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요즘 해외 식품 유통업계에서 유독 빠르게 성장하는 품목이 있습니다. 뜻밖에도 김입니다. 영국과 미국 주요 매체들은 한국 김의 수출 급증을 다루고 있고, 현지 대형 마트에서는 감자칩 옆에 ‘로스티드 씨위드 스낵’이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때 블랙 페이퍼라 불리던 낯선 해조류가 이제는 전략 수출 품목으로 분류될 만큼 존재감을 키우고 있었던 겁니다.
K-드라마가 열어준 스낵의 문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한국 김의 글로벌 인기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K-팝과 K-드라마의 확산 이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김이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2023년에는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 조스’가 출시한 김밥 상품이 전국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죠. 콘텐츠 소비가 식품 소비로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K-콘텐츠의 식탁 확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해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을까요?
단지 ‘한류 문화’라는 한 가지 이유가 아니라 세계 해조류 시장 규모 확대, 건강식 트렌드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2023-2033년 사이 글로벌 해조류 시장은 약 5%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는 미국 리서치 회사 market.us의 보고서처럼 세계 해조류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것도 증가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장에 담긴 영양

그렇다면 이렇게 사랑받는 김의 영양 성분은 어떨까요? 마른 김 10장(약 5g)은 약 20-30kcal로 열량은 낮고 미네랄은 풍부합니다. 요오드, 칼슘, 철, 마그네슘 등 다양한 해양성 미네랄이 들어 있고 식이섬유와 단백질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요.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마른 김 5장의 단백질 함유량은 달걀 1개 정도이며, 비타민 C는 감귤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저열량, 고영양 밀도 식품에 가까워요.

재래김은 김 양식의 70%를 차지하는 방사무늬김으로 주로 만듭니다. 방사무늬김은 아미노산 함량이 100g당 41.4g에 달하며 메티오닌, 트립토판 등의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근육 강화, 피로 회복, 뇌 기능 향상 등에 도움이 됩니다.
요즘 인기가 많은 곱창김은 활성화 활성도가 높아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고 시노린과 포핀란이 100g당 각각 2,090mg, 3,128mg 포함되어 있어 자외선으로부터 세포 손상 보호와 염증 억제에 효과적이에요. 파래김은 칼슘,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해 골다공증 예방과 콜레스테롤 저하에 도움이 됩니다.
구운 김 vs 마른 김, 무엇이 다를까?

한편, 한경대 영양조리학과 연구팀은 마른 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운 김, 마른 김에 참기름과 소금을 더해 구운 조미김의 영양 성분을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마른 김이 구운 김이나 조미김보다 영양가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어요. 특히 근력과 지구력 향상에 좋은 아미노산이 13종이나 검출됐죠. 칼슘, 칼륨 등의 무기질 함량도 마른 김이 가장 높았으며, 김 본연의 풍미도 마른 김이 가장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김이 본래 비타민 C 같은 수용성 비타민보다는 미네랄과 식이섬유, 항산화 색소가 강점인 식품이라는 점인데요.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식이섬유는 열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굽든 마른 상태이든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김의 ‘조미 여부’라고 할 수 있어요.
김 속 나트륨, 괜찮을까?

생김이나 무염 구운 김은 나트륨 함량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시판 조미김은 소금과 기름이 더해지면서 나트륨 함량이 크게 증가해요. 김은 얇고 가벼워 무심코 많은 양을 먹기 쉬운 식품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섭취하면 나트륨 섭취량이 눈에 띄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성분은 요오드입니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지만 과다 섭취 시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어 ’많이 먹을수록 좋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요오드 권장 섭취량을 약 150μg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어요. 김 한 장에 들어 있는 요오드 함량은 제품과 산지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여러 장을 한 번에 섭취할 경우 일일 권장량을 넘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삭한 스낵이지만 어디까지나 균형 속에서 빛나는 식재료라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2조 원을 향한 산업의 확장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비비고 시위드 스낵’을 앞세워 현지 김 스낵 시장 점유율을 약 50%를 기록했고, 유럽 주요 유통망에도 입점하여 K-스낵 카테고리를 확장 중입니다.
정부 역시 김을 국가 전략 가공식품으로 분류하며 산업 전 주기를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수산물 해외시장 개척 사업 예산은 전년보다 236억 원 증가한 791억 원 규모로 편성되어 K-씨푸드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인지도 제고와 신규 판로 개척 등을 뒷받침할 계획입니다.
다음 장을 준비할 시간

한 장의 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수출 1조 원을 넘어 2조 원을 바라보는 산업의 서사로 확장됐습니다. K콘텐츠가 열어준 문, 건강 트렌드가 밀어준 흐름, 그리고 기업과 정부의 전략까지.
바삭한 김 한 장. 그 안에는 바다의 미네랄과 시간, 그리고 우리의 식습관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금,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균형 있게 즐겨 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