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부쩍 더워진 날씨,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고민에 빠지는 계절이 왔다. 갈증은 나지만 생수의 밋밋한 맛이 어딘지 아쉬울 때, 우리의 손은 자연스럽게 ‘차(茶)음료’ 코너로 향하게 된다. 구수한 보리차부터 V라인을 내세운 옥수수수염차까지 다양한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생수를 대신하고 있다.
얼마전 30도에 육박하는 올해 첫 더위가 찾아왔을 때, 생수와 차음료 매출이 전주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차음료가 생수의 매출 상승폭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과거 입가심용에 불과했던 차음료가 현재는 물처럼 소비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물’ 대신 이런 차 음료들을 마셔도 괜찮을 것일까? 전문가들은 차는 어디까지나 ‘음료’일 뿐, 생수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차(茶)가 물을 대신할 수 없는 이유

차는 기본적으로 생수와 생수와 수분의 질이 다르고, 이로 인해 만성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카페인이나 첨가물 섭취로 인한 영향도 간과하기 어렵다. 체내 수분 대사가 가장 원활하게 이뤄지는 최적의 조건은 ‘불순물 없는 순수한 물’이 공급될 때다.
차는 저마다의 약리적 기능은 있을지 몰라도, 순수한 수분 공급원으로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특히 대부분의 차에는 이뇨 작용을 돕는 성분이 함유돼 있어, 갈증을 해소하려 마신 차가 오히려 체내 수분을 배출시켜 만성탈수에 이르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만성 탈수가 진행되면 몸이 심각한 갈증 상태에 놓여도, 뇌는 그 신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체내 수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전해질 균형이 깨지고, 이는 다시 만성 피로로 이어진다. 심지어 뇌가 갈증을 배고픔으로 착각하는 ‘가짜 허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차음료에 포함된 카페인과 첨가물도 잘 확인해야 한다. 일반 성인의 카페인 일일 권장 섭취량은 400mg 이하지만, 카페인이 함유된 차를 물처럼 마시다 보면 어느새 이 기준치를 넘기게 된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중추신경을 자극해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강한 이뇨 작용으로 체내 수분을 빠르게 배출시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 향료, 감미료, 착색료 등 다양한 첨가물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어, 불필요한 화학 성분이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도 유의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뇨작용 조심해야 하는 차(茶)

그렇다면 카페인이 함유되거나, 이뇨작용을 일으키는 차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녹차, 홍차, 우롱차는 100ml당 20~60mg 수준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물론 커피보다는 적은 함량이지만 물처럼 마시다 보면, 결국 카페인 과다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수분 보충이라는 본래 목적은 흐려지고 과한 각성 상태와 피로감만 남게 되는 것이다.
‘디톡스’나 ‘부기완화’를 내세우는 차음료 역시 무분별한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들이 내세우는 효과의 실체는 강력한 이뇨 작용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옥수수수염차의 ‘피토스테롤’과 ‘칼륨’ 등의 성분은 체내 노폐물 배출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도한 이뇨를 유발해 체내 수분 손실을 야기한다. 메밀차, 팥차, 결명자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수를 대체하는 음료로 보기는 어렵다.
건강한 차(茶)도 과하면 독이 된다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감잎차는 탄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많이 마실 경우장내 수분을 흡수해 변비를 유발하거나,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숙취 해소의 대명사로 불리는 헛개나무차는 간질환이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더 필요하다. 헛개에 함유된 암페롭신과 호베니틴스는 간 회복을 돕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능이 저하된 간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15년간 급성 독성간염으로 인한 간부전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헛개나무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수분보충에 도움이 되는 차(茶)는?

반면, 카페인이 없고 이뇨 작용이 미미한 곡류차는 생수의 역할을 충분히 보완할 수도 있다. 볶은 옥수수 알갱이를 우려낸 옥수수차는 은은한 단맛과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카페인이 없어 중추신경 자극이나 이뇨 작용에 대한 부담이 적으므로, 일상적인 수분 보충에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옥수수차는 앞서 언급한 옥수수수염차와는 성질이 전혀 다르므로 구매 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보리차와 현미차 역시 비슷한 특성을 지닌다. 볶은 곡물로 우려낸 차라 카페인이 없을 뿐 아니라 당류와 열량도 거의 없다. 따라서 체내 수분 균형 유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보리차 등을 물 대신 마셔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이들 역시 순수한 물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곡류차라도 체질에 따라 다량 섭취 시 불편감을 느낄 수 있으니, 양을 적절히 조절하며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결국 건강한 수분 섭취의 핵심은 ‘물이 기본, 차는 보충’이라는 원칙을 지키는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