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다음은 우베?
떠오르는 보랏빛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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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다음은 우베? 떠오르는 보랏빛 디저트

디저트뿌리채소우베자색얌
2026.05.06
양민영양민영
FOOD SCANNER
양민영
양민영

[푸드스캐너=양민영] 한동안 디저트와 음료 시장을 지배하던 색은 초록이었죠? 말차 라떼, 말차 케이크, 말차 아이스크림 등 진한 초록빛의 말차를 활용한 음식들은 글로벌 디저트 시장의 상징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보랏빛 라떼, 보라색 케이크, 보라색 아이스크림까지. SNS 피드를 조금만 둘러봐도 보라색이 자꾸만 등장해요.

이 보라색 디저트는 ‘우베’라는 필리핀의 뿌리채소로 만들어지는데요. 최근 SNS 콘텐츠와 카페 메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Z세대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래머블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말차가 초록색 디저트 열풍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우베가 그다음 장을 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필리핀에서 온 보라색 뿌리채소



우베는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재배되는 자색 얌의 일종입니다. 학명은 Dioscorea alata로, 겉모습은 자색 고구마와 비슷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종이에요. 고구마는 메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베는 마과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죠.

식감과 풍미도 조금 다릅니다. 우베는 고구마의 묵직한 단맛보다는 바닐라와 견과류 향이 섞인 듯한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이고, 식감은 고구마보다 크리미하고 촉촉한 편이에요. 색감 때문에 타로와도 자주 혼동되곤 하는데요. 타로는 흰색 속살에 보라색 반점이 있는 반면 우베는 속살 전체가 선명한 보라색이라는 차이점이 있어요.

필리핀에는 삶은 우베를 으깨 코코넛 밀크나 연유와 함께 졸여 만드는 ‘우베 할라야(Ube halaya)’라는 디저트가 있는데요. 잼처럼 진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서 주로 케이크, 아이스크림, 빙수 등에 활용되고 최근에는 라떼, 버블티, 쿠키, 맥주까지 다양한 메뉴에 쓰이며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우베가 새로운 트렌드가 된 이유



우베가 최근 주목받는 식품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됩니다.

SNS 시대에 잘 어울리는 보라색 비주얼
첫 번째는 시각적 매력입니다. 우베는 인공 색소 없이도 강렬한 보라색을 띱니다. SNS에서 사진 한 장으로 시선을 끌기 좋은 색이죠. 독특하고 매력적인 컬러를 가지고 있어서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사진 찍기 좋은 디저트로 빠르게 확산됐어요. 실제로 식품 트렌드 분석가들은 SNS에서 공유되기 쉬운 비주얼 중심의 음식이 새로운 맛 트렌드를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합니다.

아시아 식재료에 대한 글로벌 관심
두 번째는 아시아 식재료에 대한 글로벌 관심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시장에서 말차, 유자, 흑임자, 타로 같은 아시아 디저트 재료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향료 기업 T. 하세가와(T. Hasegawa)는 2024년 트렌드 보고서에서 우베를 ‘올해의 맛’으로 선정했어요. 우베의 독특한 보라색과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단맛 덕분에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으며 디저트뿐 아니라 음료나 베이커리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죠.

실제로 최근 많은 카페와 베이커리에서 우베 라떼, 우베 도넛처럼 기존 디저트에 색다른 변주를 더하는 재료로 활용되면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웰니스 트렌드
세 번째는 웰니스 트렌드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보다 건강과 영양을 함께 고려합니다. 자연 색소를 기반으로 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진한 보라색 속 영양



우베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 보라색입니다. 이 색을 만드는 성분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식물성 색소인데요.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 자색 고구마, 적양배추 같은 식품에도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물질로 체내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국 카세차르트 대학교의 프로파일링에 따르면 자색 얌에는 다양한 페놀 화합물과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여러 종류의 안토시아닌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요. 특히 시아니딘 계열의 안토시아닌이 주요 색소로 작용해 우베 특유의 진한 보라색을 만든다는 분석도 보고되었습니다.

