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매년 여름이면 “올해가 역대급 폭염”이라는 뉴스가 어김없이 쏟아진다. 이제는 이런 말조차 계절인사처럼 들릴 정도로, 폭염은 이미 단순히 “덥다”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에어컨과 선풍기만으로 버티기 힘들 만큼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복·중복·말복으로 이어지는 삼복 시즌이 다가오면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보양식으로 향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왠지 기운이 나는 것 같고, 장어구이 한 점을 먹고 나면 여름을 버틸 체력이 충전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해마다 폭염은 더 거세지고, 우리의 생활 방식 역시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몸을 보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전통 보양식이 사랑받은 이유

삼계탕과 추어탕, 장어구이가 오랜 세월 대한민국 대표 보양식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먹을거리가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이들이 필요한 영양을 채워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삼계탕은 닭고기와 인삼, 마늘, 대추가 한 그릇에 어우러진 지혜로운 음식이다. 닭고기에 풍부한 필수아미노산은 근육 유지와 면역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삼의 사포닌은 피로 개선을, 마늘의 알리신은 항균 작용과 심혈관 건강을 돕는 대표적인 성분으로 꼽힌다.

추어탕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는 단백질은 물론, 칼슘과 철분, 비타민 A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런 영양 구성 덕분에 농번기 지친 체력을 보충하는 음식으로 오랫동안 활용돼 왔으며,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미꾸라지를 영양학적 가치가 높은 어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장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단백질뿐 아니라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비타민A와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해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으로 평가받는다.
달라진 여름, 또 다른 해답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름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진 만큼, 보양식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보다 신체 활동량은 줄고 식생활은 풍족해지면서, 이제는 영양 부족보다 과잉 영양과 운동 부족이 더 익숙한 환경이 됐다.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과 대사증후군, 당뇨병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시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날마다 이어지는 고열량 보양식 섭취는 일부 사람들에게 영양 보충이 아니라 '칼로리 과부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삼계탕 1인분(1,000g 기준)의 열량은 평균 918kcal로, 성인 하루 권장 열량의 약 40%에 해당한다. 나트륨 함량도 약 2,111mg에 달해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고 기준(2,000mg)을 단 한 끼 만에 넘어설 수 있다.

장어구이도 열량과 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고, 추어탕은 국물까지 함께 섭취하는 식습관이 더해지면 나트륨 섭취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나트륨은 과다 섭취할 경우 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 우리 몸은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를 사용한다. 특히 삼계탕이나 장어처럼 고단백·고지방 음식을 한 번에 많이 섭취하면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늘어난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체온 조절을 위해 이미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폭염 상황에서는 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1세기 보양식의 조건

그렇다면 현대인의 기력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최근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보양식의 핵심은 '가벼움'과 '수분 보충'에 있다. 무조건 고열량 음식을 찾기보다는, 땀으로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1)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 채우기
폭염 속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수분과 전해질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뿐 아니라 칼륨 같은 전해질도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도 폭염 건강수칙을 통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전해질을 적절히 보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 동안 섭취하는 수분의 약 20%를 음식에서 얻는다. 그래서 최근 영양 전문가들은 수분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도 함께 챙기라고 조언한다. 여름이면 자연스럽게 수박과 오이를 찾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박은 약 91%, 오이는 약 95%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칼륨도 함께 들어 있다. 칼륨은 대표적인 전해질 성분으로, 미국 NIH 산하 영양보충제국(ODS)에 따르면 체액 균형을 유지하고 근육과 신경 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단백질은 가볍게, 영양은 충분하게
더위가 이어질수록 식욕도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그렇다고 단백질 섭취까지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단백질은 근육을 유지하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항체와 면역세포를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전복과 문어는 고단백·저지방 식품으로, 현대인의 보양식으로도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문어는 숙회나 무침처럼 기름을 적게 쓰는 조리법과 잘 어울려 부담 없이 즐기기 좋고, 전복은 비타민과 미네랄까지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특히 국제학술지 Fishery Science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전복의 유리아미노산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분이 타우린인 것으로 확인됐다. 타우린은 담즙산 생성과 지방 대사에 관여하는 아미노산 유사 물질로, 에너지 대사와 근육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원한 국수도 훌륭한 보양식이 될 수 있다. 초계국수는 삶은 닭고기를 활용해 기름기 부담은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은 챙길 수 있는 여름철 별미다. 새콤하고 차가운 육수 덕분에 더위를 식히기에도 좋다.
콩을 통째로 갈아 넣은 콩국수는 식물성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불포화지방산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편이라, 입맛이 떨어지는 시기에도 영양 균형을 갖춘 한 끼가 된다.
이제는 복날도 스마트하게 즐겨야

복날이면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공식은 여전히 유효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해볼 것은 지금 내 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다.
폭염은 예전보다 길어졌고, 우리의 생활 방식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보양식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 복날만큼은 전통보다 내 몸의 신호를 먼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