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고, 오후만 되면 납덩이를 얹은 듯 몸이 무거워지는 일상. 나날이 방전되어 가는 체력 때문에 지쳐갈 때쯤 친구가 ‘알부민’을 권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하루 한 병씩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이전보다 덜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먹는 알부민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냉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학적 효과를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 대학 교수 역시 “먹는 알부민은 조미료를 섭취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내가 느낀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정말 알부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였을까?
달아오른 알부민 시장

올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는 ‘알부민’이다. TV 홈쇼핑부터 온라인까지,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를 앞세운 광고들이 연일 쏟아진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높은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이미 ‘안 먹으면 손해’인 필수 영양제처럼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처럼 늘어난 수요에 맞춰 제약사들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알부민 영양제, 건강 효능 입증된 바 없어

먹는 알부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의료계에서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먹는 알부민의 의학적 효과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히며, 과도한 기대에 선을 그었다. 즉, 피로 회복이나 면역력 증진 효과를 기대할 만큼의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굳이 찾아서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며 특정 성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했다.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이다?

무엇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먹는 알부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알부민 제품 대부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성 인증을 받지 않은 '일반 식품'에 해당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적용시험 등을 통해 기능성을 입증받아야 하지만, 알부민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 원료가 아니다. 일부 제품에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가 붙어 있더라도, 기능성을 인정받은 것은 알부민이 아닌 비타민B군이나 아연 등의 부원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는 알부민이 왜 효과가 없는가

알부민은 원래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혈장 단백질이다. 간에서 매일 일정량이 합성되며, 혈관 내 삼투압 유지, 호르몬·약물 운반, 항산화 작용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혈중 알부민 수치가 낮아지면 영양 상태가 나쁘거나 만성질환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임상적으로도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건강한 상태라면 알부민 생성이 스스로 조절된다. 실제로 알부민 수치가 낮아지는 경우는 간질환이나 신장질환, 중증 질환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해당하며, 이때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정맥 주사 형태로 투여된다.
중요한 점은 ‘먹는 알부민’은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섭취한 알부민은 소화 과정에서 다른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되며, 혈중 알부민 수치를 직접적으로 높이지는 않는다.
차라리 계란을 먹는 게 낫다

그렇다면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느꼈다는 ‘효과’는 어디에서 온 걸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먹는 알부민은 계란 흰자에서 추출한 ‘농축 단백질’에 가깝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값비싼 알부민 영양제를 따로 섭취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공급하는 계란을 먹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기대했던 변화 역시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했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체감 효과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평소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던 경우다. 이때 농축된 단백질을 보충하면서 일시적으로 피로감이 줄고 컨디션이 개선됐을 수 있다. 또 제품에 함께 포함된 비타민이나 아연 등의 영향도 있을 수 있다. 면역과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영양소들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다.
단백질은 ‘달걀과 두부’로 충분

기대하는 효과가 ‘단백질 보충’이라면, 일상 식단에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달걀과 두부다.
달걀 하나에 담긴 힘
달걀은 단백질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만큼 ‘완전 단백질’에 가까운 식품이다. 소화 흡수율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을 균형 있게 포함하고 있어 근육 유지와 근감소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포만감을 높여 식사량 조절과 체중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달걀 단백질이 면역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경남대학교·건국대학교·한국식품연구원의 논문도 있다. 연구진은 스트레스로 면역 기능이 저하된 동물 마우스 모델에 달걀 노른자 단백질을 섭취하게 한 뒤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항체를 생성하는 B세포의 증식이 증가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IL-2와 IL-10 분비가 회복되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IgA와 IgG 같은 항체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제거하는 NK세포 활성 역시 증가했다. 이는 달걀이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을 넘어, 면역 기능 전반의 균형 회복에도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식물성 단백질의 대표주자, 두부
두부 역시 주목할 만한 단백질 식품이다. 식물성 식품임에도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갖춘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며, 포화지방 함량이 낮아 일상에서 부담 없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좋다.
무엇보다 두부의 가장 큰 장점은 특별한 방법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찌개에 넣고, 부쳐 먹고, 샐러드에 곁들이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단백질을 채울 수 있다.
달걀과 두부는 각각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함께 식단에 활용하면 보다 균형 있게 단백질을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피로와 면역에 대한 해답은 식탁에서

단백질만 챙긴다고 끝은 아니다. 면역력 개선이나 피로 회복을 기대한다면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다양한 영양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타민B군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사 과정에 필수적으로 관여하며, 이 과정이 원활해야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부족할 경우 에너지 생성이 떨어지면서 피로감, 무기력,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비타민B군과 비타민C는 면역 반응 조절과 세포 기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COVID-19와 비타민의 관계를 분석한 문헌 고찰에서는 비타민B 복합체가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P)을 낮추는 데 관여하고, 비타민C는 상피 장벽과 면역세포 기능을 강화해 면역 반응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연 역시 면역세포의 활성과 회복 과정에 관여하는 영양소로 부족할 경우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영양소들은 별도의 영양제에 의존하지 않아도 음식만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B군은 잡곡과 콩류, 시금치, 브로콜리 등에 풍부하고 비타민C는 감귤류, 키위, 딸기, 파프리카 등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아연 역시 육류, 해산물, 견과류 등 다양한 식품에 포함돼 있다.
값비싼 영양제 하나를 추가하는 것보다 달걀과 두부로 단백질을 채우고, 채소와 과일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는 식단을 꾸리는 것. 그 선택이 쌓여 몸의 변화를 만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