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송나리] 젤리를 얼려 먹는 ‘젤리얼먹’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얼린 젤리를 한입 베어 물 때 나는 ‘바삭’한 소리와 색다른 식감이 먹방·ASMR 콘텐츠와 결합하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SNS에서 ‘젤리얼먹’을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이 쏟아진다. 가장 높은 조회수는 500만이 넘기도 한다. 주로 얼려 먹으면 더 맛있는 젤리 종류를 추천하거나, 집에서 간단히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유행의 배경에는 젤리의 낮은 진입 장벽이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젤리를 활용해 누구나 간단히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확산을 촉진했다. 오픈런 또는 웨이팅이 필요했던 ‘두쫀쿠’ 유행과는 다른 점이다.
열풍이 커질수록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편의점 업계는 관련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며 흐름에 올라탔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치아 손상, 충치, 혈당 급상승 등 건강 문제를 우려하며 주의를 당부한다.
그렇다면 젤리를 얼려 먹는 문화는 왜 이렇게 빠르게 번졌을까? 그리고 간식 트렌드를 넘어, 우리 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얼려 먹는 젤리가 급부상한 이유

‘젤리얼먹’은 여러 종류의 젤리를 한 용기에 담아 3~5시간가량 얼린 뒤 꺼내 먹는 방식이다. 말랑하던 젤리가 냉동 과정을 거치며 단단하게 굳고, 씹을 때 ‘바삭’하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부담 없는 가격,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인기가 급상승했다.
젤리얼먹 트렌드는 Z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10대와 20대에게 숏폼 영상은 일상이다.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한 이들에게 얼린 젤리가 부서질 때 나는 경쾌한 소리와 화려한 색감은 최적의 영상 소재다.
소비 성향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0% 이상이 제품 선택 시 ‘재미와 경험’을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경험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모디슈머(Modisumer)’ 트렌드도 한몫했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제조사가 제시한 방식 그대로 소비하기보다 자신만의 조합과 방식으로 제품을 재해석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러 젤리를 섞어 얼리고,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을 찾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이자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유통업계의 발 빠른 반응

젤리얼먹 열풍에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GS25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젤리 얼먹 ASMR’ 영상을 게시하고, 자사에서 판매 중인 젤리 상품을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유행을 단순 관망하기보다 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매출 지표 역시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2월 1일부터 10일까지 GS25 젤리 카테고리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44.6% 증가했다. 특히 ‘얼려 먹기 좋다’는 입소문이 퍼진 하리보 골든베어 매출은 무려 1786.1% 급증했다. 히치스 사우어 드라헨 젤리 역시 같은 기간 175.3% 상승했으며, 츄파춥스 사워벨트, 트롤리 사우어 구미 캔디 등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정 제품이 ‘얼먹용’으로 지목되면서 소비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치과의사들은 안 먹는 젤리

젤리얼먹 열풍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치과계에서는 젤리를 대표적인 ‘주의 식품’으로 꼽는다. 젤리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당류 식품처럼 보이지만, 치아에 남는 점착성과 산성 성분 때문에 치아를 더 오래, 더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또한, 말랑한 상태에서도 치아 표면과 틈새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침으로 쉽게 씻겨 나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세균이 당을 분해하며 산을 생성하고, 치아 법랑질을 서서히 약화시킨다.
끈적한 젤리는 흔히 ‘치태’라고 불리는 치면 세균막에도 쉽게 달라붙는데, 세균막에 달라붙은 당 성분은 칫솔질로 제거하기가 까다롭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젤리의 음식물 충치 유발 지수는 48점으로, 캐러멜(38점), 과자(27점), 초콜릿(15점)보다도 높다.

이러한 젤리를 얼려 먹을 경우 위험 요소가 한 가지 더 추가된다. 단단하게 언 젤리를 강하게 씹을 때 치아에 순간적인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미세 균열이 있거나 시린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금이 갈 위험이 더 커지며, 레진이나 아말감 등 충전 치료를 받은 치아는 충전물이 떨어지거나 깨질 가능성도 있다. 잇몸에 상처가 생길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젤리가 깨물어부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녹여 먹고, 섭취 후에는 반드시 양치질이나 물로 충분히 헹궈 잔여 당분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당 함유 높아 혈당도 조심해야

