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캐너=양민영] SNS에서 ‘Mayak Eggs’라는 단어, 본 적 있나요? 마약 에그는 마약 성분은 없지만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인데요.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밥반찬인 달걀장이 요즘 미국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불도 거의 쓰지 않고 재료도 단출한데 이상하게 중독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지죠.
외식용 한식에서 냉장고 속 한식으로

미국에서 달걀장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 쉽기 때문이죠. 반숙으로 삶은 달걀을 간장 양념에 담가 냉장고에 2-4시간만 넣어두면 끝. 김밥이나 잡채처럼 손이 많이 가는 요리와 달리 특별한 기술도 도구도 필요 없습니다. 레딧과 틱톡에서는 달걀장을 ‘No-cook food’, ‘Lazy K-food’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특히 미국에서는 달걀장에 마요네즈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간장의 짠맛을 중화하면서 마요네즈의 고소한 풍미를 더해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고, 밥 대신 통곡물이나 샐러드를 곁들여 한 그릇 식사로 즐기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까지 활용해 김 가루를 뿌리거나 김에 싸서 먹기도 하죠.
업계 관계자는 달걀장 유행 현상을 K-푸드 인기가 대표 메뉴를 넘어 다양한 반찬과 식재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식이 이제는 한 번쯤 먹어보는 음식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식품군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어요.
달걀장의 주재료, 달걀 속 숨은 영양소

달걀장이 글로벌하게 먹히는 데에는 달걀이라는 식재료의 힘도 큽니다. 달걀 한 개(약 50-60g)의 열량은 평균 70kcal 내외로, 약 6g의 단백질과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한 완전 단백질 식품입니다.
2024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달걀 섭취가 단백질 공급 이상의 기능을 할 가능성에 주목했는데요. The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미국 연구팀의 대규모 추적 연구에 의하면 달걀을 일주일에 1개 이상 섭취하는 노년층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최대 47%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달걀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전체 영향의 약 39%가 콜린과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어요.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 실린 한 보고에서는 달걀 섭취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강력한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심장병 위험과 무관하거나 약하게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어요. 게다가 달걀 단백질의 생물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체내 효율적 흡수가 가능하고, 식사 후 포만감을 높여 전체 에너지 섭취량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근육 단백질 합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에서도 아침에 달걀을 섭취한 그룹은 같은 열량의 베이글을 먹은 그룹보다 더 오래 포만감을 느꼈고, 음식에 대한 갈망이 줄어 단기 에너지 섭취량이 크게 낮아진 것을 밝혀냈어요. 잘 먹으면 오히려 식단 관리에 유리한 식재료인 셈입니다.
좋은 콜레스테롤까지 생각하는 식사법

한때 달걀은 ‘콜레스테롤의 주범’으로 오해받곤 했죠? 하지만 최근 조사들에 따르면 식이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어요. 달걀에 식이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식단 구성이 건강 위험을 키운다는 겁니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달걀 섭취 시 ‘혈관 청소부’ 역할을 하는 HDL 기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또,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의 실험에서는 12주간 하루 3개의 달걀을 섭취했을 때 HDL 구성 성분이 유리 지질 수용 능력과 연관되어 콜레스테롤 제거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어요. 해당 관계자들은 달걀 섭취가 HDL 지질 구성과 기능의 유리한 변화를 촉진함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짜지 않게 즐기는 달걀장

달걀장의 주재료에는 달걀 외에도 간장이 있습니다. 간장 양념이 달걀장의 맛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실제로 미국 커뮤니티에서는 레시피대로 했는데 너무 짜다는 실패담이 적지 않아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한국 간장과 현지 간장의 염도 차이 때문인데요.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이나 필리핀의 간장은 한국의 간장보다 짠 편이에요.
달걀장을 만들 때는 간장과 물을 1:1 또는 그 이상으로 희석하고, 설탕이나 올리고당은 최소화합니다. 양파와 대파, 고추 같은 채소를 넉넉히 넣으면 염도는 낮아지고 감칠맛은 살아나죠. 숙성 시간은 2-4시간이면 충분해요.
소박한 한 끼의 트렌드화

미국 SNS를 달구는 달걀장 열풍은 K-푸드가 더 이상 외식용 한식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김치와 불고기처럼 상징적인 메뉴를 넘어 냉장고 속 반찬 하나까지 일상의 식사로 스며들고 있죠.
밥 위에 올린 소박한 반숙 달걀장 하나가 국경을 넘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음식의 힘을 증명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장고에 달걀이 있다면 오늘 저녁엔 달걀장을 만들어 밥 위에 올려서 먹어보고, 샐러드와 같이 곁들여도 보고, 통곡물이나 채소와 함께 섭취해 보면 어떨까요? 짜지 않게, 과하지 않게, 자신의 식사 패턴에 맞게 즐긴다면 충분히 균형 잡힌 한 끼가 될 수 있습니다.

