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해조류를 많이 먹는 나라 중 하나다. 국물 요리를 할 때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반찬으로 김이나 파래무침을 곁들이거나 미역국을 식탁에 올리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그만큼 해조류는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역국이 갑상선암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숟가락을 멈칫했을 것이다. 평생 몸에 좋은 음식으로만 알고 있던 미역국이 갑자기 갑상선암과 연결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역국이 갑상선과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요오드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과도한 요오드 섭취가 갑상선 질환은 물론 일부 갑상선암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반대로 갑상선 건강에 도움이 되고, 갑상선암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연구도 적지 않다.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이야기일까?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암 중 하나다. 그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요오드를 둘러싼 연구 결과를 하나씩 짚어보는 일이다.
국민음식으로 사랑받아 온 미역국

우리나라의 미역국 사랑은 유별나다. 생일이면 미역국을 먹고, 몸이 아파도 한 그릇 끓여 먹는다. 아이를 낳으면 미역국을 챙겨 먹는 것도 흔한 일이다.
나 역시 출산 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미역국 많이 먹어야 해”였고, 한동안 아침은 소고기 미역국, 점심은 황태 미역국, 저녁은 홍합 미역국이었다. 재료만 달라질 뿐 주인공은 언제나 미역이었던 셈이다. 산후조리보다 미역국과의 장기전이 더 기억에 남을 정도다.
물론 이런 문화가 생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 당나라 때 편찬된 백과사전 “초학기”에는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먹으며 상처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고려 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실제로 미역은 요오드와 칼슘,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해 대표적인 산후 식품으로 여겨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요오드는 오늘날 갑상선 건강을 이야기할 때 가장 주목받는 성분이다.
요오드, 한국인은 얼마나 섭취할까?

이러한 식문화는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요오드 섭취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요오드 섭취량은 800㎍ 안팎으로 보고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 하루 섭취량인 15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미역국 한 그릇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물 요리의 기본인 다시마 육수까지 더해지면 요오드 섭취량은 더욱 늘어난다. 한국인의 해조류 유래 요오드 섭취 가운데 다시마 육수의 기여도가 약 62%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요오드가 부족해 고민하는 나라가 아니라, 오히려 과잉 섭취하기 쉬운 식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갑상선을 움직이는 원자재

요오드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미네랄이다. 비유하자면 갑상선은 호르몬을 찍어내는 공장이고, 요오드는 그 공장을 돌리는 원자재와 같다.
원자재가 너무 부족하면 공장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 우리 몸에서는 이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부족한 호르몬을 더 만들기 위해 갑상선이 점점 커지는데, 이것이 바로 갑상선종이다.
반대로 원자재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공장이 쉬지 못한 채 계속 돌아가 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요오드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갑상선 내부에서 자가면역 반응이 유발되거나,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아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 기능항진증이나 기능저하증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갑상선암과도 관련이 있을까?

그렇다면 과도한 요오드 섭취는 정말 갑상선암 위험을 높일까? 지나친 요오드는 갑상선 세포에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러한 변화가 오래 지속되면 세포 변이를 거쳐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표된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과도한 요오드 섭취와 일부 갑상선암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한 결과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스위스 연구팀이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는 요오드 과잉은 유두갑상선암, 요오드 결핍은 여포갑상선암과 연관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메타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기존 16개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유두갑상선암 환자들이 건강한 대조군보다 요오드에 더 많이 노출됐으며, 특히 요오드 함량이 높은 지역 출신 환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보고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미역국을 많이 먹으면 갑상선암이 생긴다는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정 수준의 요오드 섭취가 오히려 갑상선 건강을 유지하고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요오드는 오히려 도움이 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한국인 16만 9,057명을 분석한 결과, 해조류를 주 5회 이상 섭취한 사람은 주 1회 미만 섭취한 사람보다 갑상선암 유병률이 5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는 해조류 자체를 위험한 식품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해조류에는 요오드뿐 아니라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 다양한 미네랄이 함께 들어 있어 단순히 요오드 함량만으로 건강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슷한 해석을 내놓은 다른 연구도 있다. 김과 요오드 섭취량이 높은 그룹에서는 갑상선암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으며, 연구진은 해조류를 통한 요오드 섭취가 곧바로 갑상선암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왜 연구 결과가 엇갈릴까?

연구마다 결론이 다른 이유는 우리 몸에 요오드를 조절하는 보호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섭취한 요오드의 대부분을 소변으로 배설한다. 몸속에 요오드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이를 조절하려는 보호 기전도 작동한다.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일시적으로 줄여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보호 기전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과도한 요오드 섭취에 더 민감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먹어야 할까?

갑상선 질환이 없고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미역국이나 김을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나 기능저하증, 갑상선염 등 갑상선 질환이 있거나 치료를 받고 있다면 과도한 해조류 섭취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주치의와 상담해 자신의 상태에 맞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은 해조류마다 요오드 함량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같은 미역이라도 종류와 가공 방식에 따라 그 함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다시마는 미역보다 훨씬 많은 요오드를 함유하고 있다.
미역국은 죄가 없다.

우리의 목 안에는 갑상선이라는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이 예민한 나비는 요오드가 조금만 부족해도 기운을 잃고, 지나치게 많아도 제 기능을 잃는다. 결국 갑상선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바로 '균형(Balance)'이다.
생일날의 미역국 한 그릇은 삶을 축하하는 따뜻한 문화다.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는 몸을 회복하기 위한 오랜 돌봄의 음식이기도 하다. 다만 해조류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습관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역국을 먹는 날이라면 다시마 육수나 다른 해조류 반찬이 겹치지 않도록 식단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목 속의 작은 나비가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오늘도 균형 잡힌 한 끼를 선택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