또 다른 실험 연구에서는 우베에서 정제한 안토시아닌을 투여했을 때 항산화 효소(SOD, GSH-Px) 활성 증가와 산화 스트레스 지표 감소가 관찰되기도 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안토시아닌이 LDL 콜레스테롤 감소,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 완화, 항염 효과와도 연관성이 있음이 확인되었어요.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베의 안토시아닌이 아실화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요. 이런 구조는 일반 안토시아닌보다 열과 빛에 대한 안정성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식품 색소나 기능성 소재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베는 식이섬유와 저항성 전분도 꽤 풍부한 편입니다. 우베에는 일반 고구마(약 3g)나 바나나(약 2.6g)보다 많은 약 4g(100g 기준)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요. 특히 착한 탄수화물이라고 불리는 저항성 전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저항성 전분은 일반 전분과 달리 소장에서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미생물의 먹이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쇄지방산(SCFA)이 생성되는데, 이 물질은 장 점막을 보호하고 장내 염증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실제로 우베에서 추출한 저항성 전분을 이용한 중국 푸젠성 식품 과학 대학의 실험에서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익균의 성장과 생존 능력을 높이는 프리바이오틱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죠. 그래서 최근 장 건강이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서는 감자, 콩류와 함께 저항성 전분이 풍부한 뿌리 작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베는 당뇨환자들이 즐기기에도 좋은 식품입니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뿌리 작물이지만 혈당지수(GI)가 약 24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죠. 그 이유가 뭘까요? 바로, 식이섬유와 저항성 전분이 함께 들어 있어 탄수화물의 소화 속도를 늦추고 식후 혈당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만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분의 일부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장으로 이동하는 특성 역시 인슐린 반응을 완화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다만 카페에서 판매되는 우베 음료류나 디저트류에는 설탕과 크림 등의 부재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류와 지방 섭취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이 제품들을 건강식으로 보기는 어려워요. 우베 자체는 비교적 균형 잡힌 식재료이지만 디저트 형태로 섭취할 때는 당류와 열량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물들인 보라색 디저트 열풍



Bloomberg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의 우베를 포함한 마 수출량은 약 610톤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으며 팬케이크, 쿠키, 아이스크림, 라떼 등 우베를 활용한 신메뉴는 2021년 대비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또, 미국 스타벅스는 ‘아이스 우베 코코넛 마키아토’를 출시하며 보라색 트렌드에 합류했고, 미국의 식료품 체인점인 트레이더조 역시 우베 아이스크림과 쿠키, 팬케이크 믹스 등 다양한 우베 제품을 판매하며 관련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죠.

특히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의 카페와 베이커리에서 우베 메뉴가 빠르게 늘어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베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라색 골드러시’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어요.


국내에서도 우베 열풍에 맞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카페 원료 전문 기업 태향의 프리미엄 브랜드 ‘네이쳐티’가 선보인 우베 파우더는 출시 2주 만에 1차 공급 물량인 2,000개가 전량 소진되었으며, 2차 예약 판매에서도 7,500개가 선주문으로 완판되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요. ‘더기와’ 합정점도 최근 우베 막걸리를 출시하며 유행에 합류했습니다.

검색 데이터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요.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우베 검색량은 약 3만 4천 건, 이달 예상 검색량은 약 4만 8천 건 수준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글로벌 검색 분석 서비스인 Google Trends에서도 국내 우베 검색 관심도가 지난해 말부터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7월 40 수준이던 관심도는 12월 78까지 상승했고, 올해 1월에는 100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다만 우베가 국내 시장에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우베는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해야 하는 작물이라 원재료 수급이 안정적이지 않고 가격도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일부 카페에서는 메뉴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거나 파우더 형태의 원료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베가 자연스러운 단맛, 식물성 원료, 항산화 성분, 글로벌 디저트 문화 확산이라는 여러 트렌드가 겹쳐 만들어진 식재료이기 때문에 우베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스테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보라색 디저트, 다음 장면은 어디로 향할까



말차가 초록색 디저트 열풍을 이끌었던 것처럼 우베는 지금 보라색 디저트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진하고 선명한 색감, SNS에서 눈길을 끄는 비주얼, 그리고 식물성 식재료라는 이미지까지. 여러 소비 트렌드가 겹치며 하나의 식재료가 글로벌 디저트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전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죠.

앞으로 우베가 말차처럼 장기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또 다른 색과 맛을 가진 새로운 재료가 등장해 다음 유행을 만들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습니다. 지금의 식품 시장에서 특별한 비주얼과 이야기를 가진 식재료가 점점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초록색 말차 다음 등장한 보라색 우베. 그다음에는 또 어떤 색의 식재료가 우리의 음식을 물들이게 될까요? 새로운 색의 트렌드가 식탁 위에 등장하는 순간을 조금 더 흥미로운 마음으로 지켜봐도 좋겠습니다.


FOODDITOR
양민영
양민영
트렌드 한 입, 인사이트 한 스푼. 맛있는 건 놓치지 않고, 트렌드는 더 빠르게 씹어보는 푸디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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