과류는 전년 대비 73.1%, 양념류는 68.4% 증가했다. 어포류와 즉석조리식품도 각각 51%, 47.7% 늘었고, 통조림·반찬류 역시 40.7% 증가했다.
특히 양념류와 즉석조리식품, 통조림·반찬류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과자는 진열대를 지나다 “하나만 먹어볼까?” 하고 담을 수 있지만, 육수나 간장, 반찬은 다음 끼니를 떠올려야 손이 가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다이소 식품 매대의 역할이 한 끼에 필요한 것을 챙기는 쪽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육수와 양념, 반찬을 마트가 아닌 다이소에서 사기 시작한 걸까.
한 통이 부담스러운 사람들

다이소의 고객 구성을 보면 그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신용·체크카드 결제 내역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6년 4~6월 다이소 결제추정금액에서 30대는 23.6%, 40대는 25.4%를 차지했다. 둘을 합하면 49%로, 연령별로는 3040세대가 큰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가구 형태별로는 1인 가구의 결제 비중이 29.7%로 가장 높았다.
계좌이체와 현금, 상품권은 제외된 추정치라 실제 매출과는 차이가 있지만, 다이소 이용자 구성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사실 1인 가구에게 장보기는 가격보다 양의 문제일 때가 많다. 레시피에는 양념 한 숟갈만 필요하지만 마트에서는 한 통을 사야 하고, 반찬도 며칠 안에 다 먹지 못하면 냉장고에서 잊히기 쉽다. 대용량 제품이 100g당 저렴하더라도 절반을 버린다면 썩 만족스러운 절약은 아니다. 다 먹지 못한 식재료를 발견할 때마다 죄책감만 한 스푼 더 얹힐 뿐이다.
이럴 때 다이소는 꽤 편리한 선택지가 된다. 세제나 주방용품을 사는 김에 부족한 육수나 반찬도 함께 챙길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끌 만큼 거창하지 않은 장보기, 딱 그 틈을 파고든 셈이다.
식품업계도 ‘다이소용’을 만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식품업체들의 입점 방식도 달라졌다. 다이소의 가격대에 맞춰 용량을 줄이고 포장 형태도 바꾸고 있다. 아예 다이소에서 처음 선보일 제품을 따로 기획하는 사례도 생겼다.
샘표에서는 소용량의 연두를 판매하고 있으며, 대상은 청정원 파우치형 장류와 미원, 멸치 쌀국수를 선보이고 있다. 동원F&B 역시 양반 볶음김치와 김부각을 매대에 올렸다. 마트에서 익숙하게 보던 집밥 제품들이 다이소의 가격대에 맞는 구성으로 달라진 것이다.

다이소가 신제품의 첫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삼진제약은 올해 7월 ‘베러핏 고단백 저당쉐이크’ 5종을 출시했다. 초코와 커피, 흑임자, 쑥, 곡물 맛을 각각 40g짜리 파우치에 담고 가격은 1,000원으로 정했다. 출시 초기 일부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준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며 관심을 모았다.
저당 디저트 브랜드 라라스윗도 다이소와 손잡고 제로 칼로리 아이스크림과 저당 초코바, 저당 요거트바 등을 일부 매장에 내놓은 바 있다.
제품은 서로 다르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기존 제품은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용과 포장을 바꾸고, 신제품은 낮은 가격으로 첫 구매의 문턱을 낮춘다. 소비자는 적은 부담으로 제품을 경험할 수 있고, 제조사는 전국 다이소 매장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나며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이소가 단순한 저가 판매처를 넘어 식품업계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장보기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물론 다이소 식품이 언제나 가장 저렴한 것은 아니다. 포장 단위가 작아 한 번에 지불하는 금액은 낮지만, 100g당 가격을 따져보면 대용량 제품보다 비쌀 수도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이유는 가장 많은 양을 가장 싸게 사는 것만이 합리적인 소비는 아니기 때문이다.
건전지 하나를 사러 들어갔다가 양념과 볶음김치를 함께 들고 나오는 일도 계획적인 쇼핑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안에도 나름의 계산은 있다. 먹을 만큼만 사고, 새로운 제품은 한 번 경험해 본 뒤 마음에 들면 다시 사는 것이다. 다이소의 장바구니에는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가’보다 ‘얼마나 부담 없이 살 수 있는가’를 따지는 요즘의 장보기 기준이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