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완연한 봄기운이 산등성이까지 번지는 5월,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산나물 불법 채취’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함께 불거진다.
실제로 산길을 걷다 보면 길가에 소복이 돋아난 나물들을 마주하곤 하는데, 이 때 “팔 것도 아닌데, 한 끼 먹을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스칠 수도 있다. 이 시기의 산나물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보약이나 다름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손을 뻗는 두릅과 고사리, 방풍나물 등은 누군가가 가꾼 재산이자 산림의 소중한 자원인 ‘임산물’에 해당한다. 국유림과 사유림을 막론하고 허가 없이 나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인 것이다.
아기맹수의 “산나물 채취”

얼마 전 한 방송에서 ‘흑백요리사2’로 잘 알려진 한 셰프가 산나물을 채취하는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갓 채취한 나물로 차려낸 식탁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자아냈지만, 전문가들은 봄철 산나물 채취로 인한 산림 훼손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자체의 집중 단속, 그 이면엔 ‘안전’

각 지자체는 매년 4~5월, 임산물 불법 채취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5월 말까지를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하고, 취약 지역에 채취 금지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단속은 단순한 산림 보호를 넘어 시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산나물과 꼭 닮은 ‘독초’ 섭취로 인한 시민들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림청은 독초를 산나물로 오인해 섭취한 뒤, 복통과 구토를 호소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거듭 경고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독초 섭취 의심 신고는 총 94건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51%가 3~5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꽃이 피기 전이라 전문가조차 한 눈에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산나물과 독초의 생김새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만약 독초를 잘못 섭취했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 때 남은 식물을 함께 가져가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산나물과 독초 구분?

그렇다면 헷갈리기 쉬운 산나물과 독초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한 두가지의 특징만으로 식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뿌리와 줄기, 잎의 형태, 냄새 등 여러 단서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덕vs미국자리공
더덕은 특유의 알싸한 향이 나며, 인삼이나 도라지처럼 뿌리가 굵고 가로 주름이 뚜렷한 특징이 있다. 반면 독초인 미국자리공은 향이 거의 없고, 뿌리가 비교적 매끈하며 줄기가 자주색을 띤다.
▲원추리vs여로
원추리와 여로는 잎의 형태에서부터 차이가 나타난다. 원추리는 잎이 부드럽고 주름이 적으며, 아랫부분에서 좁은 잎들이 서로 포개어 나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독성이 강한 여로는 잎이 길고 넓으며, 털이 많고 주름도 깊다. 또한 대나무잎처럼 맥이 촘촘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두릅나무vs붉나무
두릅나무와 붉나무를 구별할 때는 줄기의 특징을 참고할 수 있다. 두릅나무는 줄기에 뚜렷한 가시가 있고, 엽흔(잎이 떨어진 자국)이 줄기를 반쯤 감싸는 C자 형태를 보인다. 독초인 붉나무는 가시가 없고, 엽흔 역시 U자 모양으로 관찰된다.
▲곰취vs동의나물
향이 좋은 곰취는 잎이 부드럽고 광택이 적으며, 가장자리에 날카롭고 뚜렷한 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동의나물은 향이 거의 없고,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둔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산마늘vs은방울꽃vs박새
명이나물로 알려진 산마늘은 독초인 박새, 은방울꽃과 혼동하기 쉬운 산나물이다. 산마늘은 부추와 비슷한 향이 강하게 나고, 하나의 줄기에 잎이 2~3장 나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 박새는 여러 장의 잎이 촘촘하게 어긋나며 자란다.
은방울꽃과의 구별도 중요하다. 산마늘은 잎 끝이 비교적 뭉툭하고, 갈색 그물섬유로 감싼 비늘줄기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은방울꽃은 향이 거의 없고 잎 끝이 길고 뾰족하며, 땅속으로 가늘고 긴 줄기가 뻗는 특징도 보인다.
▲머위vs털머위
머위와 털머위 역시 모두 잎이 콩팥 모양인 데다 이름도 유사해 혼동하기 쉽다. 식용 머위는 잎 표면에 잔털이 있는 경우가 많고, 잎이 부드럽고 잎자루가 연두색을 띤다. 반면 털머위는 잎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고, 털이 주로 잎 뒷면에 분포한다. 또한 잎이 두껍고 잎자루가 붉은 색을 띠는 특징도 있다.
단, 조금이라도 헷갈린다면 채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자연에서 얻는 식재료일수록 ‘확실한 구분’이 곧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독성 제거를 위해 손질해야 하는 산나물

식용 산나물이라 하더라도 원추리, 두릅, 고사리 등은 미량의 자연 독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끓는 물에 충분히 데쳐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원추리에 함유된 ‘콜히친’ 성분은 구토를 유발할 수 있는데, 식물이 자랄수록 그 함량 역시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어린 잎 위주로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두릅은 생으로 섭취할 경우 사포닌 등의 자극 성분 때문에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섭취하면 이러한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특유의 쓴맛까지 잡을 수 있어 훨씬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고사리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자연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이 성분을 제거하려면 충분히 삶은 뒤 물에 오래 불리고 여러번 헹구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이다. 해당 과정을 거치면 독성 대부분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처럼 식용 산나물이라도 조리법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섭취 전에 적절한 손질과 조리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외형의 식물들을 독초인지 구별하는 일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독초와 산나물을 확신하기 어렵다면 채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조금이니까 괜찮겠지’라는 판단은 예상치 못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무리한 채취를 피하고, 검증된 유통 경로를 통해 나물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