젤리는 단순히 치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사 건강 측면에서도 결코 가벼운 간식이라 보기 어렵다. 젤리의 당 함량은 보통 100g당 60~70g에 이른다. 절반 이상이 당류다. 주원료 역시 설탕과 포도당시럽처럼 체내에서 빠르게 흡수되는 단순 탄수화물이다. ‘작고 말랑한 간식’이라는 이미지와 상반된다.
흡수가 빠른 당을 한 번에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 때 혈당이 치솟으면 우리 몸은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대량 분비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췌장의 베타세포에 부담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급격한 혈당 상승과 하강이 다시 공복감과 피로를 불러와 새로운 단 음식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젤리, 성분표 확인이 중요

초가공식품인 젤리의 쫀득한 식감은 젤라틴과 당류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보존제와 선명한 색을 위한 인공 색소, 향을 보강하는 합성 향료가 더해진다. 우리가 즐기는 ‘작고 귀여운 간식’은 사실 여러 공정을 거친 복합 결과물이다.
합성첨가물
젤리에는 펙틴, 카라기난, 구연산, 구연산나트륨, 유화제, 인공감미료 등 다양한 첨가물이 사용된다. 각각의 성분은 허용 기준 내에서 관리되지만, 여러 첨가물이 함께 섭취될 경우 그 영향이 단일 성분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025년 프랑스에서 발표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일상적으로 함께 섭취되는 식품첨가물 혼합군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해당 연구에서 한 혼합군에는 변성전분, 펙틴, 구아검, 카라기난, 폴리인산염, 소르빈산칼륨, 커큐민, 잔탄검 등이 포함됐으며, 다른 혼합군에는 구연산, 구연산나트륨, 인산, 아황산암모늄카라멜,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이 포함됐다.
이들 성분은 모두 가공식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유화제, 방부제, 색소, 인공감미료, 산도조절제 등에 해당한다. 결국 특별히 낯선 조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상적인 식단에서도 충분히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주목할 부분이다.

인공색소
알록달록한 색감은 젤리의 상징이다. 문제는 그 색이 어디서 오는가다. 바로 합성착색료, 즉 인공색소다.
한 국회의원실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인근 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젤리 103개 제품 가운데 약 70%가 타르색소 계열의 합성착색료를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색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허용 범위 내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아동 섭취 비중이 높은 식품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미국에서는 2028년까지 적색 3호, 적색 40호, 녹색 3호, 청색 1호, 청색 2호, 황색 5호, 황색 6호의 사용이 중단될 예정이며, 일부 주요 식품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존제
젤리를 선택할 때는 보존제(방부제) 사용 여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품에 따라 식품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파라벤(파라옥시안식향산), 벤조산나트륨, 소르빈산칼륨 등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성분들이 특정 조건에서 내분비계 교란이나 생식계 기능 변화와 관련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란에서 진행된 동물실험에서는 벤조산나트륨과 소르빈산칼륨을 고용량 또는 장기간 투여했을 때 생식계 지표의 변화가 관찰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현재로서는 인체에 동일한 영향이 나타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해당 방부제들은 각국 식품 당국의 안전성 평가를 거쳐 허용 기준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다만 가공식품 섭취 빈도가 높을수록 다양한 첨가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성분표를 확인하고 과도한 섭취를 피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이다.

인공감미료
최근에는 제로·저당 트렌드에 따라 ‘저당 젤리’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는데, 설탕 함량을 낮춘 대신, 그 자리를 인공감미료가 대체했다. 인공감미료는 열량이 낮거나 거의 없지만, 장기간 고섭취에 따른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 섭취량이 높은 집단에서 전체 암 발생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이 관찰되었고, 아스파탐, 사카린, 아세설팜칼륨 등의 감미료가 인지 기능 변화와 관련성을 보인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들은 ‘연관성’을 보여주는 수준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유사한 신호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간과하기는 어렵다. 설탕을 줄였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고 섭취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신중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SNS에서 유행 중인 ‘젤리 얼려 먹기’는 분명 재미있는 콘텐츠다. 새로운 방식으로 간식을 소비하는 놀이 문화로 볼 수도 있으며, 한두 번 경험해보는 것 자체를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다만 유행이 지나간 뒤 남는 것은 결국 우리 몸이다. 젤리는 점착성이 높아 치아에 오래 남기 쉽고, 당 함량이 높아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 여기에 각종 합성첨가물과 인공감미료까지 더해진다. 개별 성분은 허용 기준 내에서 관리되지만,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섭취가 이어질 경우 신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냉동 식품은 냉동 상태로, 상온 식품은 상온에서 보관·섭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안내하고 있다. 본래의 유통 및 섭취 방식과 다르게 소비하는 행위가 단순한 ‘놀이’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초가공식품의 건강 영향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유행을 가볍게 경험하는 것과 일상적인 습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 구분할 필요가 있다. 즐기는 수준을 넘지 않는 선에서, 과도한 섭취는 경계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