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검은 반도체,
한국 김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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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검은 반도체, 한국 김의 재발견

K스낵
2026.04.30
양민영양민영
FOOD SCANNER
양민영
양민영

[푸드스캐너=양민영] 요즘 해외 식품 유통업계에서 유독 빠르게 성장하는 품목이 있습니다. 뜻밖에도 김입니다. 영국과 미국 주요 매체들은 한국 김의 수출 급증을 다루고 있고, 현지 대형 마트에서는 감자칩 옆에 ‘로스티드 씨위드 스낵’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때 블랙 페이퍼라 불리던 낯선 해조류가 이제는 전략 수출 품목으로 분류될 만큼 존재감을 키우고 있었던 겁니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이런 표현까지 나옵니다. ‘김은 검은 반도체다.’ 김이 한국 반도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요. 실제로 김은 K푸드 열풍, 건강식 트렌드, 식물성 식품 확대 흐름을 타고 빠르게 세계 식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변화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요?


K-드라마가 열어준 스낵의 문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한국 김의 글로벌 인기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K-팝과 K-드라마의 확산 이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김이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2023년에는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스’가 출시한 김밥 상품이 전국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죠. 콘텐츠 소비가 식품 소비로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K-콘텐츠의 식탁 확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25년 한국 김 수출액은 약 11억 3,0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70% 수준인데요. 수출 대상국도 2010년 64개국에서 2024년 126개국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며 글로벌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해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을까요?

단지 ‘한류 문화’라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세계 해조류 시장 규모 확대, 건강식 트렌드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2023-2033년 사이 글로벌 해조류 시장은 약 5%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는 미국 리서치 회사 market.us의 보고서처럼 세계 해조류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것도 증가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산 김이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려 저칼로리, 영양가 높은 스낵으로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유통망에서도 주목받고 있죠. 이제 김은 더 이상 국민 반찬에 머물지 않고, 전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스낵으로 진화 중이에요.


한 장에 담긴 영양



그렇다면 이렇게 사랑받는 김의 영양 성분은 어떨까요? 마른 김 10장(약 5g)은 약 20-30kcal로 열량은 낮고 미네랄은 풍부합니다. 요오드, 칼슘, 철, 마그네슘 등 다양한 해양성 미네랄이 들어 있고 식이섬유와 단백질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요.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마른 김 5장의 단백질 함유량은 달걀 1개 정도이며, 비타민 C는 감귤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저열량, 고영양 밀도 식품에 가까워요.

특히 김은 해조류 중에서도 홍조류에 속하는데요. 홍조류에는 피코빌린 계열의 색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피코에리트린 같은 항산화 물질이 있습니다. 최근 일부 해조류 연구에서는 이런 색소와 폴리페놀 성분이 혈중 지질 개선, 산화 스트레스 감소, 염증 반응 완화와 연관 가능성을 보인다고 보고해요.


재래김은 김 양식의 70%를 차지하는 방사무늬김으로 주로 만듭니다. 방사무늬김은 아미노산 함량이 100g당 41.4g에 달하며 메티오닌, 트립토판 등의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근육 강화, 피로 회복, 뇌 기능 향상 등에 도움이 됩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곱창김은 활성화 활성도가 높아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고 시노린과 포핀란이 100g당 각각 2,090mg, 3,128mg 포함되어 있어 자외선으로부터 세포 손상 보호와 염증 억제에 효과적이에요. 파래김은 칼슘,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과 콜레스테롤 저하에 도움이 됩니다.


구운 김 vs 마른 김, 무엇이 다를까?



한편, 한경대 영양조리학과 연구팀은 마른 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운 김, 마른 김에 참기름과 소금을 더해 구운 조미김의 영양 성분을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마른 김이 구운 김이나 조미김보다 영양가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어요. 특히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 좋은 아미노산이 13종이나 검출됐죠. 칼슘, 칼륨 등의 무기질 함량도 마른 김이 가장 높았으며, 김 본연의 풍미도 마른 김이 가장 우세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먹는 구운 김은 영양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굽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수분을 날리고 풍미를 강화하는 조리법입니다. 열과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일부 영양소도 함께 사라질 수 있죠. 그래서 열에 약한 수용성 비타민과 일부 아미노산이 김을 굽는 과정에서 일부 감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김이 본래 비타민 C 같은 수용성 비타민보다는 미네랄과 식이섬유, 항산화 색소가 강점인 식품이라는 점인데요.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식이섬유는 열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굽든 마른 상태이든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김의 ‘조미 여부’라고 할 수 있어요.


김 속 나트륨, 괜찮을까?



생김이나 무염 구운 김은 나트륨 함량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시판 조미김은 소금과 기름이 더해지면서 나트륨 함량이 크게 증가해요. 김은 얇고 가벼워 무심코 많은 양을 먹기 쉬운 식품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섭취하면 나트륨 섭취량이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관련하여 식품안전센터가 정한 기준 대비, 27개의 해조류 가공식품 샘플 중 70%(19개)가 고나트륨 식품인 것으로 밝혀진 홍콩 소비자 위원회 자료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히 100g당 나트륨이 600mg에서 최대 4,800mg 이상까지 나오는 사례도 확인되었죠. 과도한 나트륨은 고혈압 및 심혈관계 부담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해요.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성분은 요오드입니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지만 과다 섭취 시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어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요오드 권장 섭취량을 약 150μg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어요. 김 한 장에 들어 있는 요오드 함량은 제품과 산지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여러 장을 한 번에 섭취할 경우 일일 권장량을 넘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삭한 스낵이지만 어디까지나 균형 속에서 빛나는 식재료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2조 원을 향한 산업의 확장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비비고 시위드 스낵’을 앞세워 현지 김 스낵 시장 점유율을 약 50%를 기록했고, 유럽 주요 유통망에도 입점하여 K-스낵 카테고리를 확장 중입니다.

대상 역시 김스낵, 조미김, 자반김 등의 김·해조류 가공 제품을 30여 개국에 수출하며 해조류 가공품 매출액이 4년 만에 138% 늘었어요. 식품 업계는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가 지속될 경우 김 수출 2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김을 국가 전략 가공식품으로 분류하며 산업 전 주기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수산물 해외시장 개척 사업 예산은 전년보다 236억 원 증가한 791억 원 규모로 편성되어 K-씨푸드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인지도 제고와 신규 판로 개척 등을 뒷받침할 계획입니다.


다음 장을 준비할 시간



한 장의 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수출 1조 원을 넘어 2조 원을 바라보는 산업의 서사로 확장됐습니다. K콘텐츠가 열어준 문, 건강 트렌드가 밀어준 흐름, 그리고 기업과 정부의 전략까지.

김은 우리 집 단골 반찬이면서 동시에 세계 식탁 위에서 한국을 설명하는 가장 얇고 강한 명함이 되고 있습니다. 수출액도, 시장 점유율도, 2조 원 전망도 중요하지만 결국 김이 사랑받는 이유는 더 단순한 데 있을지 몰라요. 가볍지만 비어 있지 않고,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있고, 적은 양으로도 식탁의 균형을 잡아주는 힘 말이죠.

바삭한 김 한 장. 그 안에는 바다의 미네랄과 시간, 그리고 우리의 식습관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금,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균형 있게 즐겨 보면 어떨까요?

FOODDITOR
양민영
양민영
트렌드 한 입, 인사이트 한 스푼. 맛있는 건 놓치지 않고, 트렌드는 더 빠르게 씹어보는 푸디